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방한, 강경화 장관 3불, 시진핑 정상회담, 일본은 군사동맹 아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단독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번주 한국 외교의 중요한 빅 이벤트가 몰려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일(7일)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갖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아세안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이번주 내내 굵직한 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 스타트인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다. 외교부는 5일 양국 외교장관이 전화통화를 나눴고 이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3가지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확고한 한반도 방위공약 

△한미동맹의 중요성 부각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동맹 외교 강화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예우해 따뜻하게 맞음으로써 한·미관계를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자”라며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 북핵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6일 현재 방일 중인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핵 이슈가 이번 아시아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날 일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치며 과거처럼 개인적 친분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와이 미해군기지 연설에서 “어떤 정권도 독재자도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으로 향할 전용기 안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곧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들(북한 주민)은 위대한 사람이고 세계가 알고 이해하는 것보다 더 따뜻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시급한 외교 현안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동맹국과의 협조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여러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미중 균형 외교?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 총회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미국은 우리 동맹이지만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청와대가 이 시점에서 그 사실을 공개한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개선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달간 북핵 도발이 심각해질수록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추세였는데, 이에 분명히 선을 그음으로써 한미일-북중러 신냉전 구도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해서 지난 3일 방송된 CNA(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공조가 3국의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균형 외교론을 설파한 바 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9월 20일 뉴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지난달 31일 갑자기 한중 외교부의 '관계 개선 양국 협의 결과'가 동시에 발표되고, 문 대통령이 중국 균형 외교를 강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에 좋지 못 한 시그널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한미 동맹에 좀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4일 공식 논평을 통해 “한미가 굳건한 군사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해 북한 핵을 제거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어 “대한민국 외교에 있어 함께 전쟁을 치른 미국과의 군사 동맹과 북한과 여전히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금은 명과 청이 대립하던 광해군-인조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광해군 코스프레를 즉각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입장도 미묘하다. 일단 5일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한중 관계 개선에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고 알렸다.

 

외교부에 따르면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중 관계 개선 협의 결과를 환영했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 해제 및 한‧중 관계 개선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외교적 기반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3불 조치’(추가 사드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한미일 동맹을 지역 군사동맹화하는 세 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를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의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백악관 기자회견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3불 조치에 대해 "확정적(being definitive)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3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South Korea would give up its sovereignty in this area)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밝힌 중국 균형외교는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일뿐 과거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다르다”는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우리 외교부는 중국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을 통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석을 유도하는 등 다방면으로 중국의 지렛대 역할을 강조 및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 반응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방한을 앞두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동신문은 6일 논평에서 “트럼프는 전쟁 히스테리가 가져올 파국적 결과에 대해 숙고하고 분별없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며 경고했다. 

 

노동신문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 미국 본토에 핵재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조롱의 수위를 높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자정 외교부가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발표했다. 제재안은 북한의 불법 자금원 차단 등을 위한 북한 금융기관 관련 18명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일련의 흐름에 대해 외교안보 분야의 권위자인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주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과는 진전된 합의를 이뤄놨고 미국은 한미동맹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는 특별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특히 “트럼프는 이번에도 또 과한 쇼맨십을 연출하다가 부시가 그랬듯이 지쳐갈 것이고 북한이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되풀이되는 일이라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일본이 군사동맹이 아닌 것은 조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하고 상식적인 발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경화 장관의 3불 발언에 대해서는 “주권의 재량권을 축소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의 군사외교적 결정권은 주요한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표현하면 위험하고 항상 선택의 여지를 남겨놔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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