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 내로남불 해석, 피해끼치지 않는 한 자유 보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1월24일)을 맞아 일부 지지 팬클럽에서 생일 축하 광고를 지하철역에 게재한 것을 두고 보수 정당 인사들이 맹비난했다. 

 

색깔론적 논평이 주를 이룬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는 3만 여개의 김일성 동상이 있다”며 “남한에는 위대한 촛불혁명 대통령 이니의 생일축하 영상과 방송을 널리 오랫동안 울려 퍼지게 할 지어다”라고 비꼬았다.

 

인지연 대한애국당 대변인도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체주의 사교집단인 북한의 개인 우상화 작업”을 “문 대통령의 생일 광고” 현상과 대등하게 묘사했다.

 

▲ 인지연 대한애국당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생일 지하철 광고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고 비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인 대변인은 “5년짜리 비정규직 고위 공무원”이 대체 뭐라고 전 국민의 절반이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밀어붙이고 이런 일을 방관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인 대변인은 “청와대의 사전 진행과 허가가 있을 터”라며 “문 대통령 자신의 동의가 있다는 증거”까지 언급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표했다. 

 

이어 “지지자의 자제를 요청하는 것도 지도자의 능력”이라며 광고비를 “지지자들 만이 조달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정권 차원의 광고비 집행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지하철 광고는 11일부터 5호선 광화문역에 게재됐고 지지 팬클럽인 <문라이즈데이>가 자발적으로 돈을 모금해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라이즈데이는 임의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광고를 위한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 문 대통령의 자발적인 지지자라고 천명한 <문라이즈데이>. (캡처사진=문라이즈데이 트위터)    

 

▲ 광화문역 역사 안에 걸려있는 문 대통령 생일 광고. (사진=문라이즈데이 트위터)   

 

정치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지하철 광고가 나온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긴 하지만 현재 수도권 지하철 광고에 대해서는 누구나 비용만 지불하면 게재할 수 있다. 이미 서울 지하철 역사에는 아이돌 연예인의 데뷔와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꽤 많이 걸려있다. 

 

▲ 지하철에 인기 연예인의 생일과 데뷔일을 축하하는 내용으로 광고가 자주 걸리고 있다. (방송캡처=연합뉴스TV 2017년6월18일)     

 

물론 최고 권력자에 대한 생일 축하 현상에 대해서 논평할 수 있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비판할 수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시 한번 생일 미리 축하드리지만 이제는 사생팬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 돼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했고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트위터에 “대통령 생일을 국민들이 떠들썩하게 축하하는 국가는 선진국이 아니다”라며 “본인들은 이니 지지자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내가 볼 땐 교묘한 안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상화와 색깔론을 들먹이는 것은 너무 과도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강하게 비난하는 보수 정당의 사람들이 숭배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시 부지에 동상을 세우려고 하고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탄신제를 지내기도 했다. 

 

▲ 2017년11월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박정희 동상 기증식에서 좌승희 기념재단 이사장(왼쪽)이 박근 이승만트루만박정희동상건립추진모임 대표(가운데),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으로부터 동상기증증서와 모형을 받고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지난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년을 기념하며 ‘숭모제·역사자료관 기공식·100돌 기념식·대한민국 정수대전’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 행사에 전국에서 5000여명 가까이 지지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1917년 11월14일생)을 기념하는 숭모제가 2017년 11월14일 오전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열리고 있다. 숭모제에는 작년의 2배인 1000여명이 참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납득하지 못 하는 마음으로 대한애국당이 매주 주최하는 태극기 집회에 많은 지지자들이 모이기도 한다. 

 

이런 식의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숭배하는 현상을 두고 지난 탄핵 정국에서 많은 학자들은 ‘박정희 패러다임’을 벗어나자는 성찰적 주문을 했다. 

 

한편으로는 헐벗고 가난했던 70년대 보릿고개 시절을 보낸 기성세대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맹신하는 배경을 마냥 비난하지 말고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김재환·강의석 영화감독이 각각 <미스 프레지던트> <애국청년 변희재>라는 영화를 만들어 개봉하기도 했다.

 

▲ 2017년 각각 개봉한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와 '애국청년 변희재'. (사진=인디플러그/강의석 감독)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사상·표현의 자유와 이에 따라 특정 정치인을 좋아하고 행동하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존중받아야 한다. 자신이 싫어하고 좋아하는 정치인이 누구냐에 따라 맹비난하고 맹신하는 태도의 자의성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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