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문화 실종된 절름발이 선진국 대한민국..기업이 나서라

 

▲ 윤장섭 편집위원     ©중앙뉴스

문화를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 아마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문화를 잘 안다고 생각 하겠지만 정작 문화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적지않게 당황하는 경향이 있다.그럼 문화는 뭘까?

 

문화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형성되어 왔고 인간의 역사속에서 끊임없이 변해 왔다. 그래서 문화를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상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문화를 가장 잘 안다고 하는 레이먼드 윌리엄스 조차도 ‘문화’를 영어 단어 중에서 가장 난해한 몇몇 단어 중 하나라고 했다.

 

문화는 ‘지적 · 정신적 · 심미적 능력을 계발하는 일반 과정'과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생활방식을 가리키기도 한다.또 지적 행위나 예술 활동'도 문화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문화의 다양성에서 구별된다.문화가 꽁꽁 묶여 있어서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경제가 성장해 국민소득이 2~3만불에 이른다 해도 선진국이라 칭함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도 7~80년대 한강의 기적을 발판삼아 경제성장이 급속히 빨라지면서 명실상부한 경제 대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문화가 받처주지 못해 지금까지 절름발이 선진국이란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주가무(飮酒歌舞)다.직장인들은 조직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먹고 마시는 회식 문화에 강제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특히 개(犬)를 잡아먹는 우리나라만의 보신 문화는 세계인들로 부터 미개한 나라의 이미지까지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불명예스런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14년 1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처음으로 문화가 있는 날을 지정해 모든 정부기관과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현재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체부가 정한 '문화가 있는 날' 이다.

 

문체부는 전국 주요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을 무료로 개방하고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참여하는 기업과 기관들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불난집 불구경할 요령이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문화의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모두 나서야 한다.

 

문화란 고상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스톱과 같은 놀이도, 야구와 축구 같은 스포츠도, 연극, 뮤지컬, 오페라와 같은 예술도 모두 인간의 작용에 따라 창조된 것이기에 문화라고 칭함을 받을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역사의 산물들은 좋고 나쁨을 떠나 모두 문화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에는 정치, 경제, 법과 제도, 문학,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 모든 인간적 산물이 모두 포함된다.

최근들어 연말연시,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술내음 가득한 공간에서 불편한 속마음 감추어 가며 '위하여'를 외치지 말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회식' 으로 바꾸어 보자.

 

전세계를 통털어 연극무대가 한곳에 집중적으로 모인곳은 대학로가 전무후무(前無後無)하다. 우리의 대학로는 연극의 메카라 추켜세워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많큼 훌륭한 문화적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따라서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대학로 연극인들을 지켜주어야 한다.

 

그들은 많은 것들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무대가 좋고 연기가 좋아서 연극인으로 자긍심을 갖고 살고 싶어한다. 부자가 아니어도 좋다. 언제나 연기를 펼칠수 있는 연극무대만 있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기관, 기업 모두가 참여하는 진짜 문화의 날이 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달에 한번 돌아오는 문화의 날에 모든 기업들이 술값보다 더 저렴한 공연표를 직원들 복지를 위해 한장씪 사준다고 가정해 보자.직장인들은 기업의 배려에 신바람이 나서 아낌없이 충성을 다 할 것이다.덩달아 연극 단체와 연극인들은 기업의 아낌없는 지원에 더 열연을 펼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문화 선진국의 공식이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밝힌 회식문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먹고 마시는 소모적인 활동보다 생산적인 활동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이상 '억지로' 강요받는 회식은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직장인들은 먹고 마시는 음주가무보다 동료들과 함께 하는 문화회식을 희망하고 있다.

 

'맛집 투어 회식'과 실내에서 즐길수 있는 '당구·볼링 등 레포츠 회식'도 문화회식 많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이 가까와 지면서 사회적으로 회식 문화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더욱이 '문화회식'에 대한 관심은 예상보다 훨씬 높다. 때문에 연말 회식을 공연 단체 관람으로 대체하려는 기업이나 단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니 반갑고 고맙다.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이제부터는 공짜표를 들고 공연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기업의 로고가 찎힌 유료 티켓을 들고 공연장을 찾아가자.

 

표를 사주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문화의 온도계는 상승한다.참여 기업의 이미지는 살아날 것이요 공연의 질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올해 마지막 문화의 날은 12월 27일 이다. 이날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문화의 날의 모습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진짜 문화의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성숙한 문화시민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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