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무역불균형 문제는 일반론 차원 합의, 2500억달러 경협 선물

▲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과 무역 불균형 문제를 논의했지만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 했다. 하지만 양국 간의 갈등이 노출되지 않고 협력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와 협력을 강화하고 대규모 산업 투자(2500억달러)를 도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무역 불균형문제를 상쇄하기 위한 시진핑 주석의 경협 선물 보따리는 풀렸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소통을 더 하자’는 차원의 일반론으로 귀결됐다.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1차 정상회담 했을 때와 비슷하게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 확인을 되풀이 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핵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제재’, 시진핑 주석의 ‘제재 대화 병행’이라는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양국 정상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단독 회담을 먼저 한 뒤 양국 각료가 참여한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후 양국 기업인 회의에 참석했다.

 

두 정상은 북핵 개발이 위협적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 의지를 다졌다. 시진핑 주석은 이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행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대북원유 공급 중단을 중국에 요구해왔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이에 호응하지 않고 '쌍중단'(북한 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역제안했다. 

 

단독 회담은 비공개라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지만, 이날 양국의 북핵 관련 합의 내용을 보면 양국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과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외부에 갈등 분위기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 과거 입장을 그대로 반복해 ‘차이’가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모습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미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견지할 것이고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견지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유지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와 시 주석은 우리의 공통된 약속, 즉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약속을 논의했고 우리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비슷한 논조를 유지했다.

 

경제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방문 중에 노골적으로 요구했던 것과 달리 우회 전략을 택했다. 

 

▲ 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양국 기업 회담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기업 회담 연설에서 "미중 간 무역이 일방적이지만 중국을 비난하지는 않겠다.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본다고 탓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전 정부(오바마 정부) 잘못이다"며 시진핑 주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의 대 중국 무역 불균형 문제를 강조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2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았기 때문에 트럼프 특유의 무역 적자 ‘투정’이 덜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체결한 협정은 미국에 거대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의 경협 선물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무역과 상업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무역 관계를 공정하고 상호 호혜 관계에 이르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가 근본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의식적으로 부각했다.

 

시진핑 주석은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상호 영향을 주는 미중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화’로 해결하자는 일반론을 주장했다. 시진핑 주석은 "미중 간 경제무역협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양국 간의 무역갈등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양국이 초강대국 G2 국가라는 차원에서 '신형 국제 관계'를 간접적으로 꺼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은 건설적이고 앞으로 미중간 대국 관계의 협력 방향도 결정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일치단결해 인류가 직면한 위험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라는 정도로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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