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원 파견에 대한 우려, 군사당국회담의 의미, 비핵화 대화 재개에 반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20시40분 즈음 ‘공동보도문’이 발표됐다.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이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담 끝에 성과를 냈다.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올림픽 관련 의제에 집중하면서 남북관계의 일반론을 천명하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군사 갈등을 풀어갈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리 위원장과 조 장관이 오전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공동 보도문의 3가지 내용은 △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 △남북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한다 △한민족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간다.

 

일단 북측은 올림픽에 고위급대표단을 비롯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선수단·응원단·예술단·참관단·태권도시범단·기자단 등 다양한 조직을 남한에 방문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고 추후 일정은 문서교환을 통해 논의한다. 

 

단순히 선수단 참여를 넘어서는 수 백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을 파견하는 것인데 이는 북한의 깜짝 제안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9일 jtbc <뉴스룸>에서 “(700~800명 가까이 되는 대규모 인원을 파견하는 것에 대해) 올림픽 행사를 하러 오는 건지 무슨 예술공연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린다”며 “우리 국민들의 여론이 비판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유불급”이라는 것인데 정 전 장관은 “9월9일 열리는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행사에 남쪽의 대표단이나 축하공연단을 보내주기를 바라는 포석”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세현 전 장관이 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번 합의사항에서 우려되는 지점을 설명했다. (방송캡쳐=JTBC)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도 페이스북에 “북한이 파견하겠다는 단체를 보면 올림픽과 상관없는 것들도 있다”며 “올림픽 참여를 북한체제 선전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주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김 교수는 “올림픽 선수단·대표단·응원단·기자단 정도가 적합하다”고 밝혔다.

 

군사적인 차원에서 미묘한 ··· 긴장

 

남북관계 개선은 군사적 긴장 완화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제안한 군사당국회담이 현실화 된다면 한반도 리스크를 관리할 채널이 생겼다는 의미가 있다. 

 

군사적 차원의 대화가 잘 풀리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활성화 될 수 있다. 남북 대표단은 이 점을 보도문에 명시하고 이를 통해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로 했다.

 

군사당국회담의 개최 시점이나 참여 인사의 직급과 같은 부분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추후 후속회담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간의 긴장감도 흘렀다. 한미 군사훈련 등 예민한 사항은 대화 주제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향후 북측이 실무급 회담에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회담에서 23개월만에 서해 군통신선도 재가동하기로 했다. 북측은 다음날 8시부터 정상가동하기로 했으면서 왜 우리 정부가 먼저 이를 공개했는지 불만을 표했다.

 

이날 회담은 오전 전체회의·오후 수석대표 회의·종결회의 3단계로 이뤄졌는데 부드러운 분위기 속 오전에 예상되는 주요 의제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우리측은 대표단은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이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전 회담 상황을 브리핑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비핵화 대화 재개 관련 북측이 “경청했다”고 표현했다. 

 

▲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대표단의 대변인을 맡아 회담 진행상황을 브리핑했다. (방송캡처=통일부 Uni TV )    

 

하지만 오후 회담에서는 북측이 그 사이 평양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비롯 지도부에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지령을 받았는지 전격적으로 태도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오전과 오후 태도가 달랐지만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는 것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북한이 받아들이기 곤란해하는 것이 자명하다. 

 

한편, 통일부는 2차 회담의 시점과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북측과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측이 설날을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북측이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에 따라 공동보도문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리 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로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마음”이라고 했던 만큼 추후 이산가족 상봉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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