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최승자 

                                            

  

나더러, 안녕하냐고요?

그러엄, 안녕하죠.

내 하루의 밥상은

언젠가 당신이 했던 말 한마디로 진수성찬이 되고요,

내 한 해의 의상은

당신이 보내주는 한 번의 미소로 충분하고요,

전 지금 부엌에서 당근을 씻고 있거든요.

세계의 모든 당근들에 대해

시를 쓸까 말까 생각하는 중이에요.

우연이 가장 훌륭한 선택이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다시 한 번 물어주시겠어요,

나더러 안녕하냐고?

 

그러엄, 안녕하죠.

똑딱똑딱 일사분란하게

세계의 모든 시계들이 함께 가고 있잖아요?   

                                                

                                                                      - 시집 <연인들> 문학동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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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래 전 습작시절에 닳도록 읽었던 시집을 오늘 다시 펴 보았다.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묻듯... 그런데 왜 나는 지금 화자처럼 “그러엄, 안녕하죠“ 하고 주저없이 대답하지 못할까. 아마도 욕심을 다 비워내지 못해서인가?

요즘 안부의 시절이다. 서로서로 안부와 격려를 보내느라 손전화나 sns가 뜨겁다. 아무리 많이 주고받아도 웃음꽃 벙그러지는 말, 말, 그 축복의 말들이 올 해의 꼭대기에서 빛난다.

화자는 고독이라는 병을 스스로에게 묻는 안부로 처방해 마음의 온도를 높인다. 아무도 오지 않는 전화기라면 스스로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생각보다 안녕하다는 것이 오늘 나의 위로가 된다. ‘세계의 모든 시계들이 함께’ 가듯 우리 모두가 함께 가는 세상이다.

여러분! 안녕하시지요?  오늘은 '안녕'이라는 그 흔한 단어가 보석으로 빛나는 날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직상과 천상의 모든 복이 가득가득 임하시길 기원합니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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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자 시인 /

1952년 충남 연기군 출생

1979년 <문학과 지성>에 「이 시대의 사랑」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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