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천정배·정동영 주도, 국민의당 분당으로 가나, 평당원들의 반 안철수 심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민의당 내분 조짐이 일고 있다.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들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임계치에 다다른 것이다.

 

가장 큰 갈등요소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다. 안 대표와 측근들은 10월 들어 중도통합론을 앞세워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론을 부추겼지만 지난달 25일 내부 연석회의를 통해 ‘국정감사 이후 정책연대 논의’라는 결론으로 1차 통합론이 일단락 됐다. 

 

안 대표 측이 한 발 물러선 것이지만 최근 들어 다시 통합론이 솔솔 흘러나오는 중이다. 지난 14일 유승민 바른정당 신임 대표는 안철수 대표를 방문해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정책연대와 진지한 협력”을 논의했다.

 

▲ 지난 14일 유승민 신임 바른정당 대표는 안철수 국민이당 대표를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안 대표는 유 대표에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정당이다. 유 대표는 경제학자로 나는 벤처기업가로 시작했다. 함께 새로운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깊은 논의를 그리고 협력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통합과 연대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 대표 역시 “앞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양당 사이에 진지한 협력 그런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오늘 이렇게 방문하게 됐다. 짧은 시간이지만 대화를 통해 양당 간의 협력 또 우리 둘 다 야당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견제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까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호응했다. 

 

안 대표는 1차 통합론 실패를 고려해서 당장 통합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하고 있지 않다. 다만 바른정당과 정책 연대를 먼저 시도하고 궁극적으로 통합에 이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호남중진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 지난 2월1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 지역 순회 최고위원회의에 호남 중진 의원들이 모였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통합하면 2당이 되나? 골목수퍼 둘 합한다고 롯데마트가 되나? 이마트가 되나? 연합연대는 자동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하면 된다. 우리는 한 눈 팔지 않고 우리 물건 팔면서 국민과 함께 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이것이 다당제다”라며 안 대표의 바른정당 통합론이 다시 부각되는 것에 명백하게 반대의사를 표했다.

 

천정배 의원도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바른정당을 적폐와 가까운 세력으로 규정하고 그런 유사 적폐와 연대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단언컨대 소멸의 길”이라고 표현하면서 강하게 반대했다.

 

정동영 의원은 안 대표의 자격을 문제삼았다. 정 의원은 16일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안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유가 당의 지지율을 두 달 안에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천명했는데 지금 전혀 안 오르고 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진 의원들은 말만 하지 않고 실제 통합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조직을 꾸리고 있는 모습이다.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은 최근 회동을 갖고 관련해서 가칭 '평화개혁연대'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많은 호남의원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상돈 의원 등 비례대표 의원들 중 일부가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패이스북에 “평화개혁연대는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자는 의원들의 자발적인 당내 써클이지 분당이나 신당 창당을 위한 모임이 아니다”고 했지만 사실상 “평화개혁연대는 어떤 경우에도 정체성과 가치는 지키지 애매모호한 중도보수대통합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 안 대표의 통합론에 대항하기 위한 조직임을 인정했다.

 

박 의원은 특히 안 대표가 중진 의원들에게는 통합 안 한다고 말하면서 하루이틀 지나면 본인의 입에서 통합과 연대의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안 대표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바른정당과의 중도 통합은 다당제를 표방하는 국민의당 창당 정신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당원 여론도 심상치 않다. SNS 상에서 현재 '안철수 출당을 위한 당원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 국민의당 일반 당원이 안철수 대표에 대한 반감을 담아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국민의당 당원 패이스북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은 18일 패이스북에서 ‘안철수 출당 서명 운동’에 찬성한다면서 안 대표를 맹비난했다. 

 

조 전 위원은 “반발로 시끄러워지면 2~3일 쉬었다가 또 하고 맹목적 지지자들 앞장 세워서 당사에 통합 찬성 서명운동을 받고 이상돈 출당 집회하고. 단순하게 바른정당 통합만이 문제가 되었다면 정치적 노선 경쟁으로 선비답게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당 운영하는 것도 시장잡배들 모아놓고 협박하는 수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안 대표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이 17일에 안철수 출당 서명운동에 찬성한다는 뜻을 자신의 패이스북에 밝혔다. 사진=조성은 전 위원 패이스북     

 

한편, 오는 21일 국민의당 진로를 놓고 끝장토론이 열릴 예정이다. 이날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호남중진 의원들은 끝장토론이 끝나자 마자 바로 평화개혁연대 창립 서명을 받고 별도 사무실까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국민의당이 반으로 쪼개지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평화개혁연대에 참여할 의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부분이 중요해졌다. 만약 20명 이상이 되면 안 대표는 회복할 수 없는 레임덕에 빠지게 될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는 당연히 터져나올 것이고. 21일 이후 국민의당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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