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으로 깨끗하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세서’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세서’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1.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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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치료와 주사비 심지어 문고리 3인방 휴가비에 국비 펑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령한 특수활동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추가로 기소한 가운데 구체적인 사용처가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4일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와 국고손실·업무상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적어도 최순실씨가 경제적 이득을 봤고 본인은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말을 고수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이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기 시작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으로 인해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 전 대통령은 삼성과 롯데 등 뇌물수수는 최순실씨와의 경제적 공동체 개념으로 기소됐고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기타 대기업들의 자금 출연을 요구한 것은 강요죄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밖에도 20개 혐의가 있지만 적어도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편취한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기소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국민세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사실관계가 드러나 최소한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지게 됐다. 

 

어디에 쓰였나?

 

검찰이 기소하며 드러난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사용 내역은 지난 국정농단 정국에 자주 들어왔던 기치료비·주사비·의상비·차명폰 마련·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활동비 등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집권 초반인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8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들을 거쳐 수령한 총액은 36억5000만원이다. 여기서 20여억원은 현금으로 지출돼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머지 16여억원은 이렇게 철저히 사적 용도로 쓰여졌다.

 

▲ 문고리 3인방 중 정호선 전 비서관 외에 나머지 2인은 국정농단이 터지고 1년이 지난 뒤 늦게 구속됐다. 덜미는 국정원 특활비 때문에 잡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검찰에 따르면 상납액의 대부분인 33억원은 이재만 전 비서관의 사금고에 보관됐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을 때마다 꺼내 사용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률상 허용되지 않은 사인이 대통령의 몸에 시술한 것으로 알려진 각종 미용 주사시술과 기치료 등에 3억6500만원 쓰였다.

 

여기엔 삼성동 자택 관리비는 물론 최씨·문고리 3인방과 연락망을 구축하기 위한 차명폰 51대 개통과 요금으로 쓰인 1300만원도 포함됐다. 실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은밀한 지시사항을 수행했던 문고리 3인방의 활동비와 휴가비에 9억7600만원이 지출됐다.

 

의상실 유지비는 7억여원이 들었다.

 

어떻게 밝혀졌고 돈은 어떻게 관리됐나? 

 

그렇다면 검찰은 이 용처를 어떻게 밝혀냈을까. 검찰은 이재만 전 비서관이 생생히 기억해낸 사용내역서와 추가 계좌 추적을 대조해가며 용처를 구체화시켰다. 언론에 비춰지기로는 문고리 3인방이 박 전 대통령을 배신하고 처음부터 술술 진술한 것처럼 돼 있지만, 검찰은 이들이 바로 진술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핵심 관계자 30명을 소환조사하고 500개가 넘는 계좌를 파악하는 등 이를 통해 이 전 비서관의 유의미한 진술을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이 전 비서관은 JTBC의 태블릿PC 보도 직후 2016년 10월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사용내역서를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네고 그 외 나머지 자료들은 전부 폐기했지만 검찰의 구체적인 추궁에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에 직접 현금을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지시에 따라 각종 대금을 지불했기 때문에 용처와 액수를 기억해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용처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이영선 전 행정관이 특활비를 받아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고 이를 이체했던 사실이 검찰이 추적하는데 실마리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돈은 현금으로 지출됐고 실제 종이 장부로 내역을 확보했어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됐는지 규명하는 것은 검찰의 숙제로 남겨져 있다.

 

역할분담은 이재만 전 비서관이 총괄적인 자금관리를 하고 미용과 의상 등 온갖 사생활 분야는 안봉근·정호성·이영선·윤전추 전 비서관이 각각 담당했다.

 

특활비는 결국 최순실과 박근혜 ‘공동’으로 관리됐나?

 

▲ 2017년 5월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영수 특검은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가 ‘경제 공동체’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을 최씨측이 구입해주는(1990년 최씨의 모친 임선이씨가 10억5000만원을 지불하고 직접 매매계약 체결) 등 오랫동안 박 전 대통령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해왔던 특수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 공동체는 법률적 공식 용어가 아니기도 하고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일반 뇌물죄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한 특검의 무리한 시도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이런 한계가 이번 검찰 조사를 통해 보완될 전망이다. 

 

검찰은 최씨 수첩에 있는 메모를 증거삼아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공동 관리 및 사용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 검찰에 따르면 최순실의 수첩에 있는 메모지 내용과 문고리 3인방에 지급된 돈이 일치했다고 한다. (사진=JTBC 뉴스룸 1월4일)    

 

이재만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 쇼핑백에 돈을 담아 관저에서 전달했고 그때마다 최순실씨가 동석한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구체적으로 메모지에 문고리 3인방에게 지급할 돈도 분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영선 전 행정관은 매달 2000만원 정도의 돈을 쇼핑백에 담아 최씨에게 건넸다고 조사됐다.

 

문고리 3인방이 조사받을 때 최씨 메모 내용과 자신들이 수령한 금액이 일치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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