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문제 인식차 인정하면서 실리 외교, 최대의 경제사절단 동행, 중국의 돌발 요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사드 문제로 불편한 관계에 놓인 중국을 방문한다. 특히 이번 방중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균형 외교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오전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에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 13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방문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기 직전 김정숙 여사와 손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은 한반도 사드배치로 인한 일련의 경제보복 조치 등으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었던 것을 완전히 풀어내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다. 지난 10월31일 한중 외교 라인을 통해 사드사태 봉합을 시작한 이후 후속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14일에 이뤄질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지난 7월 독일 G20 때와 11월 베트남 APEC에 이어 세 번째다. 

 

이미 양국은 이번 회담 이후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 보이지 않기 위해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신 양국의 입장을 각각 언론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사드 문제 때문에 중단됐던 경제 교류를 복원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관계 정상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외교카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교류 정상화다. 이번 방중 일정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최태원 SK 회장·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구본준 LG 부회장 등 사상 최대 규모인 260여명의 기업인이 동행한다. 

 

그런만큼 문 대통령의 방중 첫 일정 역시 이들 경제인들과 함께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경제보복을 푸는 대가로 사드배치 관련 추가 조치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3불 원칙(사드 추가배치·미국 MD체제 편입·한미일 군사동맹화 반대) 문서화가 거론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문제 관련 우리 정부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2016년 6월26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사드배치와 관련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가 12일 후인 7월8일 우리 정부가 급히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을 발표해버린 것에 대해, 중국 정부는 트라우마가 있다. 

 

▲ 지난해 6월26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사진=국무총리실)     

 

중국 당국은 그런 이유로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금지와 단체 유커 관광객의 한국 방문 금지 등 유치하리만치 경제보복을 치밀하게 진행했다.  

 

더불어 북한이 최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천명한 상황이라, 문 대통령은 중국의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 조치를 얻어내고자 하는 민원이 있다. 시 주석이 이를 역이용해 사드 관련 요구사항을 제시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중의 최대 목표는 사드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서 벗어나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고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중국 CCTV의 수균익 앵커와 인터뷰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이 "역지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중국의 갑작스런 요구를 마냥 들어주면서까지 신뢰관계 회복을 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중국의 노림수와 외교적 카드를 우리 정부가 사전에 예측하고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상 정상회담이 있기 전 외교 실무라인에서 합의사항을 조율해서 윤곽을 그려놓지만 회담 현장에서 돌발적인 제스처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어 우리 정부의 대응책과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문 대통령이 국빈으로 초청된 만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못지 않은 중국 정부의 환영행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문 대통령은 15일 베이징대학에서 직접 연설을 한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리커창 총리 등 중국 권력 서열 2, 3위를 연달아 면담할 예정이다. 16일에는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회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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