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물감

     홍성란

 

 

 

나무 안에 물감 있다

 

욕심 없이 한두 가지

 

물 햇빛 공기 흙 욕심 없이 서너 가지

 

꽃 피고 열매 열리는 저 착한

 

나무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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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나무들의 화려한 호흡이 밀고가는 가을의 끝에 서있다. 끝까지 호흡 늦추지 않고 분출하는 단풍의 색체처럼 처연한 것 있을까. 시인이 발견한 나무 안에 있는 물감은 어떤 향기가 날까? 우리가 나무라면 나는 어떤 나무일까. 인생의 가을날이 오면 나는 어떤 향기와 색깔을 남길 수 있을까? 마지막 물감 다 풀어쓰고 이제 맨몸으로 겨울을 건널 준비를 하는 나무들이 뿜어내는 물감의 향연을 숙연히 가슴에 안아보자. 그리고 찬바람 몰아치기 전에 내 안에 남아 있는 물감의 온도를 올려보자. 비울수록 채워지는 나만의 물감을 느껴본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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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시인 /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으로 등단.

시조집 『춤』『바람의 머리카락』한국대표 명시선 100『애인 있어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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