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안 수정, 한국당 강력 항의, 법정시한 4일 넘겨 통과, 정세균 의장의 원칙 고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8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힙겹게 통과됐다. 

 

6일 자정을 넘긴 시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의사봉이 세 번 두들겨졌다. 4일 17시께 여야 원내대표 3인(우원식·정우택·김동철)이 2018년도 예산안 관련 협상을 타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본회의 처리는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 5일 11시에 본회의가 열렸지만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정회가 선포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표결 결과는 재적298인·재석178인·찬성160인·반대15인·기권3인이다. 통과된 예산 총액은 428조8339억원이고 이는 정부 원안보다 1375억원이 삭감된 액수다.  

 

▲ 재적 298인의 과반을 넘어선 160인의 찬성으로 2018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국회방송)    

 

예산안의 내용

 

구체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예산인 복지 부문은 144조7000억원이 편성됐다. 일반·지방행정은 69조원, 외교·통일은 4조7000억원, SOC(사회간접자본)는 19조원이 편성됐다. 여야 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 원안과 달리 복지 부문은 1조5000억원이 줄고 SOC는 1조3000억원이 늘었다.

 

▲ 지난 8월 정부가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 원안. (자료=기획재정부)     

 

여야가 지난 4일 합의한 내용에 따라 새로 채용하는 공무원 규모는 2746명이 감원된 9475명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부담을 느낄 소상공인이 보상받을 기금은 2조9707억원이 책정됐다. 이 기금은 2019년도 예산안에 책정될 예정이지만 내년에 정부가 간접 지원 방식으로의 전환 방안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아동수당(만0~5세)과 노인 기초연금(만65세 이상)은 각각 월 10만원과 25만원이 지급된다. 하지만 지급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에 유리할 것을 견제하기 위한 야당의 반발로 2018년 9월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특히 아동수당은 소득 분위 상위 10%의 고소득 가구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노인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가 지급 대상이다.

 

이날 통과된 것은 예산안 뿐이 아니었다. 핵심 예산 부수법안인 소득세·법인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소득세는 과표 3억∼5억원 구간에 세율 40%를 적용하고 최고 과표구간인 5억원 이상을 신설해 42% 세율을 적용한다. 법인세도 과표구간 3000억원을 신설해 세율 25%를 적용한다. 

 

▲ 5일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표결 단속을 하기 위해 논의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기싸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4일 합의문 발표 직후부터 5일 밤까지 긴급 의총을 수시로 열었다. 의총에서는 정우택 원내대표의 예산안 합의문 서명을 두고 커다란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한국당 의원들은 몇몇을 제외하고(김현아·신상진·주호영) 예산안 본회의 표결에 집단 보이콧 했다. 

 

▲ 5일 오전 11시에 열린 본회의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의장석에 올라가 정세균 국회의장과 본회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한국당이 긴급 의총으로 본회의장을 비운 시점인 22시 즈음 본회의를 속개했고 슈퍼리치 증세를 위한 법인세·소득세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정 의장이 오전 11시에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들의 불참을 이유로 정회를 결정했으면서 이후 본회의에서는 자신들의 불참에도 속개를 강행했다며 의장석으로 다가가 집단 항의했다.

 

정 의장은 이에 여야 원내대표가 이미 전날(4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당일에도 오전부터 밤까지 11시간이 넘게 한국당이 고민할 시간을 줬기 때문에 원칙대로 본회의를 속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예산안 통과 직후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의 참혹한 재정위기는 사상 최악의 예산안을 뒷거래로 야합한 정치세력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이어 ∆공무원 증원 규모에 대한 과학적 산출 근거 제시 ∆공무원 연금 적자 해결방안 ∆민간기업에 최저임금을 보전해 주겠다는 망상을 2019년까지 지속하면 안 된다는 점 세 가지를 문재인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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