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패 전달, 결의에 찬 분위기, 유승민 연호,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 유승민 대표가  당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3일에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는 사실상 그 결과(유승민 당대표, 하태경·정운천·박인숙 최고위원)가 너무나 뻔했다. 중요한 것은 결과 보다도 위기의 연속인 상황에서 당의 공식행사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느냐, 당의 생명력이 아직 존재하는가 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번 당대회는 한마디로 당원과 당직자, 소속 의원들과 지도부가 ‘합심’하고 똘똘 뭉치기 위한 자리였다. 사회를 맡은 박종진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 정병국 전당대회 의장, 김중위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연단에 오른 모든 연설자들이 바른정당의 험난한 길과 극복 의지에 대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정병국 의장은 “(울먹이며) 순교자가 되고자 하는 의원들의 목에 걸린 밧줄이 보인다. 개혁보수의 길이 어려운 줄 알았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꽃길은 아니어도 모래밭길은 되겠지 했는데 가시밭길이다. 각자의 생각과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이걸 조율하고 합의하는 게 정치라면 이 정치의 길을 가보자”고 포부를 드러냈다.  

 

▲ 유승민 대표가 김중위 위원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전달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전국에서 모인 바른정당 당원들은 후보자 전원에게 이례적으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감사패에는 “당원의 자존심을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당이 위기에 처했음에도 끝까지 경선을 치르고(중략)”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후보들도 감사패를 받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정문헌 후보는 “감사패는 당원께 드려야 한다. 6명의 후보와 가치중심 정당을 지킨 당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 유승민 대표와 바른정당 당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당대회에서는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등 그동안 바른정당의 모습이 부족했다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하태경 후보는 “바른정당의 계속되는 위기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 지도부’일 것이라는 위기의식으로 심각하게 당의 과거를 자문해봐야 한다. 우리 새로운 보수가 낡은 보수와 무엇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 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보수의 적폐청산 투쟁을 가열차게 해야한다.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 잘 한다 못 한다 심판만 하고 있는 걸로는 안 된다. 당대표가 낡은 보수 청산 위원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 그거 보수 정권을 향하는 거 맞다. 그걸 우리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 우리가 나서서 MB 정부 뭘 잘 했고 뭘 못 했는지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바른정당이 현 정권의 적페청산 기조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소신을 밝혔다.

 

이는 한국당 통합파 9인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폭주'로 규정하며 맹비난했고 이를 탈당의 명분으로 삼은 것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자유한국당과 같이 문재인 정부 심판론·견제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하 후보는 홍준표, 친박, 김무성(홍박무)을 겨냥해 ‘낡은 보수 3종 세트’로 규정하고 이들이 한국당에 다 모였으니 바른정당이 앞장 서서 이들을 청산해야 한다고 결의를 보였다. 특히 ‘보수 분열’이라는 프레임의 비판을 두려워 하지 말자면서 “자신을 만나는 사람들이 (60대 이상) 한국당 가라, (50대 이하) 바른정당을 지켜라”라는 두 가지 진로를 이야기 하는데 앞으로 이런 프레임과의 싸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하태경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시 바른정당의 핵심은 ‘유승민’이다. 김중위 위원장이 책임당원(50%), 일반당원(20%), 여론조사(30%)를 합산한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유승민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대표로 선출된 것이 확정되자 현장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유 대표는 “어제 긴 연설문을 썼는데 무겁게 들어달라”고 당대표 수락 연설의 포문을 열며 “자랑스럽게 (바른정당을) 대표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대표는 당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구성원들(의원, 최고위원, 전 지도부, 원외당협위원장, 당원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유 대표는 “동지 여러분 놀랍다. 우리 춥고 배고프다. 다음 지방선거도 어렵다. 그런데 왜 여러분은 여기 계십니까. 우리에게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탈당한 통합파를 향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다 해봤지만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만큼 다 해봤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정말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 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지난 대선 때 220만명이 내게 표를 줬다. 이 한 표 한 표는 끝까지 개혁보수의 길을 가보라는 응원이자 명령이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 <위어 솔져스>를 빗대어 “국회의원 숫자가 줄어들어서, 원내교섭단체 깨져서 두렵나. 겁이나나. 나는 안 두렵다. 옳은 것이 성공하는 세상을 꼭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바른정당이 ‘정책 정당’으로서 거듭나겠다는 다짐도 했다.

 

유 대표는 “지난 대선공약을 재점검해서 지키고 수정할 것을 결정하겠다. 혁신성장, 중부담 중복지, 전술핵재배치와 제제 압박, 저임금 근로자와 여성 및 청년 차별 시정,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동개혁,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개헌, 권력기관 개편 등 바른정당 만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얄팍한 눈속임으로 꼼수를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유 대표는 “지방선거 기획단을 바로 시작하겠다. 당의 우선순위를 여기에 두겠다. 바른정당 후보로 당당히 나설 수 있는 흙 속의 진주이자 개혁보수의 투사를 찾겠다. 인재를 반드시 찾겠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생존할 수 있는 대안 정당으로서 모습을 갖춰 나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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