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본 투트랙 전략 천명, 10억엔 반환 문제도 일본과 협의 결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우리 정부는 12.28 위안부 합의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지만 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14시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합의 TF 조사결과에 따른 향후 정부의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 강 장관은 UN에서 근무할 때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날 강 장관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부 차원에서 피해 할머니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 장관은 “피해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12.28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대일본 투트랙 전략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 등 기본적인 외교관계는 유지하되 민감한 역사 문제는 그것대로 따로 다룬다.

 

이번 강 장관의 입장 표명은 이에 기반했다. 

 

강 장관은 “(문재인 정부는) 진실과 원칙에 입각해 역사문제를 다루겠다”면서도 “한일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투트랙 전략을 표현했다.

 

▲ 강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 장관은 “양국 간에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993년 고노 담화·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 보였던 일본의 반성 기조를 촉구했다. 강 장관은 “일본이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이고 자발적인) 진정한 사과”가 피해 할머니들이 가장 원하는 요구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장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12.28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 재단’에 낸 10억엔은 사용하지 않고 그 돈을 우리 정부의 공식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일본이 준 돈은 일단 보관하고 있다가 향후 일본 정부와 협의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강 장관은 피해 할머니들이 만족하는 정부의 대응기조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며 “깊이 죄송하다”고 밝힌 뒤 향후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날(8일) JTBC <뉴스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피해 할머니들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에 따라 10억엔을 일본 정부에 반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발표는 바로 돌려주기 보다는 일본 정부와 협의해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8일 <뉴스룸>에서 “청와대 오찬과 그 이후에 외교부 장관과 여성가족부 장관이 전국에 살고 계신 할머니들을 방문해서 의견을 들었던 것으로 알고있다”며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이 문제가 일본 정부와 협상할 일이 아니라 (국제 인권 규범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할 권리와 의무가 한국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사실상 2015년 이후 우리 정부가 그 권리를 빼앗겼었는데 다시 그것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강 장관은 2015년 합의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졸속합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부 차원에서 인정하면서도, 일본 정부에 무리하게 협상 요구를 하지 않는 실용적 자세를 취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향후 피해 할머니들의 입장에서 정부가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한편,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8일 서울에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났다. 이는 지난해 12월19일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약속한 '한일 국장급 협의' 정례화에 따른 만남으로, 이날 김 국장은 가나스기 국장에 우리 정부의 TF 검토 결과 이후의 후속조치를 미리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가나스기 국장은 아베 내각의 입장을 적극 어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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