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일반 경제, 공공 인프라, 국제사회 등 대표 4대 분야 협력 강화

 

▲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9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사진=청와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의 교류 협력이 대폭 강화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9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4개 분야 27개 항목의 ‘공동비전성명’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방위산업 협력, 일반 경제교류, 국제사회 기여, 공공 인프라 지원’ 등이 있고 더불어 새로운 협의체 신설 합의도 포함됐다.

 

먼저 양국은 기존 ‘장관급 공동위원회’, ‘차관급 전략대화’의 효과에 대해 공감하고 외교국방 분야에서 2+2 회의 등 신규 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국 관계를 격상했다는 점이다. 공동성명 3항에 규정된 내용을 보면 양국 관계를 기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업그레이드 시키게 된다. 그 의미는 양국 외교협력 관계의 혜택이 해당국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와 전 세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조목조목 공동비전성명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방위산업이 동반자 관계의 핵심 

 

인도네시아는 국산 훈련기인 ‘T50’을 최초로 구입한 국가이다. 더불어 한국형전투기개발사업(KFX)을 공동으로 진행한 바 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최대 방산 수출 대상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교류 협력이 양국 관계 발전사의 핵심이다.

 

5항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방산 분야 협력이 상호 신뢰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표상임을 재확인”했고 이에 따라 연구개발 및 공동생산을 위해 모색하게 된다. 

 

양국은 조만간 잠수함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당장 인도네시아가 12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3척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헬기와 무인기 분야에서도 활발한 거래 협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교류의 키는 ‘자동차’

 

양국은 경제 교역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2022년까지 교역 규모를 300억 달러로 늘리고 한‧아세안 FTA와 더불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타결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관광, 콘텐츠, IT,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 증진을 도모하기로 했지만 도드라진 분야는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의 교역 증진이다. 한국 자동차 기업이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 차원의 환경 조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1항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산업 부처로 하여금 자동차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화체 신설 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경제교류 분야 중 "특히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야가 자동차산업"이라며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 수출국이라는 야심 찬 비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 9일 인도네시아의 한 호텔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과 포럼이 열렸다. 사진=청와대     

 

이는 우리 정부가 최근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약화되고 있지만, 그동안 현대자동차가 한국의 대표 자동차 수출 기업으로서 중국 시장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어 판매량이 감소한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아세안 지역 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포럼에서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를 생산거점으로 아세안에 300만대 정도의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 인프라 투자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중요한 부분은 공적 가치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은 양국의 국정 철학이 사람중심경제와 포괄적 성장인 것에 공감하고 교류협력의 방향이 양국 국민의 공공 복지가 증진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신경썼다.

 

그런 점에서 ‘물관리, 교통, 서민주택, 전력발전’ 등 국민 삶의 질 개선과 관련이 깊은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글로벌인프라펀드’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을 활용해 인도네시아의 공공 인프라 구축에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가 교통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린다. 양국은 19억 달러 규모의 교통 인프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자카르타 경전철 2단계 사업, 서민형 공동주택 187만호 건설, 까리안 광역상수도사업, 봉카 수력발전사업, 리도 신도시 1단계 개발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공공 투자협력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양국의 인적 교류 차원에서도 합의가 있었다. 양국 영사 및 출입국 관리를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매커니즘을 개발하기로 했고, 한국 거주 중인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허가제(EPS)를 발전시킨다.

 

국제사회 기여

 

▲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9일 보고르 대통령궁 가루다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사진첩을 선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국의 관계에 ‘특별’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공동선언에는 양국의 이익 뿐만이 아닌 국제사회 기여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많이 엿볼 수 있다. 

 

무려 9개 항에서 아시아와 세계 경제 및 안보의 측면에서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했다. 무엇보다 18, 19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북핵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양국은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엄중 우려를 표명하고 평화적 방식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또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아시아적 가치와 비전을 이야기했다. 21항에 따르면 아세안은 “사람 중심” 정책을 추진하고 문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공동번영 및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골자로 하는 대한민국의 대 아세안 관계 강화 비전을 발표했다. 조코위도도 대통령은 이런 문 대통령의 한국과 아세안 관계 비전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이를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20항에서는 2017년이 아세안 창설 5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동남아시아의 평화, 안정 및 번영 환경 조성을 위한 아세안의 역할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의 발전을 위한 인도네시아의 리더십도 높게 평가했다. 

 

또 22항에서 양국 정상은 UN, APEC, ASEAN+3, EAS, ARF, G20, MIKTA 등 국제무대에서 협력을 심화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방위산업 협력, 일반 경제교류, 국제사회 기여, 공공 인프라 지원’ 등 4개 지점에서 양국의 교류협력이 강화됐기 때문에, 양국 관계를 ‘특별하다’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가 동남아시아 국가와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도모한다는 차원의 공동비전 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 중 중요한 외교적 성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조코위도도 대통령을 2018년 방한 초청했고 조코위도도 대통령은 이를 기쁘게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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