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

[중앙뉴스=박종민]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그럴 줄 몰랐네, 그럴 줄 알았지.”라고 하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좀 함의(含意)를 강조하려면 “난 네가 그런 줄은 정말 몰랐다, 혹은 난 네가 그럴 줄을 이미 벌써 알고 있었다.”라고 합니다.

 

두 말 모두 말하고자 하는 상대방에게 특별한 우정을 나타내 보이려는 꼼수와 관심을 끌려는 함수(函數)입니다. 평소 교분관계가 서로 가깝고 친근하거나 아니면 소원(疎遠)한 교분관계를 가깝게 접근하려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려할 때 그런 표현들을 쓰고 있습니다. 둘 다 바람직하지 않은 화술(話術)이며 가식적인 화법(話法)인 것입니다.

 

진정한 자기 내면을 감추고 겉으로만 그럴 사 하게 제 스쳐 하며 입술에 붙은 말로 술수(術數)를 부리는 것입니다. 자기가 한 수 앞선 듯이 위상(位相)과 위치(位置)를 과시하며 당면한 현실과 현상에 대한 물 타기를 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일이 잘 풀리고 잘 됐을 경우엔 마음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어린 진정한 축하의 말이 나와야 하건만, 그게 아닌 “그럴 줄 알았지” 라며‘나는 이미 일의 과정과 결과를 예측했고, 그리 되리라 알고 있었다.’는 말을 합니다. 이는 자기 과시(誇示)이며, 일의 결과를 깔아뭉개면서 상대방을 얕보는 질투와 시샘이며 괜 시리 배가 아픈 심술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리고 잘 못 됐을 경우엔 위안이나 위로의 말이 먼저 있어야 하겠건만 그게 아닙니다. ‘네가 나에게 반드시 상의하거나 내 조언(助言)을 들어서 했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아니 했기에 벌어진 결과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자기 회피(回避)이며 자신에 대한 과신(過信)의 우쭐함에서 나오는 기만(欺瞞)입니다. 더 없이 가깝고 친근한 교분사이의 신의(信義)와 우정(友情)이라 하기 보다는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자기를 방어하면서 원망 원성을 돌리며 보호막을 치는 것입니다. 저급(低級)한 처신이라 하겠습니다.   

 

믿어온 절친한 친구가 마땅히 연락을 하고 함께 생사고락을 공유하며 그 어떤 어려움이나 난관도 같이 극복해나가기를 원하고 있었는데, 친구는 아무런 연락이나 소식이 없이 혼자서만 나서서 즐기면서 쉬쉬하고 있어 어떤 배신감과 배반감을 당했을 경우처럼 “그럴 줄 몰랐네.” 라고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는 그런 친구의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기만 한 것이기에 거기서 그만, “그럴 줄 몰랐네.”는 아예 꺼내들 필요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고 타낼 필요 없이 방관하면 되리 싶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흔히 쉽게 쓰며 부담 없이 주고받는 말이지만, 말 속엔 경계해야 할 기반 적 이미지가 깔려 있음을 알고 사용해야만합니다.

 

한마디 불 쑥 내뱉는 말로 인해 맘속의 크나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고운 사려(思慮)깊은 말 한마디가 우리인생 삶에 큰 용기와 힘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가깝고 진 더운 관계와 허물없는 사이일수록 주고받는 말의 격(格)이나 결(潔)을 생각해서 해야 함입니다.

 

인간은 상호간 의사(意思)를 소통(疏通)하며 인식(認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두뇌를 가진 인격체(人格體)의 생물이며 동물이며, 만물(萬物)들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영혼(靈魂)을 가진 존재입니다. 영장(靈長)인 것입니다. 가벼운 조크의 말이라도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이해해주는 차원에서 보다 곱고 아름다운 말을 골라 써가며 살아간다면 우리네의 인생 삶은 한결 더 순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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