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의원 4명 당협위원장 포함 62명 교체, 류여해와 친박계의 반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당협위원장 대거 교체를 예고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당협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사람들은 현역 의원과 최고위원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은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고, 홍 대표는 지방선거 준비를 위한 혁신 차원으로 공정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이 17일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현역 의원 4명(서청원·유기준·엄용수·배덕광)과 류여해 최고위원 등 당협위원장 62명을 교체대상으로 선정했다. 

 

▲ 17일 일요일 자유한국당이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박광원 기자)    

 

홍 대표와 당무감사위는 정치적인 판단 없이 공정하게 당무 감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 홍 대표를 적극 도왔던 류여해 최고위원이 교체대상에 오른 것도 그런 강조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교체대상에 현역 최고위원 한 분도 포함될 만큼 당 지도부라고 해도 예외가 없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16일 <자유한국당 전국 기초 광역의원 세미나>에서 “철저히 계량화 된 수치로 당무감사를 정당 사상 처음 했다”며 일체 정무적인 판단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17일 본인의 페이스북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다.

 

▲ 홍준표 대표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을 통해 당무감사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캡처사진=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홍 대표는 세미나에서 “당무감사 결과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1등한 사람이 안산시 김명연 의원”이라며 “한 사람을 만나도 정성을 다하고 성의를 다하고 그렇게 해서 민심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민심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뛴 사람이 당무감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인데 나쁜 평가를 받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먼저 의원들 중 엄용수·배덕광 의원은 개인 비리 연루 혐의로 교체대상에 오르는데 아무런 논란이 없지만, 서청원·유기준 의원은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이들이라 표적 감사·보복 감사라는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서 의원은 측근에 “이번 당무감사 결과가 고약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의원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면서도 결과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핵심 친박계로 불리는 권영세 전 주중대사도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2년 대선의 중심에 있었던 데다 홍준표 대표에 대한 비판도 많이 하니 그런 제가 홍 대표로서 불편했을 거다. 나라가 걱정인 요즘 자유한국당도 이 모양이니 더욱 걱정이다”고 홍 대표의 입김이 반영된 당무감사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 달 전 한국당 당무감사위원회에서 감사 착수에 들어갈 때부터 친박계를 중심으로 불공정한 보복 감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친박계 핵심 의원 2명 뿐만이 아니라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우 교체대상에 바른정당 복당 의원들(김성태·정양석·홍철호·김영우·이진복·여상규·강길부)의 지역구가 꽤 포함됐다. 

 

홍 대표는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 자리를 거머쥔 만큼 친홍계 인사로 이들 복당파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향후 신임 당협위원장으로 이들 복당파가 들어가게 될 경우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친홍계 인사가 약진할 가능성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류여해 최고위원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한국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교체대상에 오른 류 위원은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하면서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류 위원은 17일 당무감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당무감사가 “친홍일색 사당화”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류 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홍 대표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자신이 버려졌다는 하소연을 했다. “토사구팽이자 후안무치이며 배은망덕”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류 위원은 분명 홍 대표의 사당화를 근거로 비판했다. 하지만 홍 대표를 위해 일한 자신을 배제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그런 논리라면 홍 대표를 위해 일한 공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따라오고 그것이 오히려 친홍의 사당화로 평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류 위원은 당무감사를 두고 “바른정당과의 추잡한 뒷거래”라며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가 불공정한 공천을 시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맨발 연설을 하는 등 쇼맨십에 강한 류 위원은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쏟았고 이 모습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 류여해 최고위원이 17일 저녁 당무감사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것을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캡처사진=류여해 위원 페이스북)    

 

이렇게 당무감사 결과 발표 이후 한국당은 세력 싸움의 양상이 더욱 커지고 있고 탈락한 측에서는 자신을 배제했기 때문에 홍 대표의 사당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적극 내보이고 있다.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을 포함한 비박계에서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당무감사 결과의 공정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다. 평가에 흠이 있다는 사소한 근거라도 제시되면 정치적 감사라는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대표는 물론이고 원내대표인 저도 발표될 때까지 그 결과를 전혀 모를 정도로 객관적으로 진행이 됐다. 당 지도부가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일말의 소지나 오해를 남기지 않게 극도로 진중하고 신중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은 17일 결과를 발표하며 “교체대상자는 면했지만 현역의원의 경우 60점에 미달하는 사람이 16명이고 부족한 부분을 개별 통보해 여지를 줄 예정이며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분들이나 비례의 경우 원내활동, 각종 행사, 당원 확보 관련 미션 등 다른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당협위원장에서 물러나면 사실상 2020년 총선 출마가 불투명해져 국회 입성을 준비하고 있는 인물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당무감사 결과를 되돌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당무 감사는 전국 253개의 자유한국당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8개 항목에 따라 진행됐다. 합격 점수는 당협위원장의 신분이나 지역별 한국당의 지지세에 따라 국회의원 등 1권역은 55점 이상, 2권역은 50점 이상으로 설정했다. 합격 점수 이하를 받으면 교체대상이 되는 것이다. 한국당의 지지세가 매우 낮은 3권역인 호남의 경우 이번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8개 평가항목 중에는 당원관리 실태, 조직 운영 활동 등이 포함됐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의도연구원(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이 실시한 당원 여론조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이번주 수요일 20일까지 탈락자를 대상으로 재심을 접수받을 계획인데 대거 재심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심 과정 중에서 구체적인 평가 항목에 따른 점수 산정의 배경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