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책임 논쟁, 2단계 개헌론 등 다양한 시나리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 대통령은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개헌을 말했다. 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시간이 얼마 없으니 국회가 더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국회와 정부가 개헌안에 대해 합의를 이뤘을 경우 그렇지 않을 경우 둘 다 상정해서 나름대로 구상을 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사와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 중에서 개헌에 대한 관점을 여러차례 설명했다. 

 

▲ 개헌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캡처사진=KTV 생중계)     

 

비용 문제?

 

무엇보다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정부도 국민 개헌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 세금 1200억원을 더 써야한다”고 우려했다. 

 

일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개헌특위 회의에서 “개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며 “개헌 투표에 1200억원 비용이 들어간다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나라의 기본 틀을 바꾸는 개헌을 지방선거 곁가지로 가져 갈 수 없다”고 반론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도지사직 사퇴를 의도적으로 늦게 한 바 있다. 경남도지사의 공직과 업무가 비용과 맞바꿀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개헌 ‘시점’과 논의가 더딘 ‘배경’에 대한 주장들

 

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 소신을 주장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가 동의하고 또 국민들이 지지할 수 있는 그런 최소분모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문 대통령의 개헌 관점에 대해 수차례 들을 수 있었다. (캡처사진=KTV 생중계)     

 

김 원내대표는 이에 “부하직원들 데리고 중국집에 가서 <마음껏 시켜먹어 근데 난 자장면>을 외치는 악덕 사장님이 연상된다”고 비꼬았다.

 

개헌 시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러려면 국회 개헌특위에서 2월말 정도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그런 분위기라면) 국회 쪽의 논의를 더 지켜보면서 기다릴 생각이다”며 “그러나 그것이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작년 12월 29일 여야가 합의하기까지 진통이 있었다”며 “민주당은 2월 말까지 국회 개헌 논의를 마치고 바로 문재인 개헌으로 가기 위한 그런 술책을 가졌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개헌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렵게 합의해서 6개월간의 논의 대장정을 국회가 시작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형식적인 국회 개헌 논의를 이미 민주당에게 청부하고 문재인 개헌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 차원에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의원도 11일 개헌특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시사에 대해 “정부안을 만들더라도 국회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통과될 리가 만무하다”며 “국회 패싱과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국회 개헌안이 지지부진한 것을 가정했더라도 정부 개헌안을 언급한 것 자체가 결국 실현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지방선거를 위한 개헌 주장”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개헌안은 오래 전부터 논의됐기 때문에 지방분권·기본권·권력구조 개편 등 모든 분야의 안이 나와있다”며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넓은 개헌’으로 국회와 정부가 합의하면 기본권과 권력구조를 다 포함할 수 있고 △‘좁은 개헌’으로 국회에서 합의하지 못 하면 기본권 만이라도 담을 수 있다.

 

▲ 개헌 관련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다. (캡처사진=KTV 생중계)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정부안을 논하기 전에 국회의 개헌 논의가 잘 이뤄지도록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에서 각 정치세력이 함께 논의해 만든 국회안보다 더 국민의 뜻을 폭넓게 담아내는 사회적 합의안은 있을 수 없다”며 “문 정부는 명분쌓기용 ‘개헌안 대기중’ 신호를 중단하고 국회 개헌안 마련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야당들의 주장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2월 내 국민개헌안을 만들어 6월 개헌 약속 이행을 위해 여야가 합의한 특위를 본격 가동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에서 밝힌 정부의 개헌 발의권이 마지막 수단이 되지 않도록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여야가 결론을 내자”고 반응했다.

 

문 대통령의 '2단계 개헌론'

 

문 대통령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많다고 전제한 뒤 “가장 지지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수밖에 없다”며 “만약 합의를 이뤄낼 수 없다면 그 부분(권력구조)에 대해서는 개헌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은 신년사 안에도 개헌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캡처사진=KTV 생중계)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 합의가 어렵다면 이 부분은 2차 개헌으로 미루고 1차 개헌은 국민의 기본권 강화와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 강화에 합의해서 추진하자는 문 대통령의 대안이다. 

 

김철근 대변인은 관련해서 “촛불혁명은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며 권력구조 개편을 나중에 하고 다른 내용 개헌부터 하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논평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는 절대 시대정신을 담은 헌법 개정이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나경원 의원도 “(권력구조 개헌은 나중에 합의되면 하자는 방안에 대해) 주객이 전도된 것이고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회헌법자문위 안을 보면 이러한 기본권 부분은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드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하라는 일은 안하고 체제 흔들기 개헌을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0일 논평을 통해 “지방분권과 기본권 신장을 위한 개헌을 먼저 한 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향후 추진하는 2단계 개헌론이 개헌에 대한 적극적 의지인지 지방선거를 앞 둔 원론적 입장 표명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제도부터 바꿔야 하고 개헌과 함께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 개혁이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편이 개헌의 핵심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