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가공우유제품 중 과반수가 원유함량 50% 이하도 못 미쳐

▲대형마트에서 과즙맛 우유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제품을 집어 들고 있는 소비자, (사진=오은서 기자)     

 

[중앙뉴스=오은서 기자] 달콤한 과일맛에 우유의 영양소까지 함유했다는 착각으로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무심코 집어 든 가공우유제품 중에 원유(흰우유) 함량이 0% 이거나 50% 이하인 제품이 전체에서 약 8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가 제품선택 시 신중한 확인이 요구되고 있다. 

 

컨슈머리서치가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딸기·초콜릿·바나나 등의 맛이나는 가공유 60종을 조사한 결과 원유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이 15개(25%)였고 원유 함량이 절반도 안 되는 제품이 34개로 전체의 56.7%에 달했다. 결국 원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거나 절반 이하인 제품의 비중이 81.7%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은 평소에 맛있게 즐겨먹던 딸기우유, 초코우유, 바나나우유 등 가공우유제품 중 원유(흰우유)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사실을 모른 채 단지 브랜드 명에 ‘우유’가 표기됐다는 자체로 우유를 마신다는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우유나 밀크 명칭이 적힌 자체상품인 PB브랜드 가공유 28종과 우유제조사 제품 32종이었다.

 

매일유업이 제조한 GS25 PB제품 '신선한 스누피 초코우유', 동원F&B '더 진한 바나나 담은 바나나우유'에는 원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거나 환원유로 제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세븐일레븐 PB 제품 중 동원F&B 딸기우유, 초코우유, 바나나우유도 원유가 아닌 환원유로 만들어졌고 탈지분유, 유크림 등을 사용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푸르밀 생과즙 블루베리우유, 동원F&B 밀크팩토리 코코아, 덴마크 딸기딸기우유, 서울우유 딸기, 초컬릿 등에도 원유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F&B의 '마카다미아 초코우유', '카라멜 커스타드크림우유' 등도 원유 대신 환원무지방우유를 사용한 제품이다.

 

대형마트를 쇼핑하던 중 과즙맛 우유제품 성분을 확인하던 이모씨(30대 주부)는 “평소 아이들이 학원 끝나면 편의점에서 딸기맛, 바나나맛 우유를 즐겨 먹는데 거기에 원유가 없거나 환원유가 들어있다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다. 제조업체가 디자인에만 공을 들일 것이 아니라 내용물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가족건강을 위해 속편하게 흰우유만 산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런 과즙맛 우유의 원료는 어떤 성분이 들어갈까. 이들 제품은 환원유·환원저지방우유·혼합탈지분유·유크림 등이 들어있는 사실상 유가공 음료수인 셈이다. 환원유는 탈지분유에 물을 섞어 만들어진다. 지방을 포함하기 위해 유크림을 섞기도 한다.

 

이번 조사 대상 제품 중 탈지분유와 유크림 등의 원산지를 명확하게 표시한 제품은 44개였으며 소비자단체는 원유가 들어있지 않은 가공유를 '우유'로 표기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2년 가공유가 우유와 성분이 유사해 '우유'(milk)로 표기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컨슈머리서치측은 "소비자는 우유라는 제품이름 때문에 신선한 우유를 마신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더욱 명확한 표시기준을 만들어 혼란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가공유에 표기된 사항을 주의 깊게 확인해 선한 우유인지 판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인의 바쁜 식생활 패턴으로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편의점 김밥이나 햄버거와 함께 달콤한 맛의 우유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막연하게 제품 광고나 제품 포장 디자인에 현혹돼 우유를 마신다고 생각하기 보다는이 제품에 진짜 우유성분이 들어있는지 표기사항을 꼼꼼히 살피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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