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기연 기자]권인숙 여성정책연구원장은 최근 청와대 청원으로 점화된 낙태죄 폐지 논란과 관련, 현행 제도에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별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권 원장은 15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개인적으로는 낙태금지법 폐지 운동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낙태금지법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형성되어 있다"며 "그것을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꼼꼼한 고민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연구원도 이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징병제와 관련한 논의에도 여성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성평등 관점에서 사회복무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효율적인 현행 징병제도는 개선되어야 하며, 사회복무제 논의가 그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논쟁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사회의 공적인 짐을 어떻게 나눠질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저출산 문제도 연구원의 주요 과제로 꼽으면서 이 문제는 성평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혼과 가족 개념의 변화부터 미혼모에 대한 인식과 지원 제도의 변화, 엄마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사회 전반이 총체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권 원장의 견해다.

 

'미혼모' 호칭에 대한 논의도 권 원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연구원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내달 6일 '미혼모 호칭 : 정체성 확인과 차별적 효과 사이'라는 주제로 양성평등정책포럼을 열 계획이다. '미혼모'라는 용어가 지원 정책을 펴야 할 기관과 미혼모 당사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권 원장은 "우리 사회에 성평등·젠더 이슈가 중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노동 수치 등 여러 지표를 보면 현실에서는 한계가 많은 상황"이라며 "여성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부처 및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의 유용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980년대 '부천 성고문 사건' 피해자로 잘 알려진 권 원장은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에서 석사, 클라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학 전문가다. 미국 남플로리다주립대 여성학 교수, 서울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명지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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