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DJ 비자금 허위 제보, 호남 지지자 해프닝, 국민의당 원내외 통합 여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친안계로 알려진 박주원 최고위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허위 제보 논란으로 내부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결국 국민의당 친안·비안 지지자들이 호남에서 각각 불만을 표출하고 국민의당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냉각기에 들어서는 형국이다. 

 

시작은 8일 터진 박주원 최고위원의 2008년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허위 제보 의혹이었다. DJ 정신 계승을 천명한 국민의당은 그날 발칵 뒤집혔고 의원총회를 긴급 소집했지만 안 대표는 예정대로 대외 일정을 소화했다. 이에 의총에서 호남 중진 의원들은 ‘지금 대표가 지방 행사에 참여할 상황이냐’며 성토했다. 

 

▲ 박주원 최고위원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DJ 제보자 논란과 관련해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에 기자들에게 안 대표를 긴급 호출하기로 했다면서 “호남 일정(9일 목포·10일 광주·11일 전북 2박3일)에서 사고가능성이 생길 수 있어서 안 대표가 호남에 내려가는 것을 재고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호남에서 일이 터졌다

 

우려한대로 사건이 터졌다. 10일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제1회 김대중마라톤대회>가 열렸는데 현장에서 친안·비안 지지자들의 폭언과 날계란 세레가 있었던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박지원·천정배·장병완·최경환·박준영 의원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개호 의원·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10일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안철수 대표와 아내 김미경 교수. (사진=연합뉴스)     

 

의원들에 대한 소개가 진행될 때 60대 남성이 “김대중 비자금 공갈을 그렇게 해놓고 여기가 어디라고 오나. 안철수는 간신배 같은 사람이다. 김대중 욕 먹이는 거다. 안철수 물러가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60대 여성이 “박지원 물러가라 이 개놈의X 나라 팔아먹을 박지원X”라고 욕설로 응수했다.

 

분위기가 수습된 10시40분 즈음 60대 여성 A씨가 마라톤 출발석에 자리한 박지원 의원에 날계란 1개를 던졌고 계란은 박 의원의 오른쪽 어깨에 맞고 안경과 얼굴에 그대로 묻었다.

 

박 의원은 “내가 맞아서 다행이지”라며 “굉장히 염려했지만 다행히 나한테 던진 것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 10일 마라톤대회에서 날계란을 맞은 박지원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사고가 터질 것을 알면서도 통합론에 반대가 가장 심한 호남을 현 시점에서 방문한 것이 무리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호남 지역구의 중진과 초선 의원들 대부분이 통합론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 일정에서 지지자들의 해프닝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안 대표가 호남 중진 의원들에게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해서 갈등이 더욱 격화됐다. 

 

10일 오후 광주 조선대에서 <연대-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안 대표에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해 물었고 안 대표는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을 하면 좋은데 그게 아니라 자꾸 바깥으로 분출하면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떠나 지긋지긋해서 싸우는 정당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안 대표는 “제가 당대표 취임 100일이 안 됐는데도 중진들이 이견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것은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안철수 대표는 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오후 조선대에서 호남 중진들에게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사진=연합뉴스)    

 

호남 중진들은 당연히 강하게 반발했다. 박지원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누가 싸움을 부추기고 있냐”면서 “통합론을 당밖에 흘리며 밀어붙이고 DJ 음해로 흥분된 호남민심 생각해 방문일정 연기하자 해도 강행하고 호남민은 부글부글 끓는 가슴 쥐어잡으며 자제하는데 안 대표 지지자는 폭력을 행사하며 호남 이미지를 훼손시켰다”고 안 대표의 발언에 반론했다. 

 

유성엽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중진들 내부소란이 왜 벌어졌나? 소통도 없이 통합을 은밀하게 추진하면서 그것도 아니라고 간간이 거짓말까지 하면서 통합을 추진하다가 벌어진 사단이다”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당 지지율이 바닥인 배경을 세세히 분석했다. 유 의원은 “갈팡지팡 오락가락 행보로, TV토론을 망쳐서 적폐의 본산인 자유한국당 돼지발정제 홍준표에게 밀려 3위로 대패한 후보가, 또 대선 이후 드러난 조작사건의 주범들을 측근으로 둔 사람이 석고대죄는 하지 않고 다시 당대표에 나선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며 안 대표의 책임론은 강하게 제기했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통합 드라이브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11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지역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외연 확대 방법을 지금 꼭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이 영남당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수도권 지역구 의원이 7명으로 수도권 정당”이라며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반 자유한국당 노선을 분명히 했다는 차원에서 ‘반한국당 연대’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안철수 대표는 11일 전북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통합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안 대표의 통합론을 실현하고 있는 기구는 현재 ‘정책연대협의체’와 ‘국민통합포럼’ 두 개가 작동하고 있고 여기서 양당 현역 의원들이 참여해 활발하게 정책 및 선거 연대를 논의하고 있다.

 

박주원 진실공방과 반 통합파의 반격

 

이 와중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DJ 제보자 논란과 관련해서 박주원 최고위원과 이용주 의원 간의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주성영 전 의원이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박 최고위원이 8일 이후 전화해서 자기 진술에 맞춰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코너에 몰린 박 최고위원은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주 전 의원과의 통화 녹취파일이 있다고 배수진을 치면서 이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호남 반통합파 의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이용주 의원을 지목했다. 이 의원이 검찰로부터 자료를 받아 자신을 징계시키기 위해 제보자로 몰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DJ 제보자 스캔들의 진행 향방이 친안과 비안 싸움의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안 대표의 통합론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조직체도 두 개나 존재한다.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결성된 ‘평개연(평화개혁연대)’과 호남 초선이 모인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의원)’가 그것인데 이 두 결사체는 적극 협력해 안 대표의 통합론을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 구당초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통합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평개연을 주도하는 정동영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주 내에 구당초 10명·평개연 10명의 의원들이 회동을 가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이 회동을 통해 대응 방향에 합의하고 조만간 안 대표와 만나 통합 사태를 두고 제2의 끝장토론(11월21일)에 버금가는 최후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의원은 안 대표에 대한 재신임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의원은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원내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더불어 10일 전남도당 간담회에서 안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간담회에서 표출된 여론은 안 대표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 입장에서 여기까지 온 마당에 통합론을 철회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현재 부산·울산·경남·충청·강원·제주 원외지역위원장들이 연달아 국회에서 통합지지 성명을 발표하며 안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호재다. 

 

▲ 지역 원외위원장들이 연달아 국회에서 통합론 지지 성명을 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반 통합파도 박지원 의원이 계란까지 맞은 상황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 10명 중 7명 가까이 반 통합의 입장인 것으로 보이며 지지기반인 호남 여론도 반 통합이 압도적이다. 

 

결국 분당으로 가는 ‘합의이혼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평개연은 오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라는 주제로 지난 6일에 이어 두 번째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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