열악한 정읍시 재정에 타격 줄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 정읍시가 1년에 2회씩 실시하는 소싸움장 상설화를 추진하자 시민단체에서 수익성과 동물학대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사진=연합)     


/중앙뉴스/이형근 기자/ 정읍시가 소싸움장을 놓고 시와 시민단체가 각을 세우고 있다. 정읍시는 내장산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내세우는 반면 시민단체는 소 싸움장이 사실상 도박장이며 동물학대를 조장하는 시설인 만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정읍시만의 특징도 한 몫하고 있다. 정읍시와 축산단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축산테마파크 안에 소싸움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소싸움장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는 '소싸움 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 허은주 집행위원장은 “경북 청도에서도 적자를 기록하는 소싸움장을 왜 건설하려는지 모르겠다”면서 “동물 학대와 도박을 조장하는 사업을 왜 추진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정읍시는 전라북도에 축산테마파크 기본계획을 1차 제출했지만 반려됐고 8월 29일경 2차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소싸움이 진행되는 곳은 대표적으로 경남 진주, 경북 청도, 전북 정읍이다. 이 가운데 경남 진주는 전통적으로 소싸움을 하고 이긴 소 주인이 상금을 받아가는 형태이고 경북 청도와 전북 정읍은 이기는 소에게 베팅하고 그 만큼 우권을 발급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허 위원장은 “현재 국내에서 우권 발급 형태로 소싸움 허가를 받은 곳은 경북 청도와 정읍 두 곳”이라며 “정읍은 상설 소싸움을 하지 않고 1년에 2회씩 열고 있지만 상설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물보호법 8조에 보면 투견과 투계는 불법이라고 규정했지만 소싸움은 예외조항으로 허가했는데, 당시 축산농가 등의 로비로 제외됐단 소문이 파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소싸움장이 선정된 지역은 청도와 정읍이었고 청도는 발빠르게 움직여 소싸움을 상설화 했지만 정읍은 국비지원을 요청했으며 기획재정부에서 “(청도의) 결과를 보고 지원하겠다”고 설명해 결국 지원 받지 못했다. 하지만 청도 소싸움이 2011년 개장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자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 허은주 소싸움 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이 정읍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청도 소싸움 축제 매년 적자행진

 

우권 발매 사업권을 따낸 청도는 사업 개시 이후 영업이익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청도군은 ‘청도공영사업공사’를 기준으로 2011년 ▲ 21억 2800만원 ▲ 2012년 23억 5000만원 ▲ 2013년 34억 7600만원 ▲ 2014년 27억 2000만원 ▲ 2015년 49억 4900만원의 적자를 매년 기록하고 있다.

 

청도군은 적자분을 메꾸기 위해 2016년까지 보조금 159억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소싸움을 총괄하는 한국우사회는 청도 소싸움 경기장 조성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약정서를 체결했는데 여기에 청도공영사업공사가 ‘연대보증인’으로 까지 나섰다. 

 

정읍 시민단체는 이 사실을 파악하고 ‘정읍 소싸움의 미래는 청도 소싸움’이란 인식을 하게 됐다. 녹색당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소싸움에 참여하기 위해 자주 이동해야 하는 소들한테서 수송열이 발생하고, 몸을 불리는 비육 과정에서는 고창증이 생긴다"면서 "이 모든 것이 소의 본래 생태를 위반한 동물 학대"라고 밝혔다.

 

이어 "소 싸움장 운영으로 발생한 지자체의 재정 위기는 이미 청도군과 진주시의 사례에서 증명됐다"며 "재정 건전성이 좋지 않은 정읍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축산테마파크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지만 정읍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읍시에선 시의 관광자원을 극대화 하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한다. 시는 “테마파크는 전형적인 1차 산업에 머물러왔던 축산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6차 산업으로 이끄는 거점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부지의 위치에 대해서도 이들은 “내장산 인근이어서 외부 관광객을 입지조건이 좋고 시민이 접근하기에도 편리하다”고 설명하며 “오랫동안 정읍시와 축산농가, 시민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결정한 만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읍시도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됐으며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정읍시는 테마파크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대부분 마무리했으며 부지 매입도 사실상 완료했다.

 

축산테마파크로 둔갑해 소싸움장 추진

 

정읍시는 국비지원을 받지 못하자 이번엔 농촌형 테마파크 사업으로 공모해 승인 받았다. 이 곳에는 소싸움장도 포함됐다. 문제의 소싸움 경기장은 정읍시에서 내장산 자락 6만여㎡ 부지에 113억원을 들여 만드는 축산테마파크에 위치해있다. 소싸움장은 축산테마파크의 핵심 시설이다.

 

시민행동측은 최근까지 1인 시위를 열어가며 시의 반대를 촉구하는 한편 김생기 시장에게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았다.

 

정읍시가 축산테마파크로 지정한 부지는 가축사육절대금지 구역이라는 점이다. 시민행동은 “굳이 그 지역에 축산테마파크를 추진하려면 소는 모형으로만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정작 시장은 소 계류사가 가축분뇨배출시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고 ‘동문서답’으로 규정했다.

 

시민행동측은 “현재 정읍시는 행정의 연속성을 이야기 하며 사업부지 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이야기 했다. 시민행동은 “후보지는 계류지 인근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국민여가캠핑장이 있다”면서 입지의 부적절성도 지적했다.

 

이어 상설소싸움장에 대해 시민행동은 “김생기 정읍시장은 답변으로 113억원을 들여 연 2회 소싸움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이 외에는 농악공연과 시민가요제, 농축산물 박람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 들의 개최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며 “정읍시장은 우권발매가 가능한 소싸움 경기장을 짓지는 못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축산테마파크 담당자는 소싸움을 1년에 한 번씩 하겠다고 밝혀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소싸움장은 농악공연을 하기엔 좁고 확대를 요청했더니 예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시에서 답변했다” 면서 “지금도 워터파크 음악분수 공연장에서 수많은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되는데 왜 또 공연장이 필요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민행동은 “소싸움은 투견이나 투계처럼 동물 학대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읍시는 “민속 소싸움은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법률에 명시되있으며 이것을 스페인 투우와 비교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권발매 경기 시행권 반납에 대해 질의했다. 정읍시는 “이 허가증은 2003년에 농림부 장관이 경북 청도군과 정읍시 2곳의 지자체에게 허가한 사항으로 반납 절차가 없으며 특허적 성격으로 정읍시에게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보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시는 “소싸움 경기를 사행성 도박 산업으로 주장하는 것은 경마와 경륜 경기처럼 베팅이 상설 소싸움 경기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면서 “정읍시에서 추진되는 소싸움 경기장은 상설이 아니므로 도박 시설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최근 정읍시는 시의 식수원인 옥정호의 수상스포츠단지 조성을 비롯해 내장산 골프장 조성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 문제들은 김생기 시장 당시 추진된 것으로 앞으로 싸워야 할 과제”라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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