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시집『끼, 라는 날개』펴낸 박무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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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는 혼자 돌지 않는다
박무웅
혼자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채찍을 맞으면서 휘청거리는 것 같지만
팽이는 중심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똑바로 설 수 없을 때
서있는 자리가 한없이 미끄러울 때
팽이는 안절부절 도는 것 같지만
한쪽으로 풀리고 있는 중 같지만
채찍을 발판삼아 더 빨리 감기고
천천히 풀어지는 중이다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나는 물구나무를 섰다
그때마다 가장 낮은 바닥에 처박혔던 머리는
가장 높은 공중을 이고 있었다
팽이처럼 몸의 가장 뾰족한 곳으로
춤추듯 돌았다
팽이는 두 곳의 방향으로 돌지 않는다
쓰러질 때까지 오직
한 방향으로 돌고 그 방향으로만 쓰러진다
시시때때로 무수한 채찍을 맞는다
그것은 나의 고성능엔진
무심히 서 있는 듯한 경지까지
더 빠르게 돌다보면
중심은 무아지경이 된다
쓰러지기 싫어
고요한 회전의 중심이 된다
- 박무웅 다섯 번째 시집 『끼, 라는 날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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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웅 시인이 최근 출간한 다섯 번째 시집 『끼, 라는 날개』를 받아보았다.
따스하게 빛나던 시들 중에서 어느 입지전적인 인물의 이야기 아니 화자 자신의 이야기로 보이는 시 한 수 소개한다.
채찍을 맞을수록 더 씽씽 도는 팽이,
돌아보면 휘청거릴 때마다 채찍이 되어주었던 사람들이나 계기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채찍의 힘을 고성능엔진 쯤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인생의 성패를 결정하는 법, 시인은 우리가 시련 앞에 설 때마다 어떠한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다. 사실 팽이가 혼자서 도는 것 같지만 혼자서 돌지 않는다. 휘청거릴 때마다 힘차게 때려주는 채찍이 있어서 씽씽 돌고 또 도는 것이다.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네 삶처럼 말이다.
정신없이 돌고 또 돌다보면 문득 고독하고 추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체온을 올려준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채찍이 되어주기도 하고 또 맞기도 하며 삶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가을로 가는 길목이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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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웅 시인 /
충남 금산 출생
1995년 월간 <심상> 등단
시집 『소나무는 바위에 뿌리를 박는다』 『내 마음의 UFO』 『지상의 붕새』 『공중 국가』 『끼, 라는 날개』
월간 <시와표현> 발행인 겸 편집인
도서출판 <달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