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를 위한 지표, 노사정 모여, 양보다 질에 공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청년 실업이 문제라지만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아닌 지방의 중소기업들은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4년제 대학까지 졸업한 취준생이 들어가고 싶을만한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미래산업과 좋은일자리 포럼>이 1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의 질 지표체계 구축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 노사정 관계자들이 나와 좋은 일자리 지표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논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창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은 “국가가 노동의 질 문제에 신경쓰기 위해 지표를 만드는 것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그동안 너무 고용의 양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최바울 통계청 통계개발원 정책지표연구실장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 새로운 노동 지표를 발표했다. 

 

▲ 최바울 연구실장은 큰 그림으로서 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 실장은 “많은 일자리에서 좋은 일자리로 관점이 이동했다”며 “일자리의 질적 지표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특정 기업이나 근로자 개인의 주관적 관점이 아닌 국가 거시적 관점에서 취업자에 대한 고용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7가지 기준의 17개 지표를 제시했다.

 

▲ 통계청이 제시하는 일자리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 (자료=박효영 기자 정리)     

 

노동자의 자기결정권

 

김정우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팀장은 좋은 일자리의 기준으로 가장 먼저 임금을 언급하면서도 “만족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얼마나 스스로 회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의 차원에서 “노동자의 고충 처리 절차가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너무 지표상의 경제적 조건에서만 의존하지 말고 심리적인 차원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정우 팀장은 너무 경제적인 외적 조건에만 집중하기 보다 노동자의 심리적 요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더욱 강하게 말했다. 이 실장은 통계청의 새로운 지표에 대해 “절망스럽다”며 “통계청은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양적인 차원에서 지표를 구성했다”며 “일자리의 질은 결국 철학적으로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좋은 일자리는 △정책과 제도의 결과 △현장에서 노사 자치의 결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문재인 정부는 너무 정책적 관점에서 시혜적으로만 일자리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며 “노사가 자체적으로 임금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임금불평등 지수가 낮다”는 것이다. 

 

▲ 이창근 정책실장은 민주노총 출신답게 노동자의 노동조합 권리를 매우 강조했다. 노동자가 스스로 기업과 논의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고용의 질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일자리의 양·획일적 지표·정량보다 정성평가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그동안 일자리의 양에 집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공감한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너무 일자리의 질만 고려하다가 일자리의 양을 경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본부장은 “많은 일자리와 좋은 일자리가 동일 연장선상에서 가야한다”며 “사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그 다음에 질 좋은 일자리도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이상철 본부장은 사람마다 다른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언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본부장은 지표가 획일적으로 줄세우기 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취업자라 하더라도 연령·소득수준 등에 따라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고령층과 청년층 취업자가 기대하는 임금·근로시간·선호 복지제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원하는 게 다 다른데 국가적 지표로 강요할 수 있냐는 문제의식이다.

 

이 본부장은 정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고용의 질 문제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왜곡과 확대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지표를 작성하면 기업 비전이나 성장 가능성 등의 정성 측면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 벤처기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고용의 질보다 그런 비전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본부장은 “근로자에게는 높은 고용안정성이 중요하지만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어느정도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대시보드'로 큰 그림을 봐야

 

최바울 정책실장은 재반론 시간에 “지표체계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면 지표가 뚱뚱해진다”며 “어디까지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양대 노총의 지적에 대해서는 “노조 조직률이 최근 10년동안 10% 내외에서 머무르고 있다”며 “노조의 활동 결과 일자리의 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나타낼 아웃풋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답했다.

 

최 실장은 “지표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가치 매기기가 힘든 부분이 있어 대시보드 방식(한 눈에 상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정보를 모아 놓은 것)이 중요하다고 봤고 그런 의미에서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고 이번 새로운 지표들의 취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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