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는 세계 원전 비중 확대 전망, 감소 추세 아님

[중앙뉴스=박미화기자] 풍력과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는 2016년 세계 발전량의 24.5%를 차지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는 반면에, 원자력 발전량 비중은 1996년 17.6%에서 2016년에는 10.7%로 줄어들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있다. 마치 풍력과 태양광만으로 전 세계 4분의 1의 전기를 생산해내고 원자력산업은 거의 반 토막이 나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느껴지는 주장이다. 이는 정말 사실일까?

 

우선, 재생에너지에는 풍력과 태양광뿐만 아니라 수력도 포함된다. 또한 발전량을 따질 때는 비중만 볼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전력 생산량을 함께 봐야 한다. 세계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는 2000년 18.8%에서 2015년 23.2%로 15년간 4.4%포인트가 늘었다. 반원전단체의 주장처럼 급격한 증가 수준은 아니다. 물론, 재생에너지 비중(rate) 측면만 보면 15년 사이 1.3%에서 6.5%로 늘어 5배나 증가했다.

 

그런데 15년간 4.4%포인트(0.3%포인트/년) 증가한 발전량(2조7,280억 kWh) 중, 절반은 재생에너지로 분류한 수력 발전량이 1조3,470억 kWh 증가한 것으로, 이를 제외한 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포함) 발전량이 1조3,810억 kWh 증가하여 증가량은 비슷하다. 즉, 절반은 수력이고, 나머지가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의 증가 때문이다.


다음으로 원자력 발전량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ʻ전 세계적인 추세ʼ인지 일부 국가의 원전 축소에 따른 착시 효과 때문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원전 비중 기준으로 2000년 16.7%에서 2015년 10.6%로 6.2%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비중이 감소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분모인 전 세계 발전량이 증가하는 속도를 원자력 발전량의 증가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거나, 분자인 원자력 발전량 자체가 감소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먼저, 전 세계 발전량은 2000년 15조4,720억 kWh에서 2015년 24조3,240억 kWh로 57% 증가하였다. 화석연료인 석탄이 3조7,660억 kWh, 가스(LNG 포함)가 2조4,810억 kWh, 그리고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가 2조7,290억 kWh 증가했다. 즉, 전 세계 발전량 증가분의 70% 가량은 화석연료가, 나머지 증가분인 30%는 재생에너지가 차지했다.


물론 전 세계 발전량의 증가 속도에 비해 원자력 발전량은 2000년 2조5,910억 kWh에서 2015년 2조5,670억 kWh로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의 원자력 발전량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 원전 비중 : 2000년 30.4% 3,220억 kWh에서 2015년 0.3% 30억 kWh 감소 ] 두 번째로 독일은 2011년 탈원전 결정으로 2000년 1,700억 kWh(독일 발전량의 29.4%)이던 원자력 발전량이 2015년 920억 kWh(14.5%)로 줄었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2000년 170억 kWh(중국 발전량의 1.2%)에서 2015년 1,710억 kWh(2.8%)로 10배 이상 증가하였고, 러시아는 2000년 1,310억 kWh(러시아 발전량의 14.9%)에서 2015년 1,950억 kWh(18.7%)로 증가하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발전량 확대뿐 아니라 원전 수출 증가를 위해 국가 전체가 뛰고 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제로 상태에서 지금은 원자력 발전을 배제한 에너지 수급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5기의 재가동을 포함하여 수 년 안에 ʻ원전 체제ʼ로 복귀될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국가의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원자력의 발전량은 유지되고 있으며, 조만간 일본 원자력 발전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할 경우 전 세계 원전 비중은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전 산업의 미래는 향후 원자력산업에 대한 예측과 각국의 원자력정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원전의 설비용량이 2015년 3억8,300만 kW에서 2030년에 적게는 3억9,000만 kW, 많게는 5억9,800만 kW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에 저성장에 기반한 전망을 보더라도 운영 허가 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영구 정지하는 용량만큼의 신규 원전 건설이 예상되고 있어서(1억5,000만 kW, 신고리 5,6호기 규모 기준 170기에 해당), 세계 전체 원자력 발전 용량 감소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5억2,000만 kW로 원자력 발전 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 국가별 원전 정책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노후 원전이 많은 영국은 폐로(閉爐)하는 원전을 대체하는 용량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원전이 모두 교체되는 2035년경에는 총 1,560만kW로 현재(’17년 7월 기준 890만kW)보다 약 76% 용량이 확대될 예정이다.

중국 또한 대내외 원자력 발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5년까지 원전 비중을 50%로 줄이기로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현재 원자력 발전 설비 용량은 줄이지 않고 유지하며, 다만 다른 발전원(發電源)의 증가에 따른 원자력 발전 비중의 자연 감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도 2015년 내놓은 ʻ에너지 수급 전망ʼ에서 전체 발전원 중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대에서 2030년까지 20~22%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세계의 에너지 비중 추세를 요약해 보면, 지난 15년간 재생에너지 비중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수력 발전에서, 나머지 절반은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의 증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은 영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신규 건설을 통해 증가되고 있다. 한편 중국, 미국, 독일 등에서 석탄·가스(LNG 포함)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자력 발전량보다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감소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므로 신규 원전 건설 등에 힘입어 미래의 원전 산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할 때, 원자력 발전이 ʻ사양 산업ʼ이라고 하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온도 2도℃ 이하의 상승을 위해 제시한 발전원(發電源)의 구성에서 재생에너지 부문이 60% 이상을 감당하고, 또한 원자력 발전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도 18%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서는 저탄소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경쟁 구도로만 보는 것은 국가의 에너지 기술 개발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력 공급의 간헐성(間歇性)을 보완하고, 온실가스 저감에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무탄소 발전원인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간 최적의 믹스를 통해 경제 발전의 기초인 전기의 안정 공급 방안을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시민참여단, 그리고 국민들의 심도 있는 숙의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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