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시집『끼, 라는 날개』펴낸 박무웅 시인

  

▲     © 사진출처/ 다음


팽이는 혼자 돌지 않는다

박무웅

 

혼자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채찍을 맞으면서 휘청거리는 것 같지만

팽이는 중심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똑바로 설 수 없을 때

서있는 자리가 한없이 미끄러울 때

팽이는 안절부절 도는 것 같지만

한쪽으로 풀리고 있는 중 같지만

채찍을 발판삼아 더 빨리 감기고

천천히 풀어지는 중이다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나는 물구나무를 섰다

그때마다 가장 낮은 바닥에 처박혔던 머리는

가장 높은 공중을 이고 있었다

팽이처럼 몸의 가장 뾰족한 곳으로

춤추듯 돌았다

 

팽이는 두 곳의 방향으로 돌지 않는다

쓰러질 때까지 오직

한 방향으로 돌고 그 방향으로만 쓰러진다

시시때때로 무수한 채찍을 맞는다

그것은 나의 고성능엔진

무심히 서 있는 듯한 경지까지

더 빠르게 돌다보면

중심은 무아지경이 된다

쓰러지기 싫어

고요한 회전의 중심이 된다

 

                                                 - 박무웅 다섯 번째 시집 『끼, 라는 날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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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무웅 시인이 최근 출간한 다섯 번째 시집 『끼, 라는 날개』를 받아보았다.

따스하게 빛나던 시들 중에서 어느 입지전적인 인물의 이야기 아니 화자 자신의 이야기로 보이는 시 한 수 소개한다.

채찍을 맞을수록 더 씽씽 도는 팽이,

돌아보면 휘청거릴 때마다 채찍이 되어주었던 사람들이나 계기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채찍의 힘을 고성능엔진 쯤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인생의 성패를 결정하는 법, 시인은 우리가 시련 앞에 설 때마다 어떠한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다. 사실 팽이가 혼자서 도는 것 같지만 혼자서 돌지 않는다. 휘청거릴 때마다 힘차게 때려주는 채찍이 있어서 씽씽 돌고 또 도는 것이다.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네 삶처럼 말이다.

정신없이 돌고 또 돌다보면 문득 고독하고 추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체온을 올려준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채찍이 되어주기도 하고 또 맞기도 하며 삶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가을로 가는 길목이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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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웅 시인 /

충남 금산 출생

1995년 월간 <심상> 등단

시집 『소나무는 바위에 뿌리를 박는다』 『내 마음의 UFO』 『지상의 붕새』 『공중 국가』 『끼, 라는 날개』

월간 <시와표현> 발행인 겸 편집인

도서출판 <달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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