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보수 정부 대북정책 검토결과 발표,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추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모든 국민이 익히 들어 알고 있듯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의 상당 부분을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의존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 따르면 최씨의 비선 모임에서 ‘개성공단 폐쇄’ 문제도 논의됐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하나 더 생겼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28일 오후 통일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2016년 2월10일)는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 지시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김종수 위원장이 28일 통일부 청사에서 지난 보수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해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통일부)    

 

혁신위는 이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주요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 결과를 내용으로 하는 '정책혁신 의견서'를 공개했다.

 

김종수 혁신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발표 내용과는 달리 “2016년 2월10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리기 이전 2월8일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누구와 어떤 절차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식 의사결정 체계의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됐다”는 점을 분명히 말했다.

 

2월7일 이후 의사결정 과정

 

구체적으로 2월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4차 핵심험/광명성 로켓) 직후 NSC에서 단호한 대응 원칙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때까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야기는 거론되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날(2월8일)이다. 2월8일 오전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성공단 철수 지시가 내려왔다고 통보했다. 그날 오후 김관진 안보실장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통일부가 마련한 철수 대책을 기본틀로 세부계획을 마련했다.

 

이틀 뒤 2월10일 NSC 상임위원회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공식 논의됐고, 그 자리에서 북한 노동자의 임금 전용(임금이 북핵 개발에 쓰임) 등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김 위원장은 그 근거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기반한 것으로서 유관기관과의 소통없이 청와대 의견으로 관철됐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의 의견 형성에 영향을 미친 문건들은 주로 탈북자들의 진술과 정황을 담은 것이었다. 실제 해당 문건의 도입부에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 했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조사결과다.

 

무엇이 왜 문제인가

 

그렇게 급작스럽게 발표된 통일부의 개성공단 중단 선언은 당시에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2월7일 북한이 4차 핵실험(광명성 로켓)을 강행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졸속 결정으로 지탄받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2016년 2월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선언했다. (사진=통일부)    

 

△사전에 입주 기업에 알리지 않았고 이로인해 전기만 끊어놓고 공단 내부에 수많은 설비들은 그대로 두고 사람만 철수시킨 상황을 초래했다. 사실상 개성공단이라는 소중한 우리 자본을 북한에 헌납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당시 입주한 124개 기업의 생산총액은 월 599억원에 달했고 총 투자액도 최소 1조원이었으니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도 “철수 일정과 집행도 매우 급박하게 진행돼 기업의 재산권 보존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90%가 넘는 상황에서 사실상 개성공단 조치 폐쇄로 북한에 경제적 타격을 주기 어렵다. 실제 북한은 이후에도 미사일 도발을 지속했고 5, 6차 핵실험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실제 “향후 개성공단 재개 등 우리 측 입장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당시의 안보적 급박함을 전제하고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해당 조치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못 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 홍용표 전 장관은 지난 2월8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만선'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캡처사진=통일부의 통일NOW 방송)     

 

한편, 김 위원장은 차후에 남북관계 악화로 손해를 보는 경제협력 사업자에 대한 보상 법률을 마련하고 경협 전반을 검토함과 동시에 교역 보험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론 현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대북관계가 개선되면 개성공단을 재개하기 위한 준비를 미리 해놔야 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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