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통합파와 반통합파의 투표결과 해석 차이, 양대 진영의 수 싸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민의당 전당원 투표에 참여한 당원은 압도적으로 통합 찬성에 표를 줬다. 투표에 참여한 당원들은 대체로 안철수 대표 지지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예상된 결과였다.

 

다만 투표율이 23%에 불과해 기존에 반통합파가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33% 유효론에 따라 투표 결과 자체에 대한 정당성 싸움과 더불어 향후 국민의당의 미래는 분당 수순으로 향하게 될 전망이다.

 

국민의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사흘 간 실시된 전당원 투표(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에 대한 재신임)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찬성이 74.6%(총 투표자 5만9911명 중 4만4706표), 반대는 25.4%(1만5205명)가 나왔다.

 

▲  국민의당 이동섭 선관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당대표 재신임 전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과 자체만 보면 안 대표 재신임안에 대해 대다수 당원들이 신뢰를 보낸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유권자 26만437명 대비 4만4706명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반통합파가 정당성을 의심할 명분이 충분하다. 

 

안 대표가 애초 당원 주권주의를 내세워 전당원 투표를 밀어붙였는데 실질적으로 전체 당원의 83%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의사를 유보했기 때문이다. 

 

당장 반통합파의 반격은 시작됐다. 통합파로 알려진 이동섭 중앙선관위원장이 결과를 발표하는 현장에서 반통합파 당원이 난입해 당직자들과 충돌을 일으켰다. 한 당원이 욕설을 내뱉으며 “안철수가 그리 돈이 많냐”고 외쳤고 의자까지 집어던지려고 했지만 당직자의 제지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 전당원 투표 결과 발표 도중 한 반대파 당원이 회견장을 난입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파는 투표율 관련 반론 근거를 제시했다. 안 대표는 28일 jtbc <썰전>에 출연해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대표가 됐을 때 투표율이 약 19%였다”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안 대표가 선출될 당시에도 투표율은 24%였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주권자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선거이기도 하다. 

 

▲ 28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안철수 대표가 투표율 19%로도 당대표가 선출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캡처사진=jtbc)   

 

허나 현실적으로 안 대표가 공언한대로 전당원 투표 결과를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절차를 추진해 나가기는 험난하다. 당장 전당대회에서 통합 의결을 받아야 하는데 전당대회의 의장이 강력 반통합파 이상돈 의원이다. 전당대회에서 통합 의결을 받고 이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합당 신고를 해야하는데 그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반통합파의 관측이다.

 

이런 현실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 대표의 통합파는 전당대회를 전자투표로 대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당법 32조 2항에 따라 공인전자서명을 통해 전당대회 의결을 할 수 있고 당헌 16조 3항을 근거로 추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반통합파는 “꼼수”라며 즉각 반발했다.

 

통합파는 지난 9월 사실상 당무위원회의 권한을 명시한 당헌 24조 1·2·3항(당헌당규 개정과 유권해석권)을 최고위원회의에 일임해놨고 이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위 구성은 통합파 4명(안철수 대표·김관영 사무총장·장진영 최고위원·김중로 의원)과 반통합파 3명(김동철 원내대표·이용호 정책위의장·박주현 의원)에 중재자 1명(이태우 최고위원)의 상황이다. 

 

<나쁜투표저지 국민운동본부>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당에 대한 반대이자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나쁜투표 거부운동본부' 소속 반통합파 국민의당 의원과 당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원 투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표 결과에 대한 해석을 통해 통합 반대론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운동본부는 “보수야합추진을 저지하고 안철수 대표를 퇴출시켜 국민의당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를 출범하겠다”며 절대 통합 반대 투쟁 노선을 가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김경진·김광수·김종회·박주선·박주현·박준영·박지원·유성엽·윤영일·이상돈·이용주·장정숙·장병완·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 의원 등 반통합파 의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새로운 운동 조직 출범에 서명했다. 

 

이들은 안 대표를 불신임하는 전당대회를 별도 소집하는 것과 독자신당 창당 카드를 꺼내는 등 여러 전략을 놓고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민의당이 갈라지는 것은 연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제 시간 문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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