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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이 그리운 이유

   자연 김경희

 

 

그게 그러니까

꿈결 속에 만났을까요

초면인 그대와

숲 속에서 길을 잃었어요

 

칠흙 속 헤매이다가

눈 덮인 오두막집에

등불이 흔들려

두 손을 꼬옥 잡고 들어갔지요

 

기약없는 설레임이

연약한 뼈 사이를 적시고

놀란 별들마저 잠들어

그 오두막집은 흔적없이 사라졌어요

 

하얀 눈이 흩날리기 시작하면 스멀스멀

허공 속 오두막집에

갇혀있던 그대들이

자꾸만 이름을 불러대는 소리가 들리잖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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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월동 준비를 채 다 하지도 못했는데 때 이른 첫눈이 잠시 내렸다.

시국적으로 어수선하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잠시 하얀 위안이라도 주고 싶었던 것일까?

계절의 바퀴는 굴러간다.

저마다 가슴속에 보석처럼 빛나는 그리움 있어서 팍팍한 현실을 그래도 견디며 사는지도 모른다. 잠시 눈을 감고 하얀 눈발 같은 그 풋풋한 첫 사랑의 기억, 그 설렘을 반추해본다.

첫사랑이 그리운 이유가 존재하는 한 삶은 그다지 건조하고 냉정하지만은 않을 것이므로... 첫눈, 첫사랑 세상의 모든 ‘첫‘!  이것은 환희와 신비로움 그리고 그리움의 영원한 화두다. 순백의 첫눈이 내리는 이유는 첫사랑이 그리운 이유다. 잠시 시 속에서 꿈꾸듯 달콤했다. 이 또한 우리에게 詩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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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김경희 시인 /

50년대 저항시인 김악의 3녀

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

자연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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