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성이 결여됐다는 비판론과 구체적이었다는 민주당, 극렬 지지자 질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8년이지만 사실 탄핵과 조기대선을 치른지 채 1년도 안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 모든 것이 가능했던 원동력으로서 ‘평범한 국민’의 힘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25분 간 국정 전반에 대한 철학과 정책 비전을 설명했다. 

 

▲ 문 대통령은 25분 동안 새해 신년사를 발표했고 국정 전반에 대해서 논했다. (캡처사진=KTV 생중계)    

 

신년사 서두에서 “우리가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었던 것은 평범한 가족의 용기있는 삶이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국정 목표를 이런 평범한 국민들의 “삶의 변화 체감”에 두고 추진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하지만 그런 삶의 변화 체감을 위한 대통령의 구체적인 정책 설명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년사와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 중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너무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는 것이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0일 논평을 통해 “그동안 추진해온 국정 운영 방향을 재확인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함에도 명쾌한 해법이 부족하다”고 총평했다. 경실련은 문 대통령이 “경제구조를 바꿀 핵심 방안”을 말하지 않고 단순히 ‘재벌개혁’만 언급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개헌특위 회의에서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할 일이라는 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문제는 경제·사회·외교·안보 각 분야에서 원칙에 치우치지 않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결여되다 보니 헛된 말 잔치처럼 느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책임 있는 말을 해야 한다”며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는 정책은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정책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결국 혹세무민”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일자리·민생·혁신·공정·안전·개헌·평화·정의라는 시대적 과제를 하나하나 호명하며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의지”와 “평범한 삶을 지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다짐”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 문 대통령의 지지자가 격한 댓글을 다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은 조선비즈 박정엽 기자. (캡처사진=KTV 생중계)     

 

소위 말해 “문빠와 기레기” 논란과 관련한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 박정엽 조선비즈 기자가 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 관련 악성댓글 공세 때문에 언론 활동에 위축된다는 취지로 질문했다. 강성 친 문재인계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에 “비판은 기자들만 한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며 “비판하는 기자가 정당한가 국민들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 정청래 전 의원이 박정엽 기자를 비판했다. (캡처사진=정청래 전 의원 트위터)     

 

이에 김형구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은 극렬 팬덤 문화는 나무라지 않고 기자들이 익숙하지 않아 그런 것이라며 기자 탓으로 돌렸다”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어 “예민할 필요없이 담담하게 대하라며 훈계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회견을 지켜보던 동료 기자들 사이에서 ‘저 기자는 이제 큰일 났다’는 농담 섞인 우려가 쏟아졌다”며 “건전한 비판조차 용납하지 않는 비뚤어진 팬덤 문화를 감싸고 즐기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는 옳지 않다”고 평론했다. 

 

박 기자는 기자회견이 종료된 이후 관련 기사("문대통령에 '과격댓글' 질문 박정엽기자에게 쏟아진 건…")를 직접 작성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기자는 “욕설 섞인 이메일과 SNS 메시지 수백통, 포털 사이트에 올라간 기사 댓글 수천건 등이 빗발치기 시작했다”며 “이후에 쏟아질 악성 댓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 지난 박근혜 정부 때 기자회견에서 사전 각본대로 움직였고 정적이었다면 이번 기자회견은 각본없이 모든 기자들이 하고 싶은 질문을 맘껏 던졌다 . (캡처사진=KTV 생중계)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 기자를 지목하는 방식이 새로웠고 수많은 기자들이 손들고 질문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눈에 띄려고 보라색 옷을 입거나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든 기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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