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말 화장지 변기에 버려도 될까요"?

 

▲ 윤장섭 편집위원     © 중앙뉴스

[중앙뉴스=윤장섭] 악취나는 휴지통이 내년부터 공중 화장실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나서 죽기까지 대략 1년 이상의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한 볼일을 보고 심지어 여성들의 경우 화장까지 고칠수 있는 공중 화장실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공간이다.

 

과거에는 화장실을 부르는 말들이 아주 많았다.사투리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뒷간(-間),정방(淨房),측간(廁間),측실(廁室),측청(厠圊),회치장(灰治粧),혼측(溷厠),구시(구세),통시 등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들이 다 달랐다. 변소(便所)라는 말로 고쳐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다. 하지만 변소라는 이름도 그리 오래 사용되지 않았다.

 

지금의 화장실은 변소가 냄새나는 말이라 하여 정부가 화장실이라는 말을 만들어 표준화 시키면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화장실이 주거 공간에 들어온 것은 1775년 현대적 개념의 수세식 변기가 개발되면서 부터다.수세식 변기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탄생됐다.존 헤링턴이 여왕을 위해 고안한 것을 영국의 수학자이자 시계 제조공이었던 알렉산더 커밍스가 헤링턴의 변기를 개선해 물을 고이게 함으로써 밑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차단하는 장치를 부착한 수세식 변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공중화장실 이야기로 화제(話題)를 돌려보자. 세계인들이 공중화장실을 부르는 이름은 WC다. 최초의 수세식 변기가 고안되고‘Water Closet(WC)'라고 부르면서 유래가 됐다.

최근에는 남,녀 화장실에 대한 표기를 대부분 그림으로 표시 하지만 외국인이 빈번하게 출입하는 곳에는 영문으로는 Toilet 혹은 Restroom으로 표기 하기도 한다.

 

최초의 공중화장실은  기원전 3천년 경 인더스, 수메르 문명권에서 배설물을 아래로 떠내려 보내는 장치가 있는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식 형태의 공중화장실은 1852년 미국의 한 호텔에 처음 설치됐다.

 

수세식 화장실이 현대식 도시문명의 청결함을 가져다 준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20세기 후반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이쯤에서 궁굼한 것은 과거 우리 조상들은 뒷간에서 용변을 보고 어떻게 뒷 처리를 했을까 하는 것이다.익산 왕궁리 유적 전시관에서 일부나마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백제 사람들은 뒷 처리를 위해 뒷 처리용 나무막대(측주, 厠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익산 왕궁리 백제 유적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3기의 뒷간 유적에서는 길이 26〜30㎝ 크기의 뒷 처리용 막대 6점이 출토되었다.막대가 신체와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도록 둥글게 처리되어 있어 뒷 처리용 나무 막대가 한번 사용을 한 뒤에는 다시 물에 씻어 재사용 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대부분 풀잎이나 볏짚 등으로 뒷 처리를 하였으나 가축을 키우는 농촌에서는 용변을 본 어린아이의 밑을 개가 핥아 해결하도록 하는 일도 흔했다고 한다. 천민들과 달리 왕실 가족이나 귀족들은 비단 등의 옷감으로 뒷 처리를 했다고 알려진다.그렇다면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화장지는 언제부터 였을까.
 
종이는 2세기경 중국에서 최초로 발명됐다. 하지만 종이를 화장지로 사용된 것은 19세기 최초 수세식 화장실이 만들어진 이후다.1857년 미국의 조셉 가예티가 꾸러미로 묶은 화장지를 처음 선보였으나 사람들 대부분이 신문이나 잡지, 광고지 등을 화장지로 사용했기 때문에 돈을 주고 사야하는 화장실용 화장지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채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과 유사한 형태의 두루마리 화장지가 1879년 영국의 월터 알콕에 의해 처음으로 만들어 졌다.우리나라도 1961년 최초로 무궁화 화장지가 등장했다.

 

사실 변기 옆 휴지통 문화는 보기와 달리 문제가 많았다. 시각적으로 불쾌한 점을 제처 두고라도 냄새가 심해 오래앉아 있는 것이 고역이다. 심지어는 똥만을 쫒아 날아다니는 똥파리 같은 벌레를 부르기도 하고 세균 번식은 물론 감염에 대한 우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국민들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 화장실 휴지통은 서둘러 없애는 것이 맞다.결국 정부가 공중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애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그러자 현장의 반응이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고 있어 한동안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휴지통을 없앤 1~4호선의 공중화장실의 경우 변기 막힘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 7월 648건에서 8월1049건으로 늘더니 9월에는 1448건으로 더욱 늘어났다.

여론조사 결과 지금까지는 부정적이지만 괜찮다. 수십년간 습관이 된 것을 한순간에 바꾸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은 세계 어느 선진국의 공중화장실과 견주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고라고 자부할 만하다.그러나 외국인들이 지적하는 단 한가지가 있다.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없애지 못한 휴지통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환영한다.휴지통을 없애는 것이 꼭 필요한 과제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지금이 바로 선진국형 공중화장실로 가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여론에 휘말리거나 일부 주장에 귀 기울이지 말고 뚝심을 갖고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시행초기에 여러 문제점이 나온다 하더라도 흔들리지 말라. 한두달이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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