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지닌 치유의 힘으로 삶에 지쳐있는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고파"

 

▲ 대한민국 기록문화대상에서 개인부문 최고기록상을 수상한 오선장 이계향 시인. ©오은서 기자

 

[중앙뉴스=오은서 기자] 경상북도 영덕 출신인 오선장 이계향 시인이 105번째 시집 『시인의 돋보기』를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무려 12,600여편이 넘는 시가 실려있는데 이같은 결과로 시인은 지난 3일, 한국기록문화대상위원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기록문화대상에서 개인부문 최고기록상을 수상했다. 이에 <중앙뉴스>에서는 잠자는 영혼을 무지갯빛으로 일깨우며 ‘생명 사랑’에 대한 빛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오선장 이계향 시인을 만나봤다.  

 

▲시를 출간한 지 14개월 만에 12,600편을 넘어 섰습니다. 한국 문인으로서는 제 1호로 최고 기록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제 시의 모토는 생명을 살리는 ‘치유’ 입니다.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갯빛 향기를 105권의 시집에 담아 세상에 전하고 싶었어요. 사실 시를 1년에 10,000편 넘게 쓴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죠. 엄청난 양의 시를 작업하다 보니 중간에 건강이 악화돼 한 쪽 팔이 마비되기도 하고 출간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어요. 그때 저를 일으킨 것은 제 시로 한 분이라도 절망과 좌절에서 빠져나와 살아갈 힘을 다시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어요. 시를 쓰기 시작하고부터는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의 슬픔, 고독, 절망과 같은 감정을 내 것으로 끌어 앉고 그것을 시로 승화시켰어요. 105권에 담은 12,600편의 시는 12,600개의 무지개를 상징합니다. 그 빛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파돼 더욱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이 현실화 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사합니다.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딸이 하나 있어요. 7년 전쯤 대학 입시를 앞두고 갑자기 원서를 내지 않겠다고 했어요. 보통의 엄마들처럼 자식과 씨름하지 않고 딸의 의사를 존중해서 잠자코 있었지만 내심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딸이 눈치 채고 위로해 주면서 “엄마는 글 쓸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이더라. 블로그에 엄마의 글을 한 번 올려 보는 게 어때요?”라는 제안을 했어요. 결국 딸이 대학에 가지 않고 화해의 매개체로 블로그를 제시한 것이 제가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까 지금은 딸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블로그라는 프리즘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니 하나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에 지쳐있었어요. 가족 안에서도 소통이 원활하지도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감정을 분출할 곳이 없어 그 억울함, 상실감, 분노를 글로 표현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블로그 이웃들에게 저는 댓글 대신 창작 시를 지어드렸어요. ‘당신은 살아 있는 생명 자체로 존귀하다’는 메시지를 담아서 위로와 격려를 보낸 것이죠. 그러자 블로그 방문자가 천 명에서 만 명 단위로 불어나더군요. 결국 이런 무지갯빛 희망이 서로에게 전파되면서 제가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것입니다. 

 

▲최초로 지은 시 제목이 ‘돌무덤’인데 어떤 감성으로 표현하셨나요. 

경북 영덕에 있는 깊은 산골짜기 마을에서 일곱 형제 중에 장녀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무지개가 뜨는 동산에서 새, 꽃, 나무를 보며 가족들과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머니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시집오셔서 대가족을 위해 삼십인 분의 밥을 짓는 일을 기쁘게 하셨어요.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셨던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그 당시의 저도 영혼의 밥을 짓는 시인의 싹을 틔웠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일곱 살 때 밑으로 두 살 터울인 동생이 있었는데 늘 누나인 저를 이기려고 때를 써서 치고 박고 싸우기도 많이 했어요. 그런 동생이 어느 날 아침, 자연사로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을 했어요. 동생이 죽은 그날부터 저는 가슴 속에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를 담고 살았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오열을 하면서 산 밑에 작은 돌무덤을 쌓았고 동생이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오얏을 하나씩 돌무덤에 묻으며 절망도 같이 묻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큰 슬픔 속에서도 남은 가족들을 위한 새로운 새벽을 준비하기 위해 돌무덤을 떠나 왔습니다. 일곱 살 때 동생의 돌무덤에서 받은 상처가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가 사십 년이 지난 후, 시를 쓰려고 하자 가장 먼저 생각나더군요. 그동안 잊은 줄 알았던 동생에 대한 기억이 ‘돌무덤’이라는 시로 치환되면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습니다. 

 

머리가 아닌 영혼으로 시를 쓰면서 그 시절의 어린 동생과 교감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경험한 동생의 죽음이라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고, 그 상처가 사십 년 동안 돌덩이처럼 제 가슴에 남아 있었던 거죠. ‘돌무덤’ 이라는 시를 쓰면서 비로소 그 상처를 치유했고 동생에 대한 슬픔을 아름다운 이별로 승화시켰습니다. 

 

▲시인의 작품에 영향을 준 시인과 작품집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이란 시로 표현한 타고르와 님을 떠나보내는 여인의 정한을 노래한 한용운의 ‘님의 침묵’, 현재의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역동성을 노래한 롱펠로우의 ‘인생찬가’를 좋아합니다. 특히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이란 표현답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닌 저력은 대단합니다. 유럽으로 여행을 가보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향토음식이나 생활용품이 얼마나 정교하고 훌륭한 것인지 알 수 있어요. 또한 분단의 아픔을 더 큰 에너지로 승화시킨 ’한민족의 얼이 지금의 케이팝 문화를 만든 저력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시 안에 치유 능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제 시에는 ‘나에게서 너에게로 가는 길’, ‘시간에서 공간으로 가는 길’, ‘생(生)에서 사(死)까지 가는 길’처럼 신비롭고 청아한 하늘과 땅 가운데 있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을 순수하게 풀어썼습니다.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주인공으로 살면서 ‘나 자신을 즐겁게 찾아가는 과정’이 곧 치유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아리랑 같은 기쁜 노래 가락으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강연과 함께 책 기증도 많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수상 경력도 꽤 있으시지요.

105번째 시집 출판을 기념해서 대구동중학교를 방문해 시 낭송 세미나와 특강을 가졌어요. 이어 오후에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으로 아픔이 있었던 성서초등학교를 방문해 시집 105권을 기증했습니다. 곧은 성품을 지닌 미래의 리더가 배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한국방송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스토리 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했어요. 시는 예(禮)라는 생각을 실천한 공로로 경주 이씨 중앙회에서 ‘효녀상’을 받았습니다. 

 

▲일반인들이 시를 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특히 요즈음 사람들은 일터에서 경쟁이 심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억울하고 화나는 분노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지 못하면 중독이나 우울에 빠지게 되죠. 마음이 힘드신 분들은 잠시라도 짬을 내어 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여백과 여백사이의 시를 보면서 차를 마시듯 천천히 음미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내 마음의 순수함이 회복되고 어느새 울적한 마음도 가라앉게 됩니다. 직접 시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만의 노트에 솔직히 써내려간 시 한편이 멋진 창작시가 되고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유쾌한 해학이 되기도 하죠. 무엇보다도 시를 쓰면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는 시가 있어요. 시가 춤이 되고, 노래가 되고, 아기가 되고, 모성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생각을 시처럼 하면 인생이 즐거워져요.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시를 쓰고 또 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포부가 있으신가요.  

우선 전국을 순회하면서 학생들이 마음에서 나오는 다양한 에너지를 글로 표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아무리 세상이 힘들어도 사람들이 거기에 묻혀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시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요. 특히 제 시가 슬픔이나 아픔을 느끼는 분들에게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가족을 넘어 남북 평화와 세계 평화, 나아가 온 지구에 대한 사랑으로 하나가 되도록 희망을 노래할 것입니다. 

 

이제껏 그래 왔듯이 시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개인 시 기록 부문에서 기네스북에 등재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노벨문학상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또한 전 세계를 순회하며 무지갯빛 한글 시(詩)의 우수함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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