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노조, 윤 회장 불법 노동행위혐의로 고발

▲ 연임을 코앞에 둔 윤종규 KB 금융그룹 회장이 노사갈등으로 암초를 만났다. (사진=연합)     


/중앙뉴스/이형근 기자/KB금융지주의 노사 갈등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암초로 등장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노조의 윤종규 회장 고발이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지며 수사 결과에 따라 윤 회장의 연임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KB노조는 지난 9월 5~6일 조합원을 상대로 윤종규 회장 연임 찬반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노조에 따르면 6일 오후까지 연임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0% 이상 나왔지만 마감을 2~3시간 앞두고 갑자기 결과가 뒤집혀졌다. 확인 결과 오후 3시~5시까지 총 17개 단말기에서 4282건의 중복투표가 이뤄졌다. 그리고 이 가운데 99.7%가 연임찬성에 표를 던졌다는게 KB노조의 설명이다. 

 

노조 측은 “설문조사는 같은 IP 주소의 중복투표를 막도록 설계됐지만, 쿠키(자동으로 생성되는 사용자 정보 파일)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KB노조는 사측이 조합원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윤 회장을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KB금융지주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HR(인사관리) 본부장 사무실의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윤 회장의 거취는 앞으로의 수사 진행 상황 및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의 사정 칼날이 금융권을 향하는 가운데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채용 비리 사태로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다. 만약 윤 회장이 설문조사 개입에 관여됐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기정사실이었던 연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홍배 KB노조위원장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사측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윤 회장 등이 (설문조사 개입을) 지시했느냐 여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주주총회에 이 문제를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연임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압수수색과 관련해 “노조가 주장하는 회사 차원의 개입은 없었지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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