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활비 상납 구속영장 기각,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수사도 진행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다시 구속될 위기를 맞았지만 피해갔다. 조 전 장관은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지 5개월 만에 다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 22일 조 전 장관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수수한 돈의 뇌물성 등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다른 재판의 경과를 봤을 때 도망가거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제시했다.

 

▲ 조윤선 전 장관이 28일 새벽 구속영장 기각 판결을 받은 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조 전 장관에 대한 심사는 10시 반에 시작돼 4시간 넘게 진행됐다. 조 전 장관은 특활비 수령 사실은 인정했지만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전 장관은 "딸들이 눈에 밟힌다"면서 담당 판사에 감정적 호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현직 정무수석일 때(2014년6월~2015년5월)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만원~5000만원 가까이 상납받았고 이것을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조 전 장관이 받은 돈은 국정원장 특활비가 아닌 국정원 제8국에 배정된 특활비로 알려졌다. 검찰은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8국 소속으로 실제 조 전 장관에 돈을 전달한 책임자라고 지목했다.

 

조 전 장관은 올해 1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현직 장관 신분에서 구속됐다가 지난 7월27일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조 전 장관도 김기춘·우병우와 같이 박근혜 정부의 적폐에 깊이 개입한 인물로서 화이트리스트 등 추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가 발견돼 1심 이후 검찰 소환조사를 다시 받았다. 

 

구체적으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을 통해 31개 보수단체에 35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도 새로 포착했다. 

 

검찰은 이번 영장 청구서에 조 전 장관의 화이트리스트 관여 혐의도 포함했다.

 

검찰은 기각 결정 이후 이례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검찰은 "전경련을 압박해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 같은 혐의로 허 전 행정관이 구속된 반면 상급 책임자인 데다 별도의 뇌물수수 혐의까지 있는 조 전 장관은 오히려 엄정한 책임을 면하는 결과가 됐다"며 "이는 형평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더불어 "조 전 장관 본인도 거액의 국정원 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고 특정 보수단체 지원에 개입한 혐의 역시 청와대 문건·부하 직원 진술 등 소명이 충분하다.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박준우 전 정무수석 등 관련자들의 위증 경과를 볼 때 증거인멸 우려도 높다"며 법원의 판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한편, 검찰은 관련 증거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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