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혁신’은 어디로, 색깔론 고수, 무조건 반대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초등학생 그림까지 종북몰이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맹비난했다. 

하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본청 228호 바른정당 연석회의에서 “영화 1987 박처원이 있다면 2018년엔 홍준표가 있다”며 두 인물의 공통점은 “종북피해망상증 환자”라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 하태경 의원은 작심한 듯 홍준표 대표와 한국당을 맹비난했다. (사진=바른정당)    

그나마 “박처원은 자기 가족이 당시 빨갱이들에 의해서 살해당한 이유라도 있지만 홍준표 대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종북피해망상증”에 걸렸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하 의원은 “박처원은 당시 빨갱이를 조작해 전두환 정권을 연장하려 했고 홍준표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빨갱이 조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그림을 보여주면서 “통일을 바라는 그림을 그리면 한쪽에는 태극기 다른 쪽에는 인공기를 그려야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걸 빨갱이 그림이라며 어린이 그림까지 빨갱이에 이용하는 게 제정신인가 환자정당”이라고 한국당을 성토했다.

하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의 사전투표제 홍보 포스터를 설명하면서 “1번 문재인과 3번 안철수는 김정은이 공천했다는 것 아닌가”라며 “빨갱이 장사 없애야 하는 상황에 아직도 빨갱이 장사”를 하는 한국당과 홍 대표를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초등학생의 통일 염원 그림까지 색깔론으로 ·· 대표전사 전희경

하 의원이 보수 정치인으로서 색깔론을 적극 비판하고 경계하고 있는데, 이렇게 한국당은 여전히 색깔론에 얽매여 있다. 

어린이 그림 종북몰이 논란은 지난달 28일 김종석 한국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우리은행의 달력 배경사진을 올리면서 처음 불거졌다. 

▲ 김종석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은행의 달력 그림을 문제제기 했는데,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한국당에 돌아오고 있다. (캡처사진=김종석 의원 페이스북)  

새해 첫 날 홍준표 대표는 한국당 신년 인사회에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도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 금년 선거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그런 선거가 될 겁니다”라며 색깔론 공세 분위기를 이어갔고,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마찬가지로 공식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의 엄중한 안보 현실에도 아랑곳 않고 사회 곳곳에 만연한 장밋빛 대북관과 뿌리 깊은 안보불감증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 홍준표 대표가 무술년 새해 첫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작품은 지난해에 열린 22회 ‘우리미술대회’에서 초등학생이 출품해 대상을 수상한 통일 염원 작품이다. 흔히 어렸을 때 남북 평화통일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때 북한을 상징하기 위해 인공기를 사용하곤 한다. 이를 두고 북한을 옹호한다거나 남한보다 북한이 우월하다는 식의 해석을 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우리미술대회는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22년간 71만명의 청소년이 참여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개최되는 우리은행 만의 문화예술 공헌 행사다. 커다란 미술 대회에서 대상을 줄만큼 아무 이상없는 그림에도 색깔론의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한국당의 시각이 매우 정치적이고 비정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자유한국당의 김재경 중앙직능위원장과 주옥순 디지털소통위원회 부위원장 등 50여명의 당원들은 서울 우리은행 본점에 찾아가 규탄대회를 열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 자유한국당 중앙직능위원회 위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우리은행의 탁상달력 사진에 북한 인공기가 등장한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 부위원장 등 일부 당원들은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면서 “계획적으로 아이들에게 인공기를 주입교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통일부 후원의 미술대회에서 인공기가 들어간 통일염원 작품들에 상을 준 사실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이처럼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까지 색깔론을 제기할만큼 현재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공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예산안 정국에서 ‘한국당 패싱’ 논란이 제기됐고, 개헌 문제는 홍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 때문에 옹색해졌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UAE 특사 파견 문제도 이명박 정권의 군사협정 이면계약 불똥이 튀어 코너에 몰리게 됐다.

국면이 이러다보니 한국당은 오랫동안 통용된 색깔론 카드를 어떻게든 붙들고 시시때때로 꺼내고 있다. 김진태·전희경 등 강성 의원들이 그런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전 의원은 지난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김상곤 교육부장관·임종석 비서실장 등에게 청문회나 국정감사 자리에서 줄기차게 이념 공세를 펼친 바 있다. 

▲ 전희경 의원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에 청와대 조직의 출신성분을 문제 삼았다. (캡처사진=연합뉴스TV)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7일 페이스북에 “앞으로도 묻고 또 물을 것이다”며 “당신들의 머리에 무엇이 있는지. 그것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합치하는지!”라고 적었다. 헌법과 대한민국의 가치에 기반해 색깔론을 구사하겠다는 것이지만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 의원은 4월19일 페이스북에서 “탄핵의 본질은 정치투쟁에서 패한 것이고 헌재 판결은 법논리가 아닌 민중재판으로 흘러 부당한 것이라는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해야 탄핵의 진실도 밝혀진다고 여러 차례 유세를 통해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정치적이고 인민 재판적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헌법을 내세운 이념 공세도 상당히 자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탄핵 당했던” 한국당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말이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그러니까 탄핵 당했지 이 사람아”라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뼈있는 말을 던졌는데 이것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 손석희 앵커가 토론 사회자로서 중재하려고 해도 김 원내대표와 노 원내대표 간의 공방은 지속됐다. (캡처사진=JTBC)    

한국당에 대해 사이다 진단을 내려준 노 원내대표에 찬사를 보내는 등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한국당은 국정농단 정국 이후 초유의 탄핵을 당한 정당으로서 인적 청산도 제대로 이루지 못 했고 정치 전략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원내대표는 2일 jtbc 뉴스룸 <신년특집 대토론>에 출연해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그야말로 설전을 벌였다. 김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몰아붙이지 않는 노 원내대표를 두고 “정의당은 이상한 야당이고 야당이 아니다”라며 공방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노 원내대표의 속마음이 해당 발언으로 탄생했다.

▲ 2일 열린 JTBC 뉴스룸 <신년 특집 대토론>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는 토론 내내 부딪쳤다. (캡처사진=JTBC)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기조가 제1야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에 ‘무조건 반대’를 천명해야 하는데 노 원내대표가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이상하게 본 것이다. 하지만 흔히 ‘반대를 위한 반대’ 현상에 대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라고 다들 인정하듯이 탄핵 이후 무조건적인 반대만 하는 야당의 관습도 청산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라고 할 수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한국당과 홍준표를 끝내기”를 위해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당과 다른 차별화된 보수를 내세우고 있다. 그 차별화의 제1순위가 국회 보이콧을 하지 않는 등 무조건적인 반대를 지양하는 것이다. 

하 의원은 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홍준표 대표를 TV에서 안 보게 할 수 있고 문재인 대통령 도와줄 건 제대로 도와주고 민주당도 제대로 도와주고”라면서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을 통해 정쟁 일변도의 정치권 구태를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에서 서술했듯이 종북몰이하고 무조건 반대만 하는 한국당을 끝장내기 위해 통합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뼈를깎는 혁신”으로 한국당의 변화를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한 달 가까이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보수 평론가로 알려진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20일 <폴리뉴스> 정국 좌담회에서 “박근혜 한 명 때문에 보수가 망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그 장단 맞추던 친이·친박 다 공범들”이라고 꼬집었다.

황 소장은 “첫째로 그것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전혀 없다. 친이는 친박 때문이라 하고 친박은 친이가 다리 걸어서 탄핵에 참가해 그렇다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 반성이 없으니까 앞으로의 비전과 콘텐츠도 없다”고 보수 위기의 근원을 설명했다.

한국당이 이렇게 혁신과 변화에 성공하지 못 하고 색깔론 등 구태를 반복하는 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좋지 못 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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