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섭 편집국장     © 중앙뉴스

 ‘블랙리스트'란 ‘요주의 인물명부’라는 뜻으로 서구사회에서는 노동관계의 은어로 사용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경계의 대상이거나 은밀하게 제거해야할 정적(政敵)을 가르키기도 한다.

 

최근 한국사회는 안보에 이은 또하나의 이슈로 이명박, 박근혜 前 정부에서 작성된‘블랙리스트'망령이 정치권을 비롯한 사법,언론,방송.문화, 연예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실 살생부(殺生簿)나‘블랙리스트'는 작성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뒷말이 무성할 수 있다.특히 취약한 정권일수록 정보기관이나 주무부처를 통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은 일괄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필자'의 지인 몆사람도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볼때 독재국가나 전체주의국가는 어김없이 권력의 통제 수단으로 블랙리스트를 가공해냈다.

 

70~80년, 서슬 시퍼렀던 유신 독재와 군부정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토록 요원(遙遠)했던 자유 민주주의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2017년 9월의 끝자락에 블랙리스트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둘러 대기에는 너무나 궁색한 변명이 아닐까 싶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의 블랙리스트가 최근 속속 불거져 나오는 것은 어쩌면 이들 정권의 권력 기반과 국민적 지지가 그토록 취약했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역사는 사람들 사이의 수많은 토론과 시행착오를 통해 점차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그리고 “참된 열린사회는 늘 약자를 고려하고 돌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따라서 열린사회는 권력이 힘과 공포로 국민을 다스려야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하다.

 

10년 만에 진보 정권이 촛불의 힘을 발판삼아 청와대 안주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보수정권에서 이루어졌던 적폐(積弊)를 청산하겠다고 한다.첫 일성으로 전 국정원장은 오랏줄에 묶인채 구속됐고 전전 대통령은 고소당했다. 곧 카메라 후레쉬 세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명분은‘이명박’정권에서 기획·집행된 블랙리스트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있는 '블랙리스트'는 이미 이명박 정부 에서 작성됐고, 박근혜 정부가 이어받았다. 그리고 두 정부에 걸쳐 이 명부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 국가정보원이 깊숙이 관여했다.

 

희생양은 2013년 9월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예술위의 정부 비판 인사'들이다.

 

시작점에는 8인의 청와대 비서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었다.그리고 이들은 3천여개의 문제 단체와 8천여명의 문제 인물을 블랙(black)이라는 명단에 이름을 올렷다.

 

실예로 김 전 실장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메가박스에서 상영되는 것을 박근혜 정부에 대한 종북세력들의 도전으로 받아들여 용서할 수 없다고 했고 연극 "개구리" 역시 같은 이유로 '블랙리스트'명단에 포함시켰다. 또 진보 정권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시위에 참가한 전력으로,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시켰다.

결국 이명박(MB)·박근혜 정권 10년 동안의 적폐들이 고구마줄기처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서 특검은 박근혜 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조윤선 장관을 언론, 문화, 예술의 자유라는 헌법정신을 유린한 이른바 ‘블랙리스트’사건의 책임을 물어 구속까지 시켰으나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그 중심에 조윤선, 김기춘보다 더 큰 몸통이 있다고 보고 윗선을 정조준 하고 있다.

 

이를위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그리고 이들이 해야할 일은 이 땅에 다시는 블랙리스트와 같은 살생부(殺生簿)가 두번다시 만들어 지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고 나아가 어두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대통령으로서의 할 일이 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안위에 무엇이 중(重)한가를 먼저 생각하고 현명한 판단과 감정몰입 없이 과감한 결단으로 분열을 잠재워야 한다.

 

나라가 처한 위기에서 무엇이 중한지 모르는 지도자는 결국 국민들이  등을 돌릴수 밖에 없다.

 

이제 추석 한가위 민속 대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민족 대 이동이 시작되면서 거리에는 고향을 찾으려는 귀성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번 추석은 어느때보다 긴 연휴로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형제,자매 친척들이 다 모인 한가위 명절에 전쟁보다는 평화를, 미움보다는 사랑을 안주삼아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하여 술잔을 부딧쳐 보자.
  

/중앙뉴스/윤장섭 기자/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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