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겸/한국외국어 대학교 철학과 겸임교수     © 중앙뉴스

정치와 행정의 공통점은 정(政)이다. 政의 한자풀이를 먼저 살펴보자.  政은 “정사(政事) 정, 구실 정”으로 읽힌다. 정사(政事) 政은 무엇을 의미하는 가? 사전적 의미로는 “정치에 관계되는 일, 벼슬아치의 임명과 해임에 관한 사무”로 되어있다. 매우 협의적 의미에서의 정의 이다.

 

공자는 안연편(顔淵篇) 제7장에서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질문할 때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子貢問政(자공문정) 子曰(자왈) 足食(족식) 足兵(족병) 民信之矣(민언지의). 정치란  경제(足食:먹을 것을 풍부히 함)와 국방(足兵:막강한 군사), 그리고 믿음(民信:국민의 신뢰) 3가지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자공이 버려야 할 것에 대해 묻자 3가지 중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먼저 국방을 버리고, 두 번째로 또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경제라고 했다.

 

그러면 남는 하나가 믿음이다. 공자에게 있어 정치의 근본은 경제로 국방보다 국민의 신뢰라고 본 것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3가지 모두 필요하지만 그 중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공자는 판단했다.

 

청년 실업률 9.2%, 청년 체감실업률 21.5%, 정신건강 위험군이 15.4%인 시대다. 청년들에게 우리나라는 지옥(hell)이다. 그래서 “헬 조선”이라고 한다.

 

현대판 음서제도가 국민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음서제도는 권문귀족을 중시하던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고려시대보다는 그 폭이 줄어들었지만)의 병폐적 제도이다.

 

작금의 현실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자식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시대가 되버렸다.굳이 꼬집어 이야기 하자면 우리은행의 채용 비리가 현대판 음서제도의 대표적 형태이다.

 

3선의 야당 중진 의원의 친인척이 우리은행 채용에 연루되었다. 외교통상부가 2006년 5급 특채에서 최종 합격자를 5급이 아닌 6급으로 발령내고,  대사급 고위공무원의 자녀 2명이 탈락했지만 이들을 다시 5급으로 뽑았다.

 

공정한 경쟁, 노력에 따른 서민의 신분상승이 어렵게 되었다. 기회균등사상에 위배된다. 그래서 우리 청년에게 있어 이 시대는 “헬(hell) 조선” 맞다. 지옥(hell) 같은 거다.

 

政을 파자(破字)해보자. ‘바를 정(正)에 칠복(攵)’으로 결합되어 있다. 正善治(정선치)이다. 正善治에서 正은 政으로 해석한다. 바로 잡는 다는 것(正)은 개혁이며 변혁이다. 개혁과 변혁을 위한 방법은 治해야 한다. 즉, 治는 평화로운 다스림을 의미한다. 평화를 깨는 정치는 배척받아야 한다. 따라서 그 평화로운 방식의 다스림은 예술적이어야 한다.

 

政과  治의 방법이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독선적인 방식의 통치가 아닌 창조적인 정치, 자신을 해체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사 정(政)의 글자를  백성을 다스리는 의미로만 해석한다면 법령을 어긴 백성을 매질(복:攵)하여 바르게(正)이끈다는 의미이지만 역으로 지도자에게도 해당된다. 이유는 정치가 백성 없이는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인도 올바르지 못한 행위를 할 경우 매질도 가해야 한다. 이때의 매는 여론이다.

 

정치의 영어단어는 politics이다. 이는 첫째, 도시 국가를 의미하는 그리스 어의 폴리스(polis)에서 유래했다.

 

사전적 의미에서 도시국가란 “신전, 왕궁, 공공시설 따위를 중심으로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그 주변의 농.목지를 포함하여 정치적으로 독립해서 이룬 작은 규모의 국가”이다. 이는 오늘날 지방자치를 의미한다.

 

이제는 지방자치가 아니라 지방정부라고 해야 맞는 이야기 이다. 지방정부가 자율성을 갖추기 위해 지방분권이 이루어 져야 한다.

 

둘째,  그리스어인 폴리티카(politika)에서 왔다. 이 뜻은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적인 업무”이다.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동양에서의 政治는 “바르게 하는 것(正)”이다. 따라서 정치는 공적인 업무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

 

“음서제도”는 이런 정치적 행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과 여론으로부터 매질(복:攵)당해야 한다. 

 

정치권력은 수단일 뿐이다. 즉, 정치권력은 업무를 공적으로 처리하는데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가 되어 있다.

 

정치권력을 잡은 자가 甲이 되어 영원한 甲인 국민을 乙(을) 취급을 하고 있다. 목적이 전도되었다. 수단이 목적이 되었으니 세상이 어지럽고 죽을 것만 같다. 그래서 헬 조선이다.

 

선거의 다수결의 결정이 낳은 사생아가 민주주의가 아닐까하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해본다.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력투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이래서 철학자 풀라톤은 민주주의를 중우정치(衆愚政治: ὀχλοκρατία)라고 했다.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다수의 어리석은 배심원(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보고 외친 말로서 민주주의의 단점이 드러내는 말로 쓰인다.

 

위의 두 가지 어원을 묶어 해석하면 지방자치의 치정자들이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해” 공적인 업무를 바르게(正) 수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 정치가 되어야 한다. 국민이 갈등 없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따라서 정치는 예술이 되어야 한다.
  
/김정겸/한국외국어 대학교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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