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당위원장 사퇴하고 공천권 내려놔, 김종구 경기일보 주필의 고언대로, 곧 공식 출마선언 할 것, 당론과 원칙 중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경기도지사 선거가 이재명 성남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라이벌 구도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전 의원은 공정성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 전해철 의원이 20분 가까이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 의원은 8일 오전 경기도의회 브리핑실에서, 오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당위원장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전 의원이 주목한 것은 “공정한 시스템 공천”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중앙당에 집중된 공천을 시도당에 위임한 조치를 했는데 자신이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으면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경기도당위원장이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도당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도당위원장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칼럼에 부담 느껴

 

실제 그런식으로 우려를 표하며 전 의원의 도당위원장직 사퇴를 주문한 칼럼도 있었다. 

 

▲ 김종구 주필은 칼럼을 통해 전 의원에 대한 현실적 우려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캡처사진=경기일보 지면 PDF 파일)  

 

김종구 경기일보 주필은 2017년 12월27일자 신문에서 <전해철의 무기>라는 칼럼을 통해 “공천권은 생사여탈권이자 이를 쥔 정치인은 절대 갑”이라며 “도지사 경선에 지더라도 전 의원은 여전히 공천권을 갖고 있을 것이고 만일 (경선에서) 전 의원의 반대편에 섰다가 나중에 어떻게 되겠나”라고 논평했다.  

 

김 주필은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하지 않겠나”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해철 의원이 정말 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도당위원장 직부터 내려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의원에게 김 주필의 고언이 통했나보다.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김 주필의 칼럼 이야기를 꺼냈다. 김 주필의 비판 지점에 대해 자신은 그럴 리가 없다는 투로 원리원칙 그리고 “분권과 시스템 공천에 의한 치열한 경선”을 강조했다. 

 

전 의원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사퇴 사실을 알리고 “큰 결단을 하셨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당론과 원칙'으로 승부하겠다

 

전 의원은 기자회견장 밖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했는데 꽤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수많은 질문 속 답변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원칙과 공정성’이었다.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중앙당 위주가 아닌 지역 당조직에 공천권을 준 것에 대해 스스로 앞장섰던 조치인데 자신의 도당위원장 신분이 그 원칙을 벗어나게 할 수도 있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전 의원은 “공정한 공천을 위해 한 명의 당원으로 살아남겠다”고 하면서 당내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상 출마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인데 전 의원은 “정책적으로 준비해서 조만간 공식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재명 시장과 남경필 지사 위주의 선거 경쟁이 볼만하다. 경기도 정책에 대한 두 자치단체장의 애정어린 관심과 소신이 연일 화제가 됐다. 버스 준공영제와 청년 복지정책을 주제로 치열하게 논쟁한 두 사람은 방송에 함께 출연해서 더 눈길을 끌었다. 

 

▲ 지난해 12월21일 JTBC <썰전>에서 남 지사와 이 시장이 출연해 치열하게 정책 토론을 펼쳤다. (캡처사진=JTBC)  

 

전 의원은 “당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시장이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를 비판한 것에 대해 당론을 벗어난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 당론은 오랜 토론을 거쳐 결정된 것인데 그걸 무시하면 안 된다”며 “도당위원장 직을 내려놨으니 앞으로는 더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1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경기도당의 당론을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다”며 “전해철 의원은 본인의 정치적 의견을 낸 것이고 나는 나대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당시 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하겠다고 한 민주당 자치단체장 14명이 이런 식의 준공영제는 안 된다면서 또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구 주필이 우려하는 지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시장은 “도당위원장(전 의원)의 입장과는 또 다른 실제 시장들 입장이 난처한 거다”며 “절대적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그 분이 얘기를 하니까 그때부터 말을 못 하는데 도의원들은 오죽하겠습니까”라고 전 의원을 지목했다.

 

전 의원은 자신이 “문재인 후보의 경기도 8대 공약을 다 만들었다”며 만약 당선된다면 연속성있게 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경기도민들이 ‘경기도 정책’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데 그 이유는 “경기도지사 자리가 대권을 위한 발판”으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전 의원은 “남 지사가 임기 말에 너무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이 시장도 마찬가지로 지적한 바 있다.

 

또 “민주당은 20년 전에 도지사하고 못 해본 현실”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민주당 만의 도정을 이끌어 가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 전 의원은 지속적으로 당론과 원칙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전 의원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지지율 격차가 심각하다. 연말연시 경기도지사 후보 여론조사 결과(한국일보·매일경제·MBC·돌직구뉴스)를 종합해보면 이 시장은 최소 33% ~ 최대 46%까지 압도적으로 1등을 유지하고 있다. 2위 남 지사는 12% 수준이고, MBC의 경우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7%로 2위를 차지했다. 전 의원은 2%가 채 안 된다. 

 

이런 현실을 돌파할 묘안이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전 의원은 3철(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전해철·양정철·이호철) 중 전면에 나서는 첫 인물이기도 하고 사실상 가장 먼저 경기도지사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 측면에서 전 의원은 “두 분한테 미안했다”면서 “너무 남용되지 않는 선에서 눈치보지 않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순실’이라는 초유의 막강 비선실세를 겪은 대한민국이라서 과도하리만치 부담감을 느꼈던 나머지 2철은 모두 해외에 떠나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미안함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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