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위 강행 모험에 성공한 통합파, 현장은 고성과 막말 아수라장 ·· 공개 비공개 두고 몸싸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민의당의 공식 라인(최고위원회의·당무위원회)을 장악하고 있는 통합파가 통합 절차에 속도를 내기 위해 연일 과속을 밟고 있다. 통합파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의원총회와 전당대회를 어떻게든 뚫기 위해 연일 머리를 굴리고 있는 형국이다. 

 

통합파는 2월 내에 전당대회에서 추인을 받기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추진협의체를 통해 합의했기 때문에 급하다. 작년 10월부터 지속된 통합 이슈에 지켜보는 국민들도 피로감이 쌓였고 5개월 남은 지방선거에 하루빨리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지부진한 통합을 마쳐야 한다.

 

국민의당은 12일 당무위원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완결짓기 위한 전당대회를 2월4일에 개최하기로 확정했다. 반통합파는 철저히 배제된 채로 열려 의결 정족수(38명)가 부족하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39명을 채워 겨우 통과됐다.

 

▲ 이날 국민의당의 당무위원회에는 반통합파 의원들이 대거 불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강력한 통합파인 김중로 의원이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고 부위원장으로는 이태규·김삼화 의원이, 사무부총장은 채이배·오세정·김수민 의원과 고연호 사무부총장이 맡았다. 

 

박지원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이날 진행될 안철수 대표의 로드맵을 미리 그려놨다. 박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우회에 빗대어 “당내 정무직·사무처 당직 인사 독식은 물론 최고위·의총 결의도 없이 당무위를 소집해 일방적으로 전대를 의결하고 친안파 일색으로 전준위를 구성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당대회 합당 통과를 목적으로 대표당원 500명을 추천 의결할 계획”이라며 이를 두고 “21세기 판 <제2의 유정회 대표당원>”이라고 공세를 폈다.

  

실제 이날 당무위는 대표당원 1만여명 중 500명을 새로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비율은 안 대표 17명·5명의 최고위원 각 3명(15명)·지역위원회 36곳에서 각 13명(468명)이다. 그렇게 통합파 대표당원 500명을 추천해서 오는 16일까지 전준위에 제출하게 됐다.

 

‘숨가빴던’ 하루

 

박 의원의 표현대로 이날 당무위와 긴급 최고위회의 등 모든 것이 안 대표와 통합파의 드라이브로 강행됐기 때문에 반통합파는 매우 격양된 상태일 수밖에 없었다. 전대준비위에 친안파만 포진됐다는 비판도 당연히 나왔다. 

 

통합파는 이날 당무위에서 통합 완성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 및 전준위 명단을 확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향후 전대가 열릴 경우 반통합파와의 격렬한 몸싸움이 예상되는데 당무위 강행을 놓고 이미 예비전을 치른 셈이나 다름없었다. 

 

▲ 당무위장 앞에서는 통합파와 반통합파 당원들 간의 막말과 고성 싸움이 지속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는 오전 10시반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오후에 열릴 당무위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직전 당대표임에도 당무위원에 선임이 안 됐다”며 “최고위회의도 소집했지만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주현 최고위원에겐 소집 통보조차도 안 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를 박 의원은 “이미 반안이니까”라고 주장했다. 

 

반통합파도 당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일방적인 당무위 소집이라는 비판 구호 아래 어떻게든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반통합파에 기운 인사들을 당무위에 투입시키기 위해 고심했다.  

 

조배숙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대표는 오전 공개회의를 열고 “안 대표는 최고위와 의총에서 논의도 없이 합당을 위한 당무위를 소집했다”며 “당 파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립파 의원들의 노력도 안 먹혔다. 장정숙 의원은 “군사작전 하듯 당무위를 소집하는 비겁한 행태”를 보였는데 중재파 의원들도 더 이상 참지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반통합파는 어떻게든 안 대표가 주도하는 전당대회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전대를 열기 위한 당무위 소집도 저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였다. 따라서 당무위 장소로 예정된 국회 본청 246호에서 14시에 의총을 열 계획이었지만 통합파가 이미 13시에 예약을 해둬 선점 싸움에서 실패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15시 즈음 당무위장에 모인 반통합파 당원들과 통합파 당원들의 알력 다툼이 벌어졌다. 지난달 21일 전당원 투표를 의결할 때와 비슷했다. 반통합파 당원 A씨는 “도둑놈들. 뭔 불법을 저지르려고 비공개하냐. 정족수 안 된다. 통합은 무슨 개뿔 통합”이라며 고래고래 고성을 질렀다. 

 

이내 반통합파 당원들은 “당무위를 공개하라! 안철수는 사퇴하라!”고 구호를 계속 외치기 시작했다. A씨가 “자기만 새정치하냐. 우리가 할 일 없어서 시골에서 온줄 아냐”라며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자 약이 오른 통합파 당원 몇몇은 “비공개 하기로 했으면 하면 되지 무슨 말이 많아”라며 한마디씩 던졌고 그 과정에서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당원들 사이에서 끼어있던 반통합파 박주현 의원은 “지난번 딱 한 번 빼고는 비공개한 적이 없다”며 “의원들도 못 들어가는 게 무슨 정당이냐”고 성토했다. 

 

▲ 이날 반통합파 박주현 의원은 당원들과 몸을 부대끼며 당무위장으로 들어가지 못 하다가 나중에 겨우 입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러더니 뒤쪽에서 듣고 있던 반통합파 당원 B씨는 “이 당은 당헌당규 없어. 안철수가 법이고 왕이야”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통합파 당원 C씨가 “안철수 파이팅”하며 약 올리며 감정싸움을 지속했다. 

 

질려버린 듯 반통합파 당원 D씨는 “합의이혼 하면 되지. 싸우기도 피곤해. 왜 비례를 잡고 안 놔주는지”라고 푸념했고 주변 당원들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 강력한 반통합파로 알려진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이 체념한 듯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 당무위장에서 반통합파 최경환 의원에게 항의받고 있는 안철수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멀찌감치 뒤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은 나지막이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해야한다”며 “지금 이렇게까지 강행하는 분들이 당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당무위는 최경환 의원 등 반통합파 인사들이 필리버스터(의결 저지를 위한 시간끌기 전략)를 하면서 의결이 되기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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