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자 복직·보도제작 자율성 등 산적한 과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영화 ‘공범자들’을 통해 공영방송 장악 문제를 널리 알린 최승호 PD가 MBC 신임 사장이 됐다. 백종문 전 MBC 부사장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된지 5년 6개월(1997일) 만에 수장으로 명예롭게 친정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지난 2016년 영화 '자백', 2017년 영화 '공범자들'을 제작하는 등 사회고발성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사진=최승호 사장 패이스북)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7일 오후 최승호 뉴스타파 PD를 신임 MBC 사장으로 결정했다. 이날 방문진은 사장 후보 3인(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최승호 PD·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에 대한 최종 면접을 진행하고 패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했다. 이후 표결을 거쳐 이같은 결정을 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3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까지 참여하는 주주총회가 이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11월 13일 김장겸 전 MBC 사장이 해임된지 한 달여 만이다. 

 

이날 면접은 방문진 이사 9명 중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은 불참했고 현 여권 추천 이사 5명만 참석해 진행됐다. 면접 후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2차 투표를 진행했고 여기서 최 사장이 몰표를 받았다. 방문진은 앞선 1일 공개적으로 정책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최 사장은 1986년 MBC에 입사한 32년 차 저널리스트로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사건·2010년 검사와 스폰서·4대강 수심 등 각종 특종 보도를 통해 <PD수첩>을 이끌었다. 

 

2012년 6월 MBC에서 해직된 이후에는 뉴스타파에서 앵커이자 PD로 활동하면서 조세회피처·이건희 성매매 등 굵직한 보도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 최승호 사장은 아마 바로 보도 제작 시스템을 손볼 것으로 보인다. (사진=최승호 사장 패이스북)     

 

최 사장은 1일 진행된 정책 설명회에서 “MBC는 무엇보다 재밌는 프로그램을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국민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보도 제작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회복해 다시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MBC 사장으로서 가장 먼저 보도 제작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최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스템 확립 △외주제작사와의 공정한 계약 관계 수립 △비정규직 직원 처우 개선 △해직 및 부당징계 언론인 정상화 △공영방송 파괴 관련 진상조사 △시용 구성원들 관계 정립 등 산적해 있다.

 

이미 지난 5일 MBC 해직 언론인 5인(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강지웅 전 노조 사무처장·박성호 전 문화방송 기자협회장·박성제 기자)에 대한 복직이 결정됐다. MBC 노조(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가 먼저 사장 후보 3인에 ‘노사 공동 선언’ 합의문을 통해 해직자 즉각 복직을 요구했고 3인은 이를 흔쾌이 받아들인 것이다. 

 

MBC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 사장에게 “방송장악의 어두운 잔재에 대한 신속하고 단호한 청산”을 요구했다. 

 

노조는 “정권의 MBC 파괴 공작·불공정 편파 왜곡 보도·불법 해고와 대량 징계와 유배·블랙리스트 등 노동법 위반과 인권유린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반성과 청산이 전제돼야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신뢰받는 공영방송 MBC를 재건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최 사장은 당장 MBC 구 경영진이 연루된 각종 송사들(해직자 및 미디어오늘)을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또 MBC 장악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배현진 앵커를 비롯 보도국 인사 교체도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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