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원 투표에 대한 양대 세력 대응, 호남 기득권과 강한 3당론, 적폐야합에 대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민의당의 전당원 투표가 27일 시작됐고 이날 법원의 투표 금지 가처분신청도 기각돼 통합 열차에 대한 주사위가 던져진 상황이다.

 

서울남부지법은 '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가 낸 전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통합파와 반통합파는 법원의 가처분신청 판단 자체에 대해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법원의 판단이 있기 전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인다면 전당원 투표는 당연히 중단되고 지도부가 책임질 것이지만 기각하면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세 분도 결과를 받아들여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 안철수 대표는 지난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을 위한 전당원 투표를 선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 중앙뉴스


천정배계로 알려진 박주현 최고위원은 26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서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당헌 당규를 위반한 사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투표가 진행된다면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당원 투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주관으로 K보팅에 의해 실시되며 안 대표의 당원 투표 선언이 있었던 19일까지 입당한 당원을 기준으로 하고 대략 27만명이 그 대상이다. 

 

투표 내용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안 대표의 재신임>에 대해 찬반 여부를 묻는 것이다.

 

반통합파는 당규 25조 4항을 근거로 투표율 33%를 강조하고 있다. 통합파는 투표율과 관계없이 찬반 득표율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표율이 3분의 1을 넘지 않을 경우 정당성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동영 의원은 26일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출 관련 투표율이 24.26%였다”며 “33% 넘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고 이번 당원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 내다봤다. 

 

더불어 반통합파는 안철수 대표가 2년 전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투표를 추진할 때 “결과를 떠나 당을 분열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강력한 ‘3당’이 되어 다당제 실현, 이를 반대하는 호남 기득권?

 

통합파와 반통합파는 투표 결과가 나오는 이번주 말(31일)까지 절차 및 가치에 대한 정당성 등을 쟁점삼아 치열하게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는 2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 당원투표를 선언하며 “일부 중진 의원이 근거없이 호남 여론을 앞세워 대표 재신임과 통합 반대를 주창하고 있다”며 “호남은 늘 기득권을 타파했고 구태정치를 극복해왔다”고 주장했다. 

 

▲ 국민의당 원외지역위원장인 홍훈희 변호사(우측/서울 강남갑)와 한웅 변호사(왼쪽/서울 은평갑)가 25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당직실에 '전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 중앙뉴스


‘국민의당 중도개혁통합을 위한 원외지역위원장회의’도 26일 성명을 통해 “호남 지역주의는 타 지역의 패권적 지역주의에 맞서 호남 유권자들이 싸우기 위해 형성됐고 그러다 보니 호남 여론과 무관하게 호남 정치인들의 지역 기득권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통합파는 국민의당이 탈호남을 통해 전국 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고 이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을 기득권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에 찬성하는 안철수 대표 지지자들과 바른정당 지지자들이 통합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대표가 또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 타파를 위한 통합이다. 제3당의 약진과 다당제의 현실화, 이것이 국민의당의 창당 정신이라고 숱하게 강조했다. 이런 전제를 두고 국민의당의 생존전략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안 대표의 견해에 따르면 제3당은 한국 정치사에서 항상 큰 선거를 앞두고 소멸됐기 때문에 외연 확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당원 투표 가처분 신청서에 이름을 올린 현역의원만 20명(김경진·김광수·김종회·박주선·박주현·박준영·박지원·유성엽·윤영일·이상돈·이용주·이용호·장병완·장정숙·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황주홍)인 만큼 통합을 강행할 경우 이들의 이탈이 우려돼 오히려 국민의당의 당세가 축소될 수도 있다. 

 

바른정당 의원 11명이 모두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반통합파 20명이 나가면 결과적으로 9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강력한 3당이 되어 원내 2당으로 도약한다는 안 대표의 시나리오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26일 YTN <호준석의 뉴스人>에서 “뺄셈통합이 아니다. 현재 각각 떨어져 있을 때 5% 국민 지지율이 나오는데 통합이 된다면 최소한 15~20% 정도 지지율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국민 지지율로 보면 뺄셈통합이 아니라 덧셈통합이고 5+5=15 내지 20이 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큰 통합”이라는 입장이다.

 

▲ 26일 YTN <호준석의 뉴스人>에서 안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앞두고 여러 입장을 밝혔다. (캡처사진=YTN)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적폐야합인가?

 

장진영 최고위원은 “천정배 의원이 초대 대표로서 천명한 국민의당의 창당정신은 이념대립 시대를 마무리하고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양 날개로 사회통합을 이룩하자는 것”이였다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그런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현재 기본적으로 바른정당을 합리적 보수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기득권 적폐 세력이라는 입장이다. 그런 세력과의 통합은 DJ 정신을 비롯 국민의당의 기본적인 존재 의의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지킴이 나쁜투표거부국민운동본부’는 26일 궐기대회를 열고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박근혜 탄핵에 앞장 선 국민의당을 보수적폐 복원에 동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나쁜투표 거부운동본부' 소속 통합반대파 국민의당 의원과 당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 거부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대표는 지난해 11월2일 대선 후보 중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도 지난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국회 탄핵소추안 상정을 놓고 “탄핵안을 상정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 바른정당 의원들 즉 비박계 의원들을 탄핵 대열에 동참시켜야 탄핵안 가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탄핵 통과 이후 박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내 탄핵 찬성파인 비박계 의원들의 역할론을 강조한 바 있다. 

 

촛불 시민의 염원인 박근혜 정권 탄핵에 공감하고 앞장섰던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의원들에 대해 적폐라고 단정짓는 게 적절한지 의문점이 남는 배경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통합하는 이유에 대해 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홍준표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 통합하는 거다”면서 “4당 체제 하에서는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하나 얻기가 어려운데 합치면 통합 정당이 한국당을 지지율에서 앞서 갈 것이고 한국당이 끝난다. 그렇게 제1야당이 교체되고 그러면 건강한 정치가 훨씬 통큰 협치가 민주당과 가능하다”고 밝혔다.

 

▲ 하태경 의원은 뉴스공장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캡처사진=tbs)     

 

즉 자유한국당이 적폐의 본산인데 통합을 통해 한국당을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 의원은 “그동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별 차이 없도록 느껴지게 만든 의원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다 넘어갔다”면서 바른정당의 개혁보수성을 강조했다.

 

다만 안 대표가 11월4일 독일 방문 중에 기자들에게 “지금 거대 양당이 상호 전·전전·전전전 정권 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 복수하려고 정권을 잡았냐”라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와 그에 따른 갈등을 ‘복수’라고 단순화했다. 이는 자유한국당과 별 다를 바 없는 인식으로 비쳐질 수 있어 마찬가지로 바른정당의 정치 보복론과 맞물려 적폐야합으로 공격받을 소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천정배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지금 철저한 적폐청산과 개혁을 염원하고 있다”며 “구시대의 적폐와 청산되어야 할 기득권을 두둔하는 정치”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 보복론에 대한 후폭풍을 의식한 듯 “지난 정부에서 잘못한 것들(적폐)을 잘 고치고 있고 그게 지지율로 반영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탈권위주의적인 행보에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권의 권위적인 행보를 고치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거의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안철수는 차기 대권을 노리나?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진보 진영에서는 대선 후보가 될 수 없으니 보수 진영에서의 대선 후보를 노리고 있다고 재차 말해왔다. 

 

정청래 전 의원도 11월27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서 “어차피 진보개혁진영의 대선 후보가 되기는 틀렸다. 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까 오른쪽으로 행군하자. 내년 지방선거 끝나고 나면 자유한국당도 잘못될 수 있다. 홍준표도 얼마 가겠어. 그니까 자꾸 우향우를 하는 거다”고 안 대표의 속내를 추측했다.

 

안 대표는 그런 지적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스스로 자신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쟁자가 아니라고 밝혔고 벌써부터 차기 대선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안 대표는 YTN <호준석의 뉴스人>에서 “(결국 자유한국당까지 흡수해서 선거를 치르고 보수의 대표주자로 우뚝 서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 국민의당의 창당정신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과도 통합할 일이 없다. 경쟁해서 한국당을 3등으로 내려앉히고 우리가 2등 되겠다고 하는데 거기서 무슨 통합인가”라며 반론했다.

 

한편, 전당원 투표 기간 동안 국민의당의 양대 세력은 당원 세몰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통합파는 당의 공식 논의기구(최고위회의·원내정책회의 등)와는 별도로 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에서 모여 회의를 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안 대표도 바른정당 원외위원장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통합 전초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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