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흥 시인이 아픈 청춘에게 들려주는 메시지

[중앙뉴스=김경배 기자] 시(詩)란 작가에 따라서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쉽게 쓴 시라도 그 속에 내포된 의미를 생각하면 참 어렵기 그지없다. 시에 대한 독자가 꾸준하면서도 더 이상 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들 역시 시를 쓰는 것에 대해 어려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것이 아무리 쉽게 쓴 단문이라도 그 단문 속에 자신의 생각을 올곧이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흥얼(蘖)흥(興)얼』이란 시집을 낸 유기흥 시인.(사진=신수민 기자)     ©중앙뉴스

 

최근『흥얼(蘖)흥(興)얼』이란 시집을 낸 유기흥 시인 역시 지인으로부터 항상 쉬운 시를 써달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짧지만 여운이 긴, 쉽고 쉬워서 가끔은 대중가요의 한 구절처럼 생각이나 흥얼거릴 수 있는, 문득 생각이나 곱씹을 수 있는 시를 써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 시인은 글을 쓸 때마다, 시를 쓸 때마다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다. 자신의 생각 하나하나를 그 짧은 문장 속에 버무리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글이라는 속성상 상황에 맞게 시어 하나하나를 꾸미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시집 제목처럼 이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흥,얼(蘖),흥(興),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집을 읽어보면 기존 시와의 많은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고추잠자리2」란 시를 보면

 

그 녀석 잡아/손가락 사이에 끼고/강제 뽀뽀시키던/그녀석//네 녀석/때문에/온몸 붉어진/그녀석

 

시가 그리 길지 않지만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는 그 녀석은 아마도 시인 자신과 잠자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시를 다시 한 번 읽고 반추해 보면 시인이 마치 장난꾸러기처럼 느껴진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통해 시인이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메시지에는 단순히 웃음만 느껴지지 않는다. 시집에 실린 작품들 중 많은 시가 청춘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시에서 노래하는 청춘은 젊은 날의 상징 즉, 청춘의 아름다움과 패기 발랄함 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아픔을 이야기 한다.

 

시인에게 있어 추억도 즐거운 추억보다는 아련한 아쉬움과 아픔이다. 이호 평론가에 따르면 시인의 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관계 맺음에 대한 시인의 사유”라고 한다. 즉, 시인이 관계를 가진 대상에 대한 시인의 느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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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사이에서 생겨나는 일상의 소소한 감성들을 잘 담는다”라는 이호 평론가의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것일 듯하다.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청춘에 대한 표현에 대해 “특별한 관계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청춘들’을 포착해냄으로서 본원적으로 홀로 설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위치, 그 고독한 ‘청춘’들의 일상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라고 선언한다.

 

사는 것이/숨차니//어머니가 숨으란다.//항아리에/들어가 숨으란다. (「숨바꼭질」부분에서)는 이러한 청춘의 아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 너무 힘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항아리란 “‘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아늑하고 작은 공간으로서 들키지 않고 숨을 수 있는 장소, 세계로부터 보호받는 곳”이라는 이호 평론가의 설명이다.

 

시인에게 있어 나, 너 그리고 청춘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을 시인은 간결하게 향이 나는 시를 쓰기위해 노력한다. 시인은 말한다. “나에게 종교와 같은 반성문인 시를 쓰기 위해서 또 밤을 보내고 있다. 단맛이, 그리고 향이 있는 언제나 쉽게 질겅질겅 씹을 수 있는 껌 같은 詩를 위해”. 그것이 시인의 유일한 고뇌이며 의미인 듯하다.  

 

유 기 흥

충북 청주 출생. 2015년 시집 『立春』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대전대학교 외래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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