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둘러싼 대치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과연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9조6천억원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활동의 정상화 여부가 금명간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 김무성 한나라당,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국회= 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대포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거듭 요구하면서 내년 예산안 심사에 연계하고 있는데 맞서 한나라당은 예산안 단독심사도 불사할 수 있다는 태도여서 당분간 해법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 '재수사', '추가수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데다 야당도 '예산심사 보이콧은 직무유기'라는 여론을 의식하고 있어 조만간 양측이 물밑협상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22일부터 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예산심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이 국회 정상화의 선행조건으로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특검을 요구,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특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예산안 심사를 전면 보이콧하는 한편 원내뿐만 아니라 장외에서도 강경 투쟁에 나서는 등 전방위 공세를 펼치기로 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 수석부대표는 21일 "여권이 국민적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대포폰.민간인 사찰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수용해야만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끝내 단독으로 예산처리를 강행한다면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며 "예산심사 중단 등 앞으로 일어날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정부.여당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정치적 문제와 예산안 심의는 별개'라며 야당이 예산안 심의를 보이콧할 경우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12월2일)을 맞추기 위해 단독 심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재수사든, 추가수사든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며 "다만 야당이 주장하는 내용은 범법 사실도, 새로운 사실도 아니라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라며 국조.특검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내에서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정치적 부담은 감수하고 가야 한다는 강경론도 적지 않지만 결국 내주께는 원내에 복귀,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예산심사 거부로 지난주 상임위와 예결위의 예산심사가 ‘올스톱’된 만큼 금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예산심사를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영 예결위원장은 "여야간 합의한 예결위 의사진행 일정에 따라 22일부터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만약 민주당이 또 예결위에 불참한다고 하면 민주당의 참석을 기다리며 예산안 심의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여야간 첨예한 대립 속에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1일 중 직.간접 접촉을 갖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절충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날 접촉에서는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특검 도입 문제와 예산안 처리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지만, 여야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타협 전망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나라당이 22일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소집, 단독 심사에 나서고 이에 민주당이 실력 저지로 맞서면서 지난 19일에 이어 또다시 국회 파행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 대포폰.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여야가 검찰 재수사를 요구하고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선(先) 재수사.후(後) 국정조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예산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비등한 데다 여야도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아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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