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 감독들과 스태프들, ‘김주혁·김지영·김영애·윤소정’ 추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영화에는 숨은 주인공들이 많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감독과 배우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고가 들어간다. 또 영화계에는 큰 영화도 있고 작은 영화도 있다. 작은 영화를 만든 무명의 감독들은 자신만의 철학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25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2017 청룡영화상은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인들을 소개하고 이들에게 상을 수여했다. 

 

신인 감독상은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에게 돌아갔다. 연애담은 여성 동성애를 일상적으로 담담하게 풀어내 평단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감독은 “연애담은 최다관객상을 받은 택시 운전사의 세발의 피도 안 되는 소수의 분들이 봐준 영화(관객수 2만3913명)다. 모든 제작진이 신인으로 처음 단편 영화를 만들어봤다. 그분들이 많이 견뎌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 <연애담>을 연출한 이연주 감독. 사진=SBS     

 

단편영화상은 곽은미 감독의 <대자보>가 받았다. 곽 감독은 “단편영화만 계속 제작해서 부모님께 죄송했다”며 돈이 되지 않는 작은 영화를 만들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했다. 영화는 대자보를 썼다는 이유로 교수로부터 고소를 당한 주인공이 친구들과 연대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대자보는 오는 30일부터 열릴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기도 하다.

 

▲ 곽은미 <대자보> 감독. 사진=SBS     

 

스태프상 부문의 첫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정진영 배우는 “초록물고기를 찍을 때 영화감독의 꿈을 품고 연출부에서 일한 적이 있다”면서 “오늘날 대배우 송강호도 그때는 익명 배우였다. 영화 현장의 수많은 스태프들이 익명으로 일하고 익명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스태프상의 의미를 되새겨 준 것이다.

 

가장 먼저 기술상은 <악녀>의 권귀덕 무술감독이 받았다. 스스로를 ‘스턴트맨’이라고 칭하는 권 감독은 “왜 저에게 이런 상을 주시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너무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 감독은 2006년 <방과후 옥상>에서 처음 무술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95편의 영화에서 무술팀을 이끌어왔다. 2008년 개봉한 <우린 액션배우다>에서는 본인이 직접 주연으로 출연하며 액션스쿨에서 배우의 꿈을 키우는 자전적 역할을 소화할 만큼 스턴트맨으로서 자부심이 크다.

 

촬영조명상은 <불한당>의 조형래 촬영감독과 박정우 조명감독이 받았다. 불한당을 만든 29명의 촬영조명팀을 대표해서 두 사람이 상을 받은 것이다. 조 감독은 현재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촬영을 공부하고 있고 2002년 단편영화 <킬링타임>을 시작으로 꾸준히 단편에 참여하며 촬영 경력을 쌓았다. 박 감독은 2007년 <궁녀>를 시작으로 <곡성> <부산행> <범죄도시> 등 23편의 작품에서 촬영조명팀으로 일한 베테랑 영화인이다.

 

편집상은 <더킹> 신민경 편집감독에게 돌아갔다. 신 감독은 예술고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대학에서 편집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1996년 <유리> 조연출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후로 꾸준히 편집인의 길을 걸었다. 신 감독은 21년 동안 109편의 상업영화에 참여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음악상은 <택시운전사> 조영욱 음악감독이 받았다. 조 감독은 1997년 <접속>부터 67편의 영화에서 음악 작업을 맡았다. 〈친절한 금자씨〉 〈혈의누〉 〈올드보이〉 〈클래식〉 등 음악이 돋보인 영화에서 음악 연출의 역량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술상은 <군함도> 이후경 미술감독이 받았다. 이 감독은 2003년 <살인의 추억>에서 세트 담당으로 영화 일을 시작한 이후 20편의 작품에서 연출, 각본, 미술 등 다양하게 활약했다. 특히 <곡성> <터널>처럼 공간이 부각된 작품의 배경을 만들어냈다.

 

▲ <군함도> 이후경 미술감독은 지옥섬이라 불리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사진=SBS     

 

하늘의 ‘별’이 된 영화인

 

유독 올해는 우리 곁을 떠난 영화인이 많았다. 청룡은 그분들을 위한 시간을 잠시 마련했다. 차태현 배우가 무대에 올라 “김주혁, 김지영, 김영애, 윤소정. 그분들은 진짜 영화인이었다. 사랑해요. 형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준비된 영상이 시작됐다. 짧은 영상이 끝나고 모두가 숙연해진 분위기에서 진행을 해야하는 MC 김혜수 배우는 울먹거렸다. 과거 에서 함께 출연한 바 있어 더 큰 슬픔을 느끼는 듯 했다. 김 배우는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게 쉽지 않다. 진심으로 네 분의 평안을 기원한다”며 목이 멘 듯 다음 진행을 위해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 차태현 배우가 故 김주혁 배우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SBS   

 

“남은 세월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카메라 앞에서 살겠다.” (배우 김지영/1938~2017) 

 

“배우와 스타는 다르거든요. 스타는 외로운데. 배우는 행복하다.” (배우 윤소정/1944~2017) 

 

“나는 배우인 게 좋다. 다음 생에도 배우로 태어나고 싶다.” (배우 김영애/1951~2017) 

 

“영화에선 상 처음 타본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연기에 목마르다.” (배우 김주혁/1972~2017)

 

다음은 기타 부문 수상자다.

 

신인감독상 - <연애담> 이현주 감독 

단편영화상 - <대자보> 곽은미 감독 

기술상 - <악녀> 권기덕 스턴트맨

촬영조명상 - <불한당> 조형래, 박정우 

편집상 - <더킹> 신민경 

음악상 - <택시운전사> 조영욱

미술상 - <군함도> 이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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