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진행두고 큰 갈등, 안철수 대표 출석 요구, 통합 중단 요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 당원 투표를 통해 통합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선언하자, 반통합파인 호남중진 의원들도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터트렸다.

 

20일 14시 국회 본청 246호에서 국민의당 긴급 의원총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반통합파 의원들의 불만 표출 등 실랑이가 벌어져 우여곡절 끝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 원래 20일 오전 10시에 의총이 소집될 예정이었으나 안철수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인해 14시로 의총이 연기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의원은 회의장에 미리 착석해서 강력하게 안 대표의 출석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14시에 의총 소집해 놓고 11시에 알박기 기자회견은 뭐냐”면서 “뭐가 두려워서 의총에 직접 안 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어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에게 “안철수 대표에게 바로 연락해서 출석하라고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정 의원은 분이 안 풀렸는지 “그 정도 간땡이로 당대표 하겠나 왜 기자회견만 하고 의총에는 못 나오나”라고 혼잣말을 했다. 

 

▲ 정동영 의원은 강력하게 안 대표의 의총 출석을 요구하면서 일방적인 전 당원 투표 선언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외에 반통합파인 유성엽·최경환·김경진 의원 등은 상기된 표정으로 “비공개로 진행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당당하게 안 대표의 출석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특히 반통합파는 “안 대표가 없는 의총은 의미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갈등을 중재하려는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대표의 출석을 요구할 권한은 없지만 나도 출석을 요구하겠다”며 문제를 해결고자 하지만 풀리지 않아 곤란한 모습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미 안 대표가 의총 불출석을 통보했고 오전에 통합 관련 입장을 밝혔으니 이에 대해 소속 의원들이 각자 견해를 말하는 방식으로 의총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또 분명 원색적인 표현들이 난무할 것이 예상되니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국민의당이 어떻게 만들어진 정당이냐”며 조금만 양보하고 서로 의견을 들어보자고 말했다. 

 

의총 진행방식을 두고 10분 가까이 논란이 지속되자, 반통합파 의원들과 통합파 의원들 간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져 약간의 말싸움이 오갔다.  

 

김경진 의원은 과거 안철수 대표의 세 가지 가치(백신바이러스 만든 것과 두 번의 선거 양보)에 대해 이야기했을 만큼 사이가 우호적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의원들한테 입장을 못 낼 정도면 당대표 사퇴해야 한다”며 “무조건 연락해서 나오게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안 대표에 호의적이었던 김경진 의원은 반통합파로 입장을 정하면서 이날만큼은 안 대표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력한 반통합파인 유성엽 의원은 “끌고라도 와야지 이런 비겁한 경우가 어딨어”라며 화를 냈다. 이를 듣고 있던 송기석 의원과 권은희 의원은 표현의 과격함에 대해 항의하며 “사람한테 끌고오라고 하는 게 어딨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여기 안 나타는게 사람이냐”며 맞받아쳤다. 

 

▲ 의총 회의장에는 반통합파 의원들의 반발 기세가 강력해서, 통합파인 송기석 의원과 권은희 의원이 안 대표에 대한 비난을 듣고 항의했음에도 의원들의 안 대표 비난은 지속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호남 초선인 최경환 의원은 “안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호남 정치인에게 구태정치라고 표현했다”며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것인가 굉장히 불쾌하다”고 안 대표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안 대표의 출석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표한 것이다.

 

▲ 최경환 의원은 갑자기 일어나서 안 대표가 자신과 같은 호남의원들을 구태로 몰아갔다는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상돈 의원은 회의장으로 들어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몹시 흥분한채로 “안 대표는 당헌당규를 위반한 처사를 밀어붙이는 것이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이 거듭되자 “이런 돼먹지 못 한 경우가 어딨어”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 박지원 의원은 평소 페이스북으로 안 대표의 통합론에 대해 비판해왔다. (캡처사진=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한편, 호남중진의 핵심 인사인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의 전 당원 투표 결정은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오직 전당대회에서만 합당과 정당해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 대표가 통합 반대하는 의원들의 거취에 대해 발언한 것을 두고서는 “안철수 사당화와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통합 반대 노력을 구태로 몰아가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고 가증스러운 발상”이라며 “통합 추진을 위한 모든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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