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만나 개헌 관련 좌경화 공감대 형성, MB 만나 ‘UAE원전’ 팩트체크 할 필요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만났다.

 

홍 대표는 3일 11시에 서울 중구 김 전 총리의 사택을 예방했고 14시반에 강남구 삼성동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 홍준표 대표의 차량이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슈페리어타워 19층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 근처에 주차돼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에 대해 정치적인 항의의 표시를 하기 위해 일반 시민 몇몇이 피켓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년 인사차 보수 진영의 원로를 방문하는 것이지만 홍 대표 입장에서 보수의 위기 속에 지방선거를 맞는 상황이라 개헌 등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구하고 동시에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게이트 관련 사실확인을 해야하는 필요성도 있다.

 

실제 홍 대표는 김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헌 추진은 “좌파 사회주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화답한 김 전 총리도 문 정부의 개헌 움직임은 국민과의 소통없이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와 김 전 총리는 정권교체 이후 한국 사회가 너무 좌경화되어 가는 것 같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

 

▲ 홍 대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만나 개헌 추진이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얽매이면 안 된다면서, 현 정부의 개헌 움직임에 대해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홍준표와 이명박의 대화 주제에 ‘UAE 원전’ 있었나

 

홍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과 연동돼 자신의 대통령 재임 시절 이면계약(원전 수주와 군사협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대화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현장은 보안이 유지됐다.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이 있는 슈페리어 타워의 12층에 풀 기자단만 들어갈 수 있었고 두 사람의 접견 즉시 이뤄진 간단한 사진 촬영을 제외하고는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다. 

 

▲ 홍준표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단순 신년 인사만이 아니라 UAE 원전 관련 중요한 대화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회동 직후 자유한국당 공보실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대화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은 야당의 정부 견제 관련 야당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 전 대통령은 문 정부 들어 자신에 대한 수사의 칼날이 옥죄어오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격앙됐을 것으로 보였지만 이례적으로 “야당이 강하게 하려면 정부의 긍정적인 측면도 좀 얘기해야 된다. 부정적인 측면만 얘기하면 협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에 “지금 긍정적인 측면 하나 있다.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고 답했다.

 

▲ 이날 대화 자리에는 홍 대표와 이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강효상 의원·정태옥 의원·이동관 전 홍보수석·김효재 전 정무수석이 동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일반적인 대화 외에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대 문재인 정부 공세 전략에 참고하기 위해 MB 정권 당시 진행된 원전 수주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새해 첫 날 이 전 대통령도 국립 현충원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에게 “내가 말 안 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겠지”라며 국익 관련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음을 암시한 바 있기에 홍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서 물어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필두로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속적으로 임 실장의 UAE 특사 파견 공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들어 수위를 낮추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최근 MB 정부에서 맺은 군사 양해각서가 너무 무리한 내용이라, 문 정부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 실장을 특사 파견했다고 의혹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입장에서 정치 공세거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가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때문에 김 원내대표는 정의당과 문 정부의 밀약이 있었다는 식으로 비판의 방향을 틀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2일 JTBC 뉴스룸 <신년 특집 대토론>에서 함께 출연한 김 원내대표에게 “자기들이 열심히 공부 안 해서 정보를 얻어내지 못 해놓고서는 왜 우리한테 따지냐”고 반박했다. 

 

▲ 2일 열린 JTBC 뉴스룸 <신년 특집 대토론>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는 연일 공방을 벌였다. 토론 직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두 사람의 이름이 올라갔다. (캡처사진=JTBC)     

 

김 원내대표가 이렇게까지 발끈한 것을 두고 실제 MB 정부 당시 그런 이면계약의 존재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김종대 의원은 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상호군수지원협정(MLSA) 이행 여부를 놓고 임 실장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UAE 특사로 파견됐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군사 양해각서는 우리가 들어줄 수준을 초월하는 무리한 약속”이라며 “2009년 원전 수주 당시 UAE가 요구한 것은 상호방위조약이라 한미 동맹을 맺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 들어줄 수 없어 조약이 아닌 협정 형식으로 다시 초안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폭로한 협정의 내용은 △국군 파병 △병참물자 지원 △UAE 군 현대화 교육 △방산기술 협력 및 군사기술 제공 등이 있다.

 

이렇게 현재 UAE 원전 게이트는 치킨 게임화 된 진실공방이 진행 중이다. 적절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홍 대표는 확실히 이 전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당장 다음날부터 자유한국당이 이건 관련해서 무슨 대응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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