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통일부 장관이 직접 제안한 고위급 회담 북측이 수락, 우리 정부의 협상 로드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새해벽두부터 훈풍이 불던 남북관계가 고위급 회담 성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통일부는 5일 11시 직접 제안한 ‘9일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에 대해 북측이 수락했다고 밝혔다. 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실무사항은 문서교류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남북한이 한반도 깃발을 들고 개막식에 공동 입장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10시16분경 우리 측에 회담과 관련한 전통문을 보내왔다“면서 위 사실을 설명했다.

 

백 대변인은 전통문의 내용에 대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비롯 남북관계 개선 문제가 담겨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 백태현 대변인이 3일 통일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그동안 진행과정을 훑어보면 일사천리로 남북 간의 대화 국면이 조성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조속히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양국 정상들이 의지를 갖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우리와 먼저 대화할 수도 있다고 의사를 밝혔고, 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아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판문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3일부터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판문점 연락사무소에서 통화연결 확인전화를 걸었고 북측은 15시반에 최초로 응답했다. 박근혜 정부 때 개성공단 전면 중단조치 이후 연락채널이 끊긴지 1년11개월 만이다.  

 

4일에는 연락채널 재가동을 확인한 남북 당국이 구체적인 회담 일정과 내용에 대해 고심했다.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전 평양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그 회담 내용과 관련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대화주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 아래 일단 평창 동계올림픽 안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침 4일 22시가 넘은 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 군사훈련을 올림픽 기간에 치르지 않겠다고 최종 합의했고, 이 점이 5일 북한의 조건 수정없는 남측의 회담 제안 수용의 결과로 이어지는데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JTBC <뉴스룸>의 4일자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전야제를 북한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 개최하고 이를 이원 생중계하는 아이디어를 북측에 제안하는 등 남북의 신뢰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올림픽 개폐회식이 아닌 이상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허락이 필요없는 전야제는 개최국의 재량에 따라 운영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북한을 올림픽에 참여시키기 위해 여러 협상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었다. 1단계 남북 공동개최, 2단계 단일팀 구성, 3단계 개폐막식 공동 입장, 4단계가 공동 응원단 구성이다. 청와대는 이런 로드맵을 미리 세워놨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단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남북 공동개최는 불가능하고 2단계부터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남한 선수단들의 볼멘소리도 나올 수밖에 없어서 2단계도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북측이 의지만 보인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유력한 것은 3, 4단계 개폐막식 공동입장과 공동 응원단이다. 18년 전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북한 공동입장의 감동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고 그런만큼 평화 올림픽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매우 효과적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군사도발로 인한 경색 국면에서도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를 제의했었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지난 7월 각각 군사당국회담과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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