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선 울산강남고등학교 학생회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1월23일 일주일 연기된 수능이 치러졌다. 전국민이 수험생의 컨디션 난조를 걱정했다. 대한민국에서 수능이란 청소년들의 진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학입시의 바로미터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다.

 

개개인의 적성과 성향이 어찌됐든 대부분의 청소년은 수능을 겪는다. 실제 약 60만명의 전국 고등학교 3학년생 중 73%인 44만4873명이 올해 수능을 치렀다. 청소년은 좋든 싫든 수능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 즉 객체로 존재해야 한다. 수능과 대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학교와 어른들에 맞서 청소년도 인격적 주체라며 권리 보장을 위해 맞서 싸우는 청소년이 있다. 

 

▲ 이은선 학생회장은 청소년 참정권 확대 운동의 일환으로 선거권 연령 인하와 참여형 민주시민 교육을 주장한다. 사진=이은선 회장 제공

 

이은선 울산강남고등학교 학생회장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수능을 보지 않았다. 보통의 고3들처럼 경쟁적인 입시체제에 맞는 수능 대비를 하지 않았다. 물론 대입에 응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지만 남들처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 공부에 치중하지는 않는다. 이 회장의 관심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부당한 인권 침해에 맞춰져 있다. 비합리적이고 차별적인 학교의 각종 규율과 선생님들의 태도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다음은 23일 수능 당일날 이 회장과 인터뷰한 일문일답이다.

 

▲ 수능날(23일)인데 오늘은 뭘 했나? 수능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청소년 인권연대 추진단’ 관련해서 회의를 했다. 청소년들 몇몇이 모여 청소년 인권 문제를 환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이다. 울산 교육 당국이 청소년 인권 문제에 무감각하다. 김복만 울산교육감은 지금 감옥에 갔는데 그걸 떠나서 울산 교육청은 딱 입시위주교육 체제 하에서 성적을 올리는 것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예산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한 것을 갑자기 철회하기도 하고. 수능은 안 봤다. 나는 이미 6군데 대학교에 원서를 넣긴 넣었는데. 적어도 학점과 스펙 쌓는 의미로서의 대학 입학이 아니라,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하고 공부를 할 수도 있고 해서 그런 의미의 대학 교육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성공회대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중학교 때 확실히 느꼈던 게 우리나라에서 학교는 수능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주입식 교육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특히 수능 못 보면 망한다는 인식을 주입시킨다. 대입과 관련해서도 학생마다 학생부종합전형, 수시, 입학사정관제 등 다양하게 대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교과 수업과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분위기 자체만 보면 과거보다 수능에 대한 위상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수능으로 상징되는 객관식 시험 위주의 평가가 만연하다. 그래서 대외활동이나 다양한 재능을 발휘할 여유가 없다. 

 

이런 게 있다. 정권도 바뀌고 분위기는 변화하고 있지만(자유학년제 시행, 고교평준화 강화 등) 어찌보면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더욱 입시위주교육과 수능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 학생들이 다양한 입시를 준비하느라 수능을 경시할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고 반작용적으로 강하게 나오는 측면도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수능 외에 입시전형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더 학교에 가둬두려는 마인드 같은 거다.

 

▲ 문제제기하는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부당한 차별이나 피해를 받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수업시간에 대놓고 내 이름을 언급해서 비아냥대기도 하고, 칠판에 사자성어를 쓰고 나를 염두에 둔 말을 하기도 했다. 가장 듣기 싫은 건 “권력이 생기고 나서 하라”는 식의 냉대와 조소다. 특히 학생회장이 공부도 안 하고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나는 NGO쪽으로 활동하고 진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나중에 정치할 거냐고 자꾸 묻는다. 못마땅하게 여기는 거다. 한 번은 SNS에 심경글을 올렸는데 선생님이 그걸 프린트해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비난한 적도 있다.

 

내가 학교에 자꾸 문제제기 하니까 교장 선생님이 부모님을 불러서 “자신이 은선이 때문에 피해를 본다”며 내 탓을 한 적도 있다. 그때는 너무 속상했다. 또 두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어서 일부러 파마를 하고 학교에 갔는데 나한테 뭐라 하는 게 아니라. 파마한 다른 친구를 불러서 연대책임을 물었던 적도 있었다. 어차피 나한테 말하면 안 먹히니까 다른 학생에게 “물들었다”는 식으로 혼내면서 나를 압박하는 것이다. 나는 자꾸 뭔가 주장하고 잘못된 제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런 이미지가 형성되다 보니. 계속 당당한척 힘든 내색을 안 하게 된다. 나도 사람이라 상처도 받고 마음도 여린 측면이 있다. 힘들어서 수업도 안 들어가고 눈물 흘린 적도 많았다.

 

▲ 구체적으로 학교에 문제제기 했던 것들은 어떤 건가?

‘교칙’과 관련된 게 많다. 우리 학교는 하복을 입을 때 안에 티를 못 입게 한다. 입더라도 하얀색만 입어야 하는데 왜 색상을 규제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항의했다. 체육복도 체육시간에만 입게 했는데. 다음 시간이 체육시간이거나 피구대회가 있어서 미리 체육복을 입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왜 미리 입고 있냐면서 일부러 수업을 늦게 끝냈다. 문제제기 했더니 그 선생님은 학생회장인 나를 탄핵시키겠다고 겁을 줬다. 단순히 홧김에 한 말이더라도 규정에 따르면 학생이 뽑아준 선출직인데 교사가 맘대로 학생회장을 물러나게 할 수 없다. 그런 말 자체가 학생 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본다. 또 교사들이 휴대폰을 맘대로 압수해간다. 원래 정해진 룰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걸리면 벌점 10점 부여가 규정이다. 그런데 무작위로 압수하는 것이다. 나는 휴대폰 문제는 청소년에게 매우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했고 덕분에 ‘교칙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 학생 인권을 이야기하면 꼭 ‘교권 침해’ 이야기가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권의 다른 말은 ‘교사의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권위 의식이 너무 심하다. 먼저 본 사람이 인사하면 되는데 꼭 학생이 보지 못 해서 인사를 못 해도 계속 앞에 세워놓고 반복해서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한 번은 내가 등돌리고 벽을 보고 있는데도 인사 안 했다고 혼냈다. 그러다 보니 때리기도 하는 것 같다. 체벌이 아니다. 교복마이를 안 입고 있다고 머리를 때렸다. 학생부 임원들이 떠들었다고 책으로 머리를 때린 적도 있다. 청소년이 인격적 주체로서 존중받는 교육환경에서 성장했다면 절대 교사들에게 함부로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 존중받지 못 해왔기 때문에 누구를 존중하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폭력과 통제 위주의 교육환경을 바꾸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만이 교사의 품격과 권리도 보장되지 않을까. 학생들이 인격적 주체로서 좀 더 성숙하다면 선생님께 대들겠는가.

 

▲ 다양한 청소년 인권 관련 활동을 해왔던 이은선 학생회장. 사진=이은선 회장 제공    

 

▲ 청소년 인권 문제에 눈을 뜨고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

초등학교 때부터 성희롱하고 성추행하는 교사들이 있었다. 왕따를 당해서 선생님에 도움을 청했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되고 무력한 모습만 봤다. 교사가 남학생들을 발로 차는 문제도 지적했는데 가볍게 무시됐다. 간단히 말해서 선생님들의 무능함과 폭력성 때문에 이렇게까지 된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폭력을 당했는데 그때 사진도 찍어놓고 물증을 남겨놓고 선생님께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니 “곧 졸업하니까 그냥 넘어가자”는 말만 들었다. 학교에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고 해결해줄 생각 자체가 없었다. 

  

▲ 선거권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

청소년이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청소년 인권이 더욱 무시된다. 투표권이 없으니 학교와 선생님들의 안하무인식 태도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청소년 때부터 투표를 해봐야 자신의 권리를 의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단순히 투표권을 주는 문제를 넘어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시민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참정권의 일환이다.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정치적 권리를 인식하고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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