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 “조합원을 믿는 것부터 시작”, 한상균 특사 배제 유감, 이영주 사무총장 전향적 조치 주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80만 조합원을 가진 전국 최대 노동조합인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새 지도부가 꾸려졌다. 이로써 2015년 12월10일 구속된 한상균 전 위원장의 공백이 2년 만에 메워지게 됐다. 

 

민주노총은 29일 오전 김명환 후보가 새로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김명환 위원장 당선인은 서울 중구 경향신문 건물 15층 사무실에서 당선증을 수령하고 소감을 밝혔다. 김 당선인은 “지도부 3명이 민주노총의 주요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다”라며 “조합원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동지들 개개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어야 하고 그런 소통을 통해서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 3인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 중앙뉴스

 

김 당선인은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상균 위원장이 이번 특사에서 배제되서 매우 유감”이라며 “당장 구속 위기에 처한 이영주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정부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한 위원장에 대해 반국가사범으로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사실상의 집시법과 도로교통방해 위반 등 말도 안 되는 정치판결이라고 본다”며 “당장 산업별 지역별 지도부를 소집해서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 3인은 29일 오후 2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당선증을 수령하고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더불어민주당 중앙 당사에서 점거 농성 중이었다가 27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무총장은 박근혜 정권 당시 민중총궐기 등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2년 넘게 수배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무총장은 18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악 철폐·한상균 위원장 석방·자신에 대한 수배령 해제 3가지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다가 건강악화로 중단했다.

 

김 당선인은 2013년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 신분으로 KTX 수서발 자회사 설립을 민영화의 전단계로 판단하고 적극 투쟁했고 경찰의 공개수배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시 김 당선인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정국과 맞물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김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문재인 정부와 ‘대화와 교섭·비판·대안 제시’ 등 다양한 노선으로 대응할 수 있고 ‘신 8자회의’(대통령과 노사 대표 4인·정부 대표 2인·국회 대표 2인)를 제안하기도 했다.

 

▲ 김명환 당선인은 민주노총 내부에서의 소통이 잘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당선인은 무엇보다 내부 소통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30일 이전 대의원 대회를 열기 위해 준비사항을 공지하고 중앙위원회 토론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와 “당당하게 교섭하고 반개혁 반노동 정책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투쟁해 나가겠다”면서 “자유한국당이라는 적폐세력과 손을 잡고 근로기준법 개악을 했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화해서 대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김명자 수석부위원장 당선인은 무작정 투쟁하지 않고 정교한 전략을 가지고 투쟁하겠다고 말했고, 이런 점이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당선인과 러닝메이트로 동행한 김경자·백석근 후보는 차기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김경자 당선인은 “조합원 신뢰와 국민 지지를 받겠다는 것이 우리 선거운동의 강조점이었다”며 “이는 민주노총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문재인 정부와 싸울 때 왜 싸우는지 국민들께 그 이유를 정교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조합원들이 응답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대여 투쟁 기조와 다르게 정교한 투쟁력을 발휘하겠다는 설명이다. 

 

백석근 당선인도 관련해서 “아직 당선자 신분이기 때문에 신년에 기자간담회를 또 열어서 여러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민주노총 선거는 2014년 최초의 직선제 실시 이후 3년 만에 두 번째 직선제로 치러졌다. 지난달 30일부터 진행된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어 22일부터 28일까지 2차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결선 투표율은 41.4%로 전체 유권자 79만2899명 중 32만8630명이 참여했다. 김 당선인은 21만6962표 66%의 득표율로 8만9562표를 얻은 이호동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따돌리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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