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와 한도 및 기한 없는 체결로 의미 깊어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스티븐 플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15일 오후 (현지시간) 통화스와프 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중앙뉴스/이형근 기자/ 우리나라가 캐나다와 한도 및 기한 없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16일 체결했다. 이번 체결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위기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이다. 가계로 따지면 마이너스 통장과 같다.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은 대상이 사실상 기축통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 통화스와프 협정 상대방에 기축통화국은 없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 협정은 기간 만료로 중단된 상태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는 경제 협력 등 여러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지만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위기시 대책으로는 충분치 않다.

 

캐나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 최상위인 AAA(무디스는 Aaa)를 받았으며 미국 달러, 유로존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위스 스위스프랑 등과 더불어 사실상 기축통화로 인정받는다고 한국은행에서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이래 가장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번 통화스와프 협정의 목적으로 금융안정이 명시돼있으므로 금융불안시 큰 안전판이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위기 발생 시 활용 가능한 강력한 외환부문 안전판을 확보했다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스와프는 사전에 최고 한도를 설정하지 않고 만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설계약이라는 조건도 파격적이다. 한국이 상호 무기한, 무제한 지원 형태로 양자 통화스와프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6개 주요 기축통화국들간 통화스와프 협정과 같은 형태의 표준계약이다. 캐나다가 경제·금융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한국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은 이 같은 기축통화국 통화스와프 네트워크 효과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됐다. 한국은 현재 중국,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통해 1168억 달러(미국 달러화 기준) 수준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연장 협의 중인 아랍에미리트(54억 달러)를 포함하면 양자 간 협정 대상은 5개국, 통화스와프 규모는 1222억 달러로 늘어난다.

 

한국 정부는 올해 들어 호주와 통화스와프 만기를 연장하고 규모를 두배로 증액한 데 이어 연이어 연장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와함께 기축통화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기 위해 캐나다중앙은행에 제안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

 

한은은 캐나다중앙은행과 수개월간 협의를 해왔으며 지난달 중순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밝혔다. 북한리스크가 다소 진정되긴 했어도 예전보다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된 것으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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