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김수영 기자]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급작스레 보유 주식 대부분을 매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보유 주식 1천324만4천956주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이병철 부회장에게 매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최대주주였던 권 회장의 지분율은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24.28%에서 5.52%로 대폭 낮아졌다.

반면 이 부회장은 14.00%에서 32.76%로 증가해 1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KTB투자증권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

 

앞서 KTB투자증권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권 회장이 오랜만에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권 회장은 지난달 6일 회사 주식 93만7천825주(1.33%)를 장내 매수했다고 같은 달 8일 공시했다. 권 회장의 주식 매수는 2011년 11월 이후 6년여 만이어서 이 같은 관측이 힘을 얻었다.

 

이후 권 회장은 지난 28일까지 잇달아 장내 매수해 지난달에만 모두 10차례에 걸쳐 회사 주식을 사들여 지분을 20.22%에서 24.28%로 늘렸다.

 

권 회장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지난해 12월 19일 이 부회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제3자 매각 의사와 이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등의 행사 여부에 대한 청약 통지를 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같은 달 29일 권 회장에게 매도참여권을 행사하지 않고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 부회장이 KTB투자증권 부회장으로 선임되기 석 달 전인 2016년 4월 우선매수청구권을 주요 내용으로 한 주주 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주식 보유자가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에 같은 조건으로 해당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권 회장의 주식 1천324만4천956주를 우선적으로 매수할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권 회장 측은 이 부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통지서에 일부 내용이 생략됐다며 통지서의 유효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권 회장 측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하면서 당사자는 물론 회사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 부회장과 동반 퇴진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으나 쉽지 않아 권 회장은 결국 19년간 경영해온 KTB투자증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권 회장은 특가법상 횡령·배임 및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의 통보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지난 11월 여의도 본사 사무실뿐 아니라 서울 도곡동 자택까지 압수수색하면서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이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하는 금융회사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주식 매수가로 현 시세보다 비싼 주당 5천원을 매수하기로 하면서 권 회장도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KTB투자증권 주가는 경영권 분쟁과 권 회장의 주식 매수 과정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권 회장이 주식 매수를 재개한 지난 6일 종가는 4천625원으로 전날(3천835원) 대비 20.60% 올랐다. 당일 거래량은 638만5천875주로 전날(88만9천140주)보다 618.21% 급증했다.

 

권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제3자 매각 의사를 통보한 19일에도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4천210원으로 4천200원대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권 회장이 지난달 회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한 것이 매도가를 올리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 KTB투자증권 지분을 주당 5천원씩 모두 662억2천478만원에 사들인다. 그러나 권 회장 측은 "지난달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한 이유는 제3자가 지분 취득 시 지분 싸움 없이 경영권을 좀더 원활히 이전받게 하기 위해서"라며 "일각의 매매차익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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