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 못 하는 현실, 혁신성장의 생태계, 대기업의 잘못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등 공약을 지켰다고 말했다. 

 

물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상승을 “밀어붙였다”고 표현하고 비판했지만, 늦게라도 ‘혁신성장’을 내걸고 중소벤처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기조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의 생태계를 조성해 한국 경제의 구조적 틀을 변화시키는 대과업에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 유승민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대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표현했지만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론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더 신경써서 잘 해주기를 바란다는 취지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반짝 올랐다고 낙관할 게 아니라 한국 경제의 거시적 흐름이 어둡고 결국 혁신성장의 길로 가야한다는 것이 유 대표의 소신이다. 핵심은 청년 창업이다. 4차 산업혁명 등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창업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10일 14시 국회 도서관에서 바른정당의 바른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청년정책 week>를 통해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과 소통했다.

 

▲ 유승민 대표가 청년들과 창업과 혁신성장에 대해 소통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신산업이 출현할 수 있는 생태계다. 청년들이 맘껏 도전하고 창업할 수 있도록 국가가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하고 여기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는 설명이다.

 

청년의 현실

 

유 대표는 “여러분처럼 똑똑하고 패기있는 젊은이들이 건물주와 9급 공무원이 꿈이라고 말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는 환경을 두고 “그러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며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 유 대표는 이날 터놓고 청년들의 질문을 받고 소통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쓴 책 <축적의 시간>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비전을 거론하면서 대학 입시부터 모든 것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우리는 대학입시에 모든 게 달려있다”며 청년 문제의 근원을 지적했다.

 

유 대표는 “요즘 어지간한 대학에 가면 건물 외벽에 창업과 스타트업 간판을 걸어놓고 학생들을 모집한다”며 “그것 자체는 좋은 현상이지만 미국의 청년 창업률 20%에 비해 우리나라는 2~3%가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똑똑한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업만 바라보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법대와 의대 진학률이 높은 데가 없다”고 지탄했다. 그런 청년들의 성향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단순히 개개인의 입신양명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명감으로 8주동안 <청년정책 week> 프로그램에서 알차게 경험하라”고 조언했다. 

 

혁신성장의 핵심은 ‘생태계’

 

유 대표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창업 교육을 실시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7년 2월5일 대선 후보로서 ‘창업지원 공약’을 발표했는데 초중등 교육과정에 창업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 유승민 대표는 지난 대선 공약으로 혁신성장과 창업 정책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캡처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 대표는 “우리가 알고있는 CJ·LG·삼성 등 전부 오래 전에 창업해서 오늘날의 재벌 대기업으로 컸다”며 새로운 창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테슬라(2003)와 페이스북(2004)은 물론 중국의 V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3대 IT 기업) 등 새로운 산업에 진출해 글로벌 규모로 성장한 외국 기업의 사례도 거론했다. 

 

국가 지원 차원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시행한 ‘벤특법(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언급하며 어떻게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유 대표는 혁신성장의 열쇠가 여기에 있다면서 문재인·안철수·심상정 등 대선 후보들이 비슷한 취지의 혁신성장 관련 공약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특히 본인은 창업 정책에 유독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그런 가치관에 따라 “당에 돈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창업비용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의 경우에는 “그런 공약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발언했고 확인 결과 집중적이지는 않지만 ‘혁신형 강소기업 육성·창업실패자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 비슷한 취지의 공약이 있었다. 

 

유 대표는 이와 관련 “우리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켰다”며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유 대표는 ‘창업중소기업부’로 격상하는 것을 공약했었다.

 

유 대표는 “혁신성장은 금방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문 정부가 5년 동안 기반을 잘 다져놓으면 혁신성장의 열매는 그 다음 정권이 보게 될 것”이라고 장기적인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돈 금방 뿌려서 과실 따먹는 게 아니라 실패를 감내하고 참아주고 또 다시 도전하게 하는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그런 생태계 조성은 “공무원 늘리고 최저임금 올려주는 그런 정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우리나라가 대통령이 5년에 한 번씩 바뀌어도 이런 흐름으로 혁신성장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 분위기만 조성해줘도 “우리 똑똑한 청년들이 능력을 맘껏 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직접 강조한 혁신성장론에 대해서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솔직히 문 대통령이 그런 차원에서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정책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최저임금 올리고 복지 퍼주는 것 외에는 성장해법이 없다니까 혁신성장을 하긴 하는데 대통령이 진두지휘해서 신경쓰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유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 이야기를 꺼낸 김에 꼭 성공하길 바란다”며 “잘 해서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돈을 좀 쓰더라도 여기서 훌륭한 기업가가 나올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이날 진행된 특강은 바른정당의 바른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청년정책 week>의 일환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 대표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론을 거론하며 코닥(필름)과 소니(전자제품)가 한때 세계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유 대표는 “기업이 생겨서 망가질 때는 뭔가 새로운 기술이 기존에 지배하는 기술 생태계를 퇴장시키는 시기”라며 “한국의 중소기업인들이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느냐 그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축적의 시간>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가 그런 생태계와 기술을 축적하지 못 해서 지금의 성장 답보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경제 기반은 “기술과 산업의 경쟁력”인데 그런 경쟁력이 없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고 단순히 돈을 유통하는 “금융은 펀더맨털이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대기업이 문제다

 

유 대표는 대선 토론에서 홍준표 후보의 ‘강성 귀족노조 문제론’에 반론하며 우리 대기업들이 혁신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 대표는 비슷한 차원에서 “삼성이 반도체 생산을 통해 우리나라 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문제는 대한민국 경제가 삼성에 너무 의존해서 다른 곳에서 새살이 돋아나지 못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재벌의 지배력이 강해서 단가 후려치기 등 그렇게 대기업의 중소기업 질식시키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자본을 많이 갖고 있는 투자기업이 훌륭한 혁신기업에 인수합병을 지원해주고 10억달러 넘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경우가 미국인데 우리나라는 누가 아이디어를 내면 대기업이 소문만 듣고 와서 공짜로 다 가져가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대기업들 절반이 도산했다며 은행들이 국영은행처럼 특혜 금융지원을 해줬다고 꼬집었다. 

 

그렇게 소생한 대기업들의 주력업종이 5대 산업 ‘자동차·철강·반도체·조선·석유화학’인데 지금 반도체를 제외하고 모두 “비리비리하다”는 것이 유 대표의 판단이다.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조선사들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부연설명이다.

 

유 대표는 “기업과 산업은 흥망성쇠를 겪는다”며 “문제는 새로운 산업이 안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물어가는 주력 산업을 채워주는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서 세대교체와 산업교체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 우리 경제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이 책임은 가장 크게 혁신하지 못 한 대기업들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힘은 중소창업벤처기업에서 나오고 그게 경제의 새살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있는 대기업 주력업종도 잘 해야한다”고도 발언했다. 

 

유 대표는 끝으로 “재벌 대기업들에게는 글로벌 경쟁을 잘 하도록 자유롭게 해주면 되지 정부가 도와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이제는 정부가 혁신 창업가와 중소기업을 도와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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